서울시립미술관 야외 전시전 ‘아날로그의 숲’ 열려

[투데이코리아=임지수 기자] 만추(晩秋)라고 칭하기엔 아직 모자란 듯싶지만 날씨는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다. 달력을 보자. 추석연휴도 지나갔고 믿었던 개천절은 일요일에 겹쳐버렸다. 연말까지는 계속 '까만 날'이 줄지어 있는 형국이다. 천금 같은 주말 시간을 쪼개어 멀리 나가봐도 웬만한 가을 명소는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북적이기 일쑤다. 기분전환을 하려다 오히려 피로만 쌓일까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 마음에 '에라 모르겠다, 소파랑 친구하자.' 라며 드러눕는 당신, 그렇다면 이런 도심 나들이는 어떨까?

▲ 서울시립미술관 전경

덕수궁 돌담길을 죽 걷다보면 서울시립미술관이 나온다. 미술관 입구로부터 현관까지 이어진 아담한 산책로도 고즈넉한 맛이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앞마당 곳곳에서 관람객을 반기는 총 11점의 설치 전시물들. 9월 17일부터 11월 17일까지 계속되는 야외전시전 '아날로그의 숲'의 출품작들이다. 현대미술은 어렵다며 기피하는 사람이라도 김경민 작 '휴식(Rest)'같은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를 익살맞은 분위기에 절로 마음이 풀어질 것만 같다. 본관 앞에 줄지어 있는 평범한 나무 벤치들 중 하나에 자못 방만한 자세로 뻔뻔하게 기대어 있는 그.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은 선한 인상이다.

▲ 김경민 作 '휴식'
▲ 김원 作 '묵상'
그 앞쪽에는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대한 두상이 있다. 바로 김원 작 '묵상'이다. 꼭 감은 눈에서 내면에 침잠한 사람 특유의 고요와 고독이 물씬 배어난다. 가을이 내포하는 키워드들 중 하나가 사색과 명상이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말 그대로 가을을 체현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도 우리 회사도 우리 가족도 아닌 '나'를 발견하고 보듬어봤던 시간이 언제였던가를 문득 돌이켜 보게된다.

이번 야외전시는 감성이 차분해지는 가을을 맞아 사색과 명상, 추억과 향수, 위로와 격려와 같은 세 가지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자신을 돌볼 틈도 없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아닐까. '아날로그의 숲'은 그러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이끌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만 싶은 날, 잠시 들러 감성의 재충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서울 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11월 17일까지 미디어아트비엔날레도 열린다. 2층에는 국내화단의 대표작가인 천경자 화백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천경자의 혼' 상설전이 있다. 입장은 무료. 가을 산책과 더불어 문화적 흥취를 느껴보자.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7시까지. 입장은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자세한 문의는 서울시립미술관(02-2124-8981)로 하면 된다. 한국기자아카데미(www.kj-academy.com) 특약.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