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엔밍씨, "친절한 한국인 좋아, 하지만 보완 할 점 많아"

[투데이코리아=나지혜기자]중국 남경에 사는 위엔밍씨 (남경사범대 중국어교육과 석사2)는 한국인과 인연이 많다. 선생님으로써 한국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한국인 여자친구도 있었다. 남사대에서 조교를 하면서 많은 한국친구들을 만났다.

자연스레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번 국경절 (중국 건국기념일)의 긴 연휴를 이용해 한국에 왔다. 중국 관광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지금 위엔밍씨를 통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한국숙소. 보증금없고 시설 편리, 하지만 성인용품 자판기 위치는 바꿨으면"

중국은 현재 숙박을 원할경우 숙소의 등급에 상관없이 일정이상의 보증금을 지불하게 되어있다. 숙박비를 계산할때에 같이 지불하고 퇴실할때에 종업원들이 방을 검사하고 보증금을 다시 돌려준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위엔밍씨는 방값을 지불하면서 보증금이 얼마냐고 물었다.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되요" 라는 말에 어리둥절 했다. 그러나 이내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편의시설이 잘 되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편안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방에서 나온 위엔밍씨는 곧 이상한 자판기 하나를 발견한다. 각종 성인기구들이 줄지어 있었다. 위엔밍씨는 "저는 젊으니까 이해할 수 있는데 나이가 많으신 다른 중국관광객 분들이 이런 자판기를 보시게 되면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물건 판매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엘레베이터 앞에 자판기를 세워두는 것은 좀 아닌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we are the world"

위엔밍씨는 중국에서 함께 지냈던 한국친구와 함께 쇼핑에 나섰다. 동대문, 남대문, 명동, 용산 전자상가, 광화문 면세점까지 돌았다. 물건을 판매하는 한국인들은 위엔밍에게 친절했다. 동대문에서 만난 한 직원은 니하오 외에는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지만 " we are the world "라며 어깨를 두드려 위엔밍씨를 기쁘게 했다. 가는 곳마다 짧은 중국어지만 친절하게 대하는 한국인들 덕에 위엔밍씨는 즐거운 쇼핑을 이어갔다. 광화문 면세점에는 이미 꽤 많은 직원들이 기본이상의 중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어 함께 갔던 한국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워도 물건을 구입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중국에서 위엔밍씨는 한국친구의 어머니가 소포로 보내주신 오징어 젓갈을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맛이 좋아서 한국식품점에가서 자주 사먹었다고 한다.

그 오징어 젓갈을 사기 위해 위엔밍씨는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젓갈은 오징어 한 종류만 있는 줄 알았던 위엔밍씨는 친절한 아주머니 덕택에 다른 젓갈도 맛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 가게에는 오징어 젓갈이 두 종류 있었는데 둘의 가격차이가 현저했다.

한국친구가 위엔밍씨를 대신해 아주머니께 여쭙자 위엔밍씨가 중국인인걸 모르겼던 아주머니는 큰소리로 " 그건 중국산이여, 못먹어" 라고 하셨다. 위엔밍이 알아듣는 20가지 단어들 중 두개를 말씀하셨다. 위엔밍씨는 그 말 한마디에 "하루종일 들뜨고 신이 났던 기분이 가라앉았어요" 라고 했다. 갈수록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말 조심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인사동, 창덕궁, 북촌이 제일 좋았어요"

위엔밍씨는 서울에서 10일동안 지내면서 많은 곳을 둘러보았다. 그 중에 그의 마음에 쏙 든곳은 인사동과 창덕궁 북촌이었다. 인사동에서 그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다름아닌 "꿀타래 시범" 네명의 남자가 조그마한 상점안에서 노래를 하고, 그 리듬에 맞춰 실을 뽑듯이 만들어내는 꿀타래는 왠만한 공연에 버금갔다. 위엔밍씨는 동영상으로 이를 담아 냈다. "에너지 넘치는 한국인이 좋아요" 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꿀타래를 한박스 사들고 길을 나서니 이번에는 아리따운 한국 메이뉘(중국에서 미인을 지칭하는 말) 들이 한복을 입고 줄지어 서있다.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 였는데 위엔밍씨는 가까이서 한복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며 무척 들뜬 모습이었다.

인사동에서 한정식을 먹고 창덕궁으로 향했다. "예전에 중국에 다녀온 친구가 고궁과 창덕궁을 비교하는 얘기를 했었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은 다르기 때문이다" 위엔밍씨의 얘기인 즉슨 어떤 중국인들은 창덕궁이나 경복궁이 중국에 고궁에 비해 크기가 작고 화려함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위엔밍씨는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궁이 더 좋다 라고 말할 순 없다고 했다.

중국의 궁이 웅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의 궁은 무언가 소박하면서 자연과 어우러 져 있는 편안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다. 북촌은 작은 골목골목마다 소박한 한국 전통의 향기가 느껴져서 좋았다고 한다.

" 前方道站是 종로3가?"

" 한국 지하철의 주요 역에서는 영어외에 일본어와 중국어 방송이 나와요. 그런데 내리실 역은 까지 밖에 알아 들을 수가 없어요" 현재 한국의 지명은 대부분 한문으로 씌여진 것이기 때문에 그 글자는 중국어의 발음이 있다. 예를 들어 종로 3가의 경우에는 쫑루싼지에 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 된다. 그러나 현 방송에서는 종로3가 라는 한국어의 표현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만약에 한국어를 조금 공부하고 온 사람이라면 알아듣기가 쉽겠지만 일부 아예 한국어를 모르고 단기로 온 여행자들이 이 방송을 듣는다면 못알아 들을 것이 분명하다. 예전에 버스에서 "This stop is 뱅뱅사거리" 라고 해서 웃음보가 터진적이 있는데 종로3가도 그 못지 않은 예가 아닌가. 중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 지금 작은 변화를 갖는다면 훨씬 더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1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다음에 오면 강원도나 부산에도 가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에서의 열흘동안 찜질방, 기차 안 까페 등 중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체험하며 신기하고 즐거웠다는 그. 그가 다시 한국을 찾을때에는 그가 말했던 지하철 방송문제, 성인기구 문제, 중국인 비하발언 문제 등등이 고쳐 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한국기자아카데미 (www.kj-academy.com)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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