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뤄야할 꿈이 있는 한 이 한몸 헌신할 터"

    [인터뷰] '돌아온 탕아(?)', 민주당 이인제 의원
    기사입력 2007.05.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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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을 앞두고 각 당마다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주자들에게 반면교사로 떠올리는 말이 있다.

    소위 ‘이인제 학습효과’ 다. 어쩌면 이 ‘이인제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 한나라당 경선룰을 둘러싸고 이명박-박근혜 두 유력주자가 그렇게 으르렁거렸으면서도 한 사람이 당을 깨고 나가는 최악의 경우만큼은 비껴간 게 아닌가 하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정작 ‘이인제 학습 효과’의 주인공 이인제 의원은 이런 호사가들의 입담에 개의치 않고 국회에 처음 입성하던 초심으로 진지하게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한 때 '대세론'으로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그가 지난 5년간 차가운 살얼음 판을 넘나드는 정치 역정을 거치고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복잡한 범여권 통합 마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꿈을 안고 정치를 할지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근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당적을 자주 바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내가 당적을 여덟 번 바꿨다는 얘기가 있는데 한번 따져보자. 통일민주당으로 처음 정치에 입문했고 이후 3당합당으로 민자당에 합류됐다. 그때 탈당하지 않은 것을 비난한다면 감수하겠다.

    그러나 그것을 당적을 바꾼 것으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아닌가? 그리고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이후 한나라당으로 바꿨다. 이때까지 당적을 바꾼 것은 없지 않은가?

     이후에 국민신당을 창당해서 나갔고 국민신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완전히 통합이 된 것이다. 이때까지는 당적을 바꾼 것이 없다. 민주당을 탈당해서 자민련으로 간 것은 당적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국중당에서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한 것인데 어떻게 당적을 8번이나 바꿨다는 논리로 나를 몰아가는지 언론의 횡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특히 민주당은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한 최초 정당이었다. 여기에 창당 주역으로 참여했다. 내가 선대위원장으로 일할 때 전국정당으로 성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나라당과 양당 체제였다. 그러나 노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주당이 분열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했지만 지금은 정치적으로 파산했다.

    민주당도 원내 교섭단체 조차 구성 못하는 상황이 됐다. 2002년에 노무현의 반미주의 급진좌파 노선을 추종할 수 없어 민주당을 떠났다. 당시 민주당이 표방하는 중도개혁주의에 반대해서 떠났던 게 아니다.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노선을 추종할 수 없어서 떠났던 것이다. 지금 다시 원점에 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갈라졌을 때 왜 곧바로 입당하지 않았나.

    ▲다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 (웃음) 한나라당의 일당독주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중도개혁 세력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위축됐지만 민주당이 중도개혁세력의 본산으로 중도개혁의 결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국민중심당은 왜 나온 것인가?

    ▲국중당은 지역정당을 고수하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난 그러한 노선과 전략에 반대해 왔다. 사실 노선으로만 보면 국민중심당도 중도실용을 표방한다. 따라서 중도개혁 통합신당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순리다. 크게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양당체제로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국중당이 아직 여기에 동의하지 않아서 내가 먼저 참여한 것이다. 국중당도 언젠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줄 것이라고 본다.

    -심대평 대표가 충청 지역의 맹주로 지난 재보선에서 당당히 승리하기도 했다. 혹 국중당 내부에서 심 대표와의 경쟁관계 때문에 탈당한 것은 아닌가?

       
       
    ▲심대평 대표는 나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더구나 요즘은 지역 맹주라는 개념이 없으니 그가 나와 경쟁상대라는 것은 더 말이 안 된다. 3김 시대에야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지역 패권을 획득하고 맹주로 군림했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3김의 마지막 작품 아닌가.

    -당시 이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하면서 지금의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후 이른바 ‘이인제 학습효과’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지 않았나.

    ▲한나라당이 스스로 변명하기 위해, 정권 창출에 실패한 것을 자위하기 위해 나온 얘기다. 그것을 영남 패권 매체들이 그대로 전파한 것이다. 요즘 한나라당에서 경선룰을 가지고 시비하는데, 난 97년과 2002년에도 경선룰을 가지고 당에 시비한 적이 없다. 난 두 번 모두 깨끗이 승복한 사람이다.

    내가 당시 이회창 후보보다 국민의 지지가 2배나 높았다. 그러나 당시 후진적 경선룰 때문에 당심을 잡은 이회창 후보가 됐다. 그러다가 일주일 만에 두 아들 때문에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그 사이 국민들로부터 (당에서) 나오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말 맨주먹으로 탈당했다.

    탈당한 뒤에도 내 지지율이 여전히 1위를 기록했다. 누군가 내 아내가 당시 YS 영부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퍼뜨렸다. 그것이 바로 조중동을 비롯한 당시 언론이었다. 그 책임은 언젠가 반드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대선 출마의사가 있나?

