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포인트오르면 부실대출 1천300억원 늘어나

[투데이코리아=이나영 기자] 국내 상장기업의 35%가 부실기업이며, 이 가운데 절반은 만성적인 부실에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들 기업에 대한 부실대출은 줄잡아 1천3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돼 금리 인상에 대비한 강력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금융연구원 이지언 금융시장.제도연구실장은 21일 전 세계 상장회사의 재무제표가 수록된 `오시리스(OSIRIS)'의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실장이 국내 1천600개 상장회사(작년 9월 기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부실기업은 2008년 현재 561개로 35%를 차지했다.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으로, 이 비율이 100%에 못 미치면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셈이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에 못 미친 기업이 289개로 전체 부실기업의 51%가 부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넘은 부실기업도 143개에 달했다.

3년 이상 만성적 부실기업은 정보기술(IT), 전자, 미디어 업종에 많이 분포했다.

구체적으로는 미디어 15개(업종 내 비중 31.9%), IT서비스 13개(31.7%), 통신장비 27개(31.4%), 섬유.의복 22개(30.1%), 전자장비.부품 26개(22.4%) 등이었다.

이들 부실기업은 수익성도 매우 낮아 퇴출기업과 맞먹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7년 연속 부실기업은 ROA(총자산순이익률)가 -20%로 집계됐는데, 이는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한 기업의 직전 3년간 ROA(-2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체 부실기업의 약 30%인 160개는 부채비율도 200%를 넘는 `이중 부실기업'이었다.

이중 부실기업의 매출액 평균은 전체 기업의 절반에 못 미쳐 상당수가 중소기업일 것으로 추정됐다.

퇴출당해도 이상할 게 없는 국내 부실기업이 오랫동안 버티는 `비결'은 부동산과 잦은 증자 덕분이다.

3년 연속 부실기업의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였고, 부동산 자산이 매년 평균 13%씩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를 웃돈 우량기업의 부동산 비중은 13%, 부동산 자산 증가율은 8%로 부실기업의 약 절반에 그쳤다.

이 실장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다시 대출이자를 갚는 방식으로 연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적 부실기업은 대기업일수록 부동산 보유 비중이 높으며, 2006~2008년 부동산 호황기에 토지와 건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또 7년 연속 부실기업 82개사 가운데 54개사가 무상감자를 경험했는데도 오히려 자본금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빈번하게 증자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실장은 "수익도 내지 못하면서 부동산 담보대출과 증자에 기대 생존하는 부실기업이 많을수록 경제의 자금 배분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실기업은 그 자체로 부도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다른 기업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7년 연속 부실기업의 평균 부도확률은 1.57%로 7년 연속 우량기업의 부도확률 0.37%에 견줘 4~5배 높게 계산됐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금리가 오를 때다. 금리 상승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부실기업이 늘면서 부실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만기 1년 미만의 원화 단기차입금을 기준으로 한 부실대출은 1천36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리가 3%포인트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면 부실대출 증가 폭이 약 1조3천억원으로 금리 1%포인트 인상 때와 비교해 10배 가까이 됐다.

이 실장은 "부실기업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과잉투자 여부를 살피고, 임시 재무제표 등을 이용해 수시로 기업의 신용위험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은 부실기업의 생존과 혁신기업의 자금난 등 부작용을 낳는다"며 "신용대출이 늘도록 자산유동화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기업 구조조정을 꺼리는 채권 금융회사에 대한 유인책 제공 ▲기업 신용평가 항목 다양화 ▲기업의 비(非) 업무용 부동산 투자 억제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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