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전세가 60%만으로 20년간 내 집 걱정 끝

서울시와 SH공사의 '장기 전세주택'이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면서 서울시가 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안정을 이끌어내고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주거'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청약 1순위에서 모두 '마감'

서울시와 산하 SH공사가 집값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장지·발산지구에서 처음 공급한 '장기 전세주택'에 대한 청약신청 접수 결과 청약 1순위에서 접수가 모두 마감되었다. 때문에 서울시는 당초 14∼17일 2, 3순위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려던 추가 접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장기 전세주택'은 서울시가 새로 도입한 공공 아파트로, 주변 전세 시세의 60% 안팎 수준에 입주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9일 저녁 노부모 부양자 등에게 111가구를 공급하는 우선 공급분은 모두 821건이 접수돼 7.4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었다.

또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공급키로 하고 7일부터 1순위자를 상대로 접수를 시작한 370가구는 1천363건이 접수돼 3.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했다.

단지별로는 장지 10단지가 94가구 공급에 499건(5.3 대 1), 장지 11단지가 124가구 공급에 517건(4.2 대 1), 발산 2단지가 263가구 공급에 1천168건(4.4 대 1)이 접수됐고, 전체적으로는 총 481가구에 2천184명이 몰려 평균 4.5 :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 발산, 2000만원이면 실입주 가능

그렇다면 이 같은 '장기 전세주택'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무주택자들의 상실감을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의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서울과 수도권 등에 불어닥친 집값 폭등으로 일반 서민의 상실감은 커져만 갔다. 집값과 함께 오른 전세금 걱정에 무주택서민은 계약만료기간이 두렵기만 했다. 때문에 이제라도 남들처럼 대출받아 집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으로 올해 들어 상황은 급반전됐다. 세금과 대출규제 강화,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 도입 등으로 부동산거래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가격을 낮추어 내놓아도 매수자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SH공사가 '장기 전세주택'이라는 새로운 주택을 내놓았다.

'장기전세주택'은 중산층 및 실수요자에 초점을 맞추어 26평형, 33평형, 45평형 등 중·대형 평형을 대상으로 해 저소득층 주거라는 기존의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새롭게 개발한 브랜드다.

실수요자들에게 중·대형 아파트를 보급함으로써 주택개념을 '소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해 주택가격 안정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까지 돕겠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전략인 셈이다.

송파구 장지지구와 강서구 발산지구의 '장기 전세주택' 청약이 시작된 지난 7일 SH공사의 홈페이지는 동시접속자수가 폭증하며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장기임대주택에서 찾으려는 실수요자들이 일시에 몰렸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이 장기전세주택을 반기는 이유는 크게 뛰어난 입지와 저렴한 비용, 차별 없는 분위기 등으로 요약된다.

SH공사에서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건설되고 있어 입지여건이 뛰어나다.

이번에 공급되는 장지 10·11단지 218가구와 발산2단지 263가구의 경우 지하철역이 인접해 있고 사통팔달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특히 지구 내에 초·중·고등학교가 신설되는 등 뛰어난 교통입지와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또 앞으로 장기전세주택이 들어설 마천, 강일, 세곡, 우면, 내곡지구 외에도 발산, 상암, 신정, 천왕지구 등도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1급 주거지가 될 전망이다.

저렴한 거주 비용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임대보증금이 주변 아파트 전세가의 50~80%미만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장지지구와 발산지구의 전세가는 각각 주변 전세가의 67%, 52%에 불과하다.

발산2단지 26평형(전세가 8080만원)의 경우 계약금 1616만원을 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 등에서 최고 6000만원까지 연 4.5%의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발산지구 장기 전세주택 당첨자는 계약금을 포함해 2000만원이면 사실상 입주가 가능한 셈이다.

실수요자가 계속 거주를 희망하는 경우 2년마다 임대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데, 재계약할 때의 전세가격은 주변전세가격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첫 전세가의 5%이내에서 인상된다.

SH공사 관계자는 “계층간 위화감 해소와 사회통합의 차원에서 장기전세와 분양주택을 하나의 단지 안에 혼합 배치해 다양한 소득계층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계획했다”며 “시공도 임대와 분양 구분 없이 똑같이 했고, 마감재도 동일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발코니 확장과 섀시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제 무리하게 집 장만을 하지 않더라도 내 집처럼 편안하게 거주 할 수 있는 신개념의 주택문화를 SH공사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만화 캐릭터 '무대리' 통해 적극적 마케팅

서울시는 다음 달 발산 3단지에서 33평형 아파트 281가구, 재건축 9개 단지의 18∼33평형 29가구 등 310가구의 장기 전세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며, '장기 전세주택'의 홍보모델로 인가 만화캐릭터 '무대리'를 선정해 입주자 모집 공고와 공익광고 등에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11일부터 도심의 전광판, 지하철 광고판, 신문 광고면 등을 통해 무대리가 등장하는 장기 전세주택 광고를 내고 장기 전세주택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또 11∼31일 '무대리·하소연 부부와 함께하는 집에 얽힌 에피소드 공모'를 실시한 뒤 최우수작 1편 등 당선작 56편은 무대리 만화로 제작해 배포한다.

이 밖에 시는 이달 말까지 진행되고 있는 장기 전세주택의 브랜드 공모를 거쳐 브랜드 명칭이 확정되면 다음달 11일 서울광장에서 '브랜드 선포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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