    ▲드디어 돌아올 곳을 찾아왔다. 2002년 불가피하게 민주당과 생이별 했고, 잠시 자민련에 몸을 담았고, 국민중심당 창당에 참여했다. 이제는 중도개혁 노선에 참여해야 할 시점이다. 건강한 양당제를 이룩하는 것이 대의라고 본다. 그것이 나의 정치적 목적이고 보람이기도 하다. 앞으로 중도주의 개혁노선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며, 당원과 국민이 맡겨준다면 역할을 할 것이다.

    -범여권 통합논의가 한창이다.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에 대한 생각은.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은 탈당해서 신당 만들고 있다. 그분들은 자연스럽게 민주당과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위해 얘기를 나눌 것이다.

    그러나 당이 단위가 돼서 새로운 당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 아니다. 실패한 우리당 노선을 버리고 새로운 중도개혁 노선을 건설하고자 한다면 과감하게 당을 떠나서 새로운 통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탈당하신 분들이 과도적인 결사체를 결성해 참여하는 것 까지야 어떻게 막겠나.

    -정동영 전 의장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타진해 온다면 받아주겠는가?

    ▲열린우리당의 연장으로 비춰지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특정인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서로 잘 조율하면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본다. 과오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당론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칙은 그렇다.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상임고문을 맡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면 무엇이든 열심히 찾아서 하려고 한다.

    -이 의원의 경제관이 외부에 뚜렷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사실 97년에 나올 때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내 캐치프레이즈였다. 2002년에는 ‘일자리 만드는 대통령’이었다. 지금 일자리 만드는 대통령 뽑지 않고, 오히려 내쫓는 대통령을 뽑아서 요즘 일자리 없다.

    -지역민들이 이 의원의 복당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나.

    ▲복당 자체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큰 바다로 나가서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 같다.

    -정계은퇴를 고려해 본 적은 없었는가?

    ▲그런 일은 없었다. 이루어야할 꿈이 있고, 힘이 있는 한 헌신할 것이다.

       
       

    -조중동 언론에서 왜 이 의원을 비난한다고 보는가.

    ▲그들은 아직 권위주의 영남패권 시대에 얻은 기득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비록 나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당시  기득권에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괴로웠겠지만 언론은 지성이다. 그러면 안 된다. 이인제 때문에 호남정권, 김대중 좌파정권이 들어섰으니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는가. 그렇다면 지금도 계속 영남 후예들이 (국가를) 경영해야 한다는 말이냐.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정상에서 갑자기 추락했다. 소회가 있다면.

    ▲‘대세론’이라는 정상에서 옥살이라는 그야말로 바닥까지 쳐 봤다. 탄탄대로는 없더라.

    -살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무엇인가.

    ▲나와 꼭 닮은 첫 딸이 태어났을 때 제일 기뻤다. 그리고 나는 매사에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 매 순간이 기쁘고 보람있었다.

    -정치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

    ▲어릴때부터 이 길로 자연스럽게 온 것 같다. 초등학교때 선생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중학교 때는 군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고등학교 때는 법률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법대를 지원했다. 그 때부터 정치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우리나라 정치의 역사가 얼마 안 되지만 난 늘 김구 선생을 정치적 사표로 삼고 있다. 그의 순수한 민족주의가 좋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3김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혁명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부작용으로 생긴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를 민주주의 광명으로 바꾸는 일에 DJ YS 가 몸을 바쳤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처럼 성공적으로 성취한 나라가 어디 있는가. 그런 차원에서 그분들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그 이면의 여러 가지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민주당으로 복당한 것이 이 의원의 정치적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한나라당은 순도 높은 보수 정당으로 진화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정당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중도주의 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도 미국의 양당제처럼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치로 진입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

    ▲궁극적으로 우리 국민은 미래를 향해 더 선명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향해 개혁과 변화를 해 나가는 데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고 생각한다. 중도개혁 정당이 꼭 승리할 것이다. 일반적 호감도 조사를 하면 한나라당 후보가 우세하지만, 그것은 이쪽이 공백상태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나라당은 건강한 혁신 정당으로 진화하지 못한 것이 최대 약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런 약점은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문국현 사장은 어떻게 보나?

