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덜미! 첫 경기 패배를 통해 얻은 교훈은?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첫 판에서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북한과의 C조 예선 1차전에서 허무한 패배를 당하면서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시, 아시안게임 우승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패다. 전체적인 경기 주도권은 한국이 잡았지만, 이는 북한이 '전략적인 열세'를 취했기에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이 밀집수비 대형으로 팀의 중심축을 뒤로 낮췄는데, 우리는 이를 효과적으로 깨뜨리지 못했다. 경기 초반 구자철을 중심으로 중원에서는 깔끔한 패싱 플레이가 나왔다. 하지만 마무리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과감한 공격옵션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대로 경기 흐름이 흘러갔다.

이런 경기 분위기가 이어진 이유는 우선 '노련함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은 7년 동안 함께 뛴 어린 선수들에 와일드카드 3명이 합류해 노련함을 더했다. 한국을 상대로 맞대결이 아닌 '선 수비 후 역습'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반면에 한국은 김정우가 와일드카드로 중원을 지켰지만 힘이 좀 부치는 모습이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어린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이 대목에서 아쉬운 것이 바로 박주영의 존재다. 공격의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는 확실한 골잡이가 있었더라면, 북한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 분위기를 이끌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날 새벽 소속팀에서 박주영이 2골을 터뜨렸다는 사실이 더 큰 아쉬움으로 돌아왔다.

패배 만큼 뼈 아픈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세트 피스'에 대한 집중력 부족이다. 상대가 철저하게 수비적으로 나올 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옵션이 바로 세트 피스다. 또한, 가장 조심해야할 위기의 순간 또한 세트 피스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홍명보호의 준비 부족과 집중력 저하에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경기 초반 코너킥에서 좋은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측면에서 여러 차례 프리킥 찬스를 얻어내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하지만 신체적인 조건에서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세밀한 킥에 의한 정공법과 약속된 플레이를 활용한 변칙법을 고루 활용하지 못하면서 밋밋한 세트 피스 공격이 이어졌다.

세트 피스 수비에서는 결정적인 실수로 결승골을 헌납했다. 전반 36분 리광천의 헤딩골 장면은 북한이 잘 했다기 보다는 우리의 실수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골키퍼의 공중볼 처리 판단미스와 수비수의 소극적인 자세가 결국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앞으로 한국은 요르단과 팔레스타인을 상대해야 한다. 이 두 팀은 북한보다 전력이 더 떨어진다. 북한보다 더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취할 가능성이 짙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전과 마찬가지로 세트 피스를 기회와 위기로 동시에 여기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첫 경기에서 실패했지만, 아직 우승의 꿈은 살아 있다. 북한전 패배의 교훈을 통해서 전열을 재정비한다면, 충분히 제 모습을 찾을 능력을 갖춘 홍명보호다. 지난 해 이집트에서 펼쳐진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는 한국은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패했지만, 이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8강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은 조별예선 첫 판에서 스위스에 덜미를 잡혔다. 강력한 우승후보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지만, 스위스전 패배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이후 승승장구 했다. 선수들은 "월드컵에서는 차라리 조별예선에서 지는 것이 낫다"며 용기를 잃지 않았고, 결국 월드컵 첫 우승까지 힘차게 달려갔다.

남북전에서 뜻밖의 패배를 당한 홍명보호. 스페인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별예선 첫 판 패배는 입에 쓴 약이 될 수 있다. 북한전 패배를 거울삼아 전열을 가다듬고 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