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두산 플레이오프 혈전, 멋진 승부 속에 감춰진 비밀!

[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경기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5경기 연속 1점차 승부, 매 경기 피를 말렸던 대결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승리를 거두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과 두산 중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비록 두산이 패하긴 했어도 박수 받기 충분했다. 지난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의 승부를 갈랐던 요소들을 살펴봤다.

* 히메네스의 물집

삼성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차우찬을 5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차우찬은 두산의 테이블세터 정수빈과 오재원을 압도하면서 1회를 잘 막아냈으나 2회에 급격하게 무너졌다. 볼넷과 연속안타로 1과 ⅔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반면, 두산의 선발 켈빈 히메네스는 손가락에 물집이 터지기 전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히메네스는 7타자 연속 땅볼을 유도하면서 두산이 초반기선 제압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3회말 엄지손가락 물집이 벗겨져 나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물집이 벗겨지면서 살과 실밥의 마찰로 통증이 생긴 것. 이때부터 히메네스는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3회 1사 1,3루 상황에서 조동찬을 병살로 잡아내 실점을 피했지만 4회초를 넘기지 못했다. 물집으로 인해 공의 위력과 제구가 흔들렸고, 신명철에게 볼넷을 내준 이후 최형우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면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속타자 조영훈에게도 큼지막한 타구를 얻어맞자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정규시즌 삼성에게 무척 강했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 호투한 히메네스가 조기 강판돼 두산에게 큰 손실이었다. 두산으로서는 히메네스의 물집이 원망스러울 법 하다.

* 삼성의 테이블세터는 8-9번타자

플레이오프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면서 톱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박한이가 5차전에서는 두산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 1번타자로 출장한 조동찬은 계속해서 찾아오는 득점찬스를 무산시키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에는 이들을 대신할 하위타선이 있었다. 8번타자 이영욱이 3타수 2안타 1타점, 9번타자 김상수가 5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면서 삼성의 공격에 실마리를 풀었다. 이영욱은 6회말 4-5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어냈다. 김상수는 최고조로 달한 타격감을 선보임과 동시에 결정적인 주루플레이로 삼성의 승리를 견인했다. 승부가 갈린 11회말 김상수가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뽑아내고 출루했다. 이어진 희생번트로 2루를 밟은 김상수는 두산의 마무리 임태훈이 원바운드 볼을 던지자 주저 없이 3루를 훔쳤다. 공에 대한 강한 집중력과 과감한 플레이로 역전의 발판을 다졌다. 이어진 볼넷 그리고 박석민의 끝내기 내야안타로 홈을 밟은 김상수는 플레이오프의 숨은 MVP다.

* 두산의 발야구 실종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 뛰는 야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오재원이 2개, 고영민 이종욱 정수빈 임재철 양의지가 나란히 한 개의 도루를 성공해 삼성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날 두산의 육상부들은 루상에서 과감하지 못했다. 육상부들이 뛰지 못하다 보니 두산은 삼성을 흔들지 못했고,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승부처였던 4회초 절호의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무사 1,2루에서 이종욱이 번트를 시도했지만 두 번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2 스트라이크 이후 강공을 선택했으나 결국 병살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이종욱이 살고자하는 욕심을 가지고 정확한 번트를 하지 못한 것이 추가 득점 실패로 돌아갔다. 이 때 추가점을 올렸더라면, 아마도 SK의 파트너는 삼성이 아닌 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 장원삼과 이현승의 맞대결

삼성의 장원삼과 두산의 이현승이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올라와 선발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히어로즈(현재 넥센 히어로즈)에서 함께 운동하며 실력을 키워온 두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승부처에서 나란히 등판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듯이 그 어떤 투수들보다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6회에 등판한 두 투수는 경기 흐름을 7회부터 팽팽한 투수전으로 바꾸어 놓았다. 장원삼은 11회까지 볼넷 하나만 내주고 두산의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이현승의 피칭도 만만치 않았다. 10회 1사까지 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삼성의 상승세를 꺾었다. 삼성이 연장 11회 접전 끝에 6-5로 승리하면서 끝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던 장원삼이 승리투수가 됐다. 이현승은 10회에서 임태훈과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장원삼의 판정승. 히어로즈 출신 장원삼이 삼성의 히어로가 됐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