    ▲유한킴벌리 제품은 많이 쓰지만 그분은 잘 모른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 자꾸 새 인물을 찾아 나서는 게 잘못된 접근 방법이다. 지금은 국민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인물을 못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당이라는 집권당이 무너진 뒤로 새로운 정치 결사체가 태동하지 않아 문제인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 패권이나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있으면 그것이 바로 정당이 된다. 지금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서 국민을 잘 살게 할 것이라는 노선과 비전이 중요해 졌다. 정당이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후보를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두 달이면 충분하다. 문국현 사장도 뜻이 있으면 링에 오르면 된다. 창당이 먼저이고, 후보는 나중이다. 어디서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듯 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진 이상운 기자 photo98@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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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박현채 칼럼]고교 무상교육의 허와 실
  • 박현채 주필|2019-04-19
  • 올해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된다.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내년에 2, 3학년, 내후년에는 고교생 전원으로 확대된다.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현행 초·중학교 의무교육 무상지원 범위와 동일하게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이 모두 면제된다. 그러나 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는 사립학교 중 재정 결함보조를 받지 않는 학교는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한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유일하게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교 무상교육이 추진됐다. 하지만 매년 2조원 가량 소요되는 재원 마련이 어려워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일반고의 경우 정부 재정에서 교육비용의 약 4분의 3을 지원받고 나머지는 학부모가 부담한다.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학생 1인당 연 158만원 정도 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든다. 서민층의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면 민간 소비·투자 확대 등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도 거둘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고등학교 3학년 대상 고교 무상교육 예산 3856억원은 교육청이 모두 부담하고, 2020~2024년까지 매년 필요한 2조원은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5년 이후의 재원 확보 대책은 없다. 차기 정부가 추후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 발표가 있은 지 불과 이틀만에 17개 시도교육감들이 정부 발표와 사뭇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2021년까지는 소요 예산을 분담하겠지만 2022년부터는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발표와는 달리 2022~2024년까지 3년간은 절반 부담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그들의 입장을 밝히는 입장문을 통해 "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긴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노력을 지지하고 협력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원 마련에 대해 수차례 재정 당국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충분한 협의와 설득 없이 교육청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결정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재원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부가 온전히 책임지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이어 "고교 무상교육이 완성되는 때(2021년)까지 지방교육재정교부율 인상을 포함한 안정적 재원 대책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분담 문제를 놓고 오는 2022년부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어린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사태’ 같은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 사업인 누리과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요 예산 중 상당액을 교육청에 떠넘기려 했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하면서 누리 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재원 마련 방법을 놓고 정부와 교육청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엄청난 보육대란이 일어났다. 해마다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르면 보육예산을 놓고 승강이가 벌어지는 등 갈등을 겪다가 현 정부 들어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일단락됐다. 고교 무상교육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예산문제로 삐걱대니 이 정책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사실 무상교육 예산을 교육청에 일부 부담케 하면 불가피하게 학교 기본 운영비가 감축돼 유.초.중학교의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고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면 이미 복지지출을 크게 늘린 상태에서 고령화 등으로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은 많아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이 아닌 고3부터 무상교육이 시작되는 이유가 아리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중학교 무상교육은 전면 실시되기까지 20년간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1985년 도서 벽지부터 시작해 1994년 읍·면 지역으로, 2005년에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부터 무상교육이 시작됐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무상교육은 학년을 기준으로 고3부터 시작하는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야당 일각에서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는 투표를 할 수 있는 선거연령이 낮아져 고3 학생들도 대부분 유권자가 되기 때문이다.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해서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이나 불만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상교육 못지않게 공교육의 정상화와 내실화가 무척 중요하다. 지금처럼 공교육이 사교육의 하위개념이 되도록 방치되서는 안된다.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돈이 없더라도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lt;투데이 코리아 주필&gt;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김성기 칼럼]강원산불 발화원인 규명이 먼저다
  • 김성기 부회장|2019-04-16
