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이 북적거리다 못해 터질 지경이다.

바로 슈퍼태풍급 '공무원 시험 열풍'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젊은이들은 대개 교양서적을 읽기보다는 국어, 국사,행정법 등을 공부하고 있다. 대략 10년 만에 도서관을 찾은 해외 동포라면 낯선 도서관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질 노릇이다.

수도권 한 대학의 경우 생물학과 졸업생 28명(대학원 진학 5명 제외) 중 정규직에 취업한 학생은 9명에 불과했다.

이 대학의 경우만 보면 체감 실업률은 60%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을 하지 않은 청년들은 어디로 가나? 보통 웬만큼 넉넉한 집안 아들딸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공사시험 , 각종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게 요새 일반적인(?) 수순이다.

보통 취업을 유보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을 어림잡아 30%라고 잡는다면 이들이 동네 도서관이나 대학 도서관을 차지하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그러니 가까운 동네도서관 아니 대학도서관은 매일아침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노상 만원이다. 많은 이들은 최소 1년에서 수년 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도서관들은 이미 '독서실'화 된지 오래다. 각종 시험 준비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방대한 장서와 연구시설을 자랑하는 세계 유수의 도서관과 달리 우리나라의 동네 도서관들은 열람시설에서 '특화'된 시설을 자랑한다.

경기도 군포시 시립도서관은 웬만한 대학 도서관 부럽지 않은 무인좌석발급기를 지난 1일 설치했다. 도서관 측은 “다른 사람 좌석을 맡아주는 사람 등으로 인해 좌석이 부족해, 한정된 도서관 좌석을 가능하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며, “시간대별로 예약할 수 있어 좌석이 나누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이 도서관의 '첨단화'는 한편으로 씁쓸하다. 도서관은 '지식의 연구와 보급'이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동네 도서관은 시민의 주거지역과 가까운 탓에 그 역할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도 한 회고록에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할 만큼 가까운 마을 도서관은 어렸을 때부터 지혜를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데 특효약이다.

그러나 도서관 탓만 할 수는 없다. 작년 서울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136.5대1을 상회하는 현실에서 가까운 도서관을 찾는 수험생들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은 도서관대로 현실에 대처해 급기야'무인좌석제'등을 실시해 수험생들을 관리(?)하기로 했다. 대학도서관이 좌석 순환을 위해 하는 제도를 따라 도입하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광풍'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줍짢게도 공공 도서관이 본연의 기능을 하는 것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동네 도서관이 본연의 모습을 찾을 날은 결국 경제난이 풀릴 그때쯤이나 올까? 동네 도서관의 오늘날 풍경을 보노라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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