  •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산불로 인해 고성군과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등 일대에서 여의도의 6배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타고 수천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복구 지원에 나섰지만 생업을 잃은 주민들의 삶은 아직 막막하고 이재민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산림이 우거진 강원도 동해안 지역은 지형적인 특성상 건조한 강풍이 자주 불어 산불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다. 지난 2005년 4월 낙산사 주요 문화재까지 잿더미로 만든 양양산불을 비롯한 대형 산불들이 주로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했다. 해마다 산불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예방을 위한 치밀한 대책과 이미 발생한 산불에 대한 원인 규명이 꼭 따라야 했다. 하지만 불특정인에 의한 단순 실화나 화인 불명으로 묻히는 경우가 잦아 책임소재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강원 산불은 4일 오후 7시경부터 고성 속초와 강릉, 인제 등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강릉과 인제 산불은 실화 등에 의한 발화지점 감식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속초 산불은 토성면 전신주에서 불꽃이 튀는 현상이 CCTV에 잡혀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한전은 전신주의 개폐기에 연결된 고압선에 강풍으로 이물질이 날아와 불꽃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신주 개폐기는 전국 곳곳에 산재한 장치이므로 고압선이 지나는 지역이라면 발화의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불꽃이 튄 전신주의 개폐기와 리드선 접합부에 플라스틱 재질의 덮개가 있었고 그 틈새에서 나뭇가지나 먼지 등 이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비가 좀 내렸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대형 산불의 재발 위험을 줄이고 한전 등의 책임소재를 밝히는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원인이 밝혀지고 책임소재가 가려지기도 전에 ‘탈원전 공방’이 산업계와 환경단체, 정치권으로 번져 본질을 흐려놓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2018년 한전의 영업적자가 발생하면서 이 때문에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이 대폭 줄었고 안전시설 점검과 교체에 차질을 빚어 발화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먼저 나왔다. 주로 SNS 등을 통해 논란이 번졌다. 야당에서는 이를 즉각 정치공세로 연결시켰고 원전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여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역공에 나섰다. 한전은 8일 해명자료를 통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국제연료가격 급등에 따라 연료비가 증가한 탓이며 탈원전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고 했다. 또 유지보수예산 감소는 2015년 이후 지속된 투자로 2018년부터 교체보강대상 설비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점검수선예산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야당과 원전업계의 문제제기가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웠다. 산불원인을 둘러싼 탈원전 공방은 아직 부분적인 사실에 근거한 성급한 주장으로 들린다. 창과 방패의 경쟁처럼 한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쪽에서 맞받아칠 자료가 나오고 역공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뿐이다. 이런 공방이 거듭되면 오히려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노력이 소홀해 지거나 자칫 정치적 주장에 휩쓸려 왜곡될 우려가 커진다. 섣부른 공방으로 본질을 흐릴 게 아니라 정밀감식 결과를 엄중하게 지켜보면서 과실여부를 가려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따지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단계에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전기노동자들이 밝힌 견해를 참고할 만하다. 전국건설노조 소속 전기노동자들은 시공 후 오랜 기간이 지나면 전선을 압축 연결한 부분에 수분이 들어갈 수 있고 계절에 따른 팽창과 수축이 일어나다 보면 전선 압축력이 떨어져 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설비교체보강예산이 줄면서 배전선로 유지보수공사가 예년보다 감소했다는 것을 체감했다는 자체인식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아직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들린다. 정부 당국과 한전은 우선 명확하게 발화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되 관련 자료와 결과를 국민에게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진술도 충실히 들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규명된 원인을 근거로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산불재발을 막기 위한 필요 조치를 서둘러주기 바란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스트레스 주는 인사 청문회
  • 권순직 논설주간|2019-04-11
  • 이번 칼럼은 국회 인사 청문회를 좀 더 건설적이고, 효율적이고, 격조 높은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제목을 바꿨다. 판사 부부가 35억원대의 주식을, 그것도 상당 부분은 그들의 업무와 연관된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팔았다. 부부 합산 5,500여회의 주식거래를 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장에서 이 사실을 “자신은 몰랐다. 남편이 다 알아서 했다”고 증언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엔 스트레스 쌓이는 소리가 요란하다. 혼자 깨끗한 척 다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우쭐대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엄청난 부동산투자(투기)를 해놓고 국민들로부터 묻매 맞으며 물러나면서 “아내가 다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내가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어찌 이리 판박이란 말인가. 한사람은 아내 탓, 한사람은 남편 탓, 코메디다.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장관 고위직 인사 때마다 빚어지니 국민들 가슴은 스트레스로 멍든다. 아내 탓, 남편 탓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 국회의 청문회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고위직 임명권에 대한 의회의 최소한의 견제 장치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고, 그래서 함께 일할 사람을 자신이 고르는 건 맞다. 그럼에도 국회에 청문회 권한을 부여한 것은 독주나 독선 과오를 막으라는 취지일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도 국민들의 손으로 뽑았기에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간 국회 청문회는 후보자들의 업무 수행능력이나 인품 등을 검증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했지만,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인신모독적인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에 적지 않은 견제 역할을 했다. 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반성도 많다. 그래서 제도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다. 그동안 표출된 청문회 후보자들의 주된 흠결은 부동산투기, 주민등록 위장전입, 부동산 매매시 다운계약서 작성, 주식투자, 논문표절, 세금탈루 등등이다. 일반 서민들도 이런 일을 하면 당당하게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다. 그런데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가장 막중한 나랏일을 할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다반사로 했다니 국민들은 억장 무너진다. 영(令)이 설 사람을 지휘자로 뽑아야 예컨대 부동산투기 편법증여 등으로 얼룩진 인사가 부동산정책 주무장관이 되고, 석사 박사학위 논문 표절자가 교육이나 문화 관련 장관이 된다 치자. 우선 소관 부처 직원들이 그를 어떻게 볼까. 인격적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지, 그런 사람이 내리는 지시를 정당하다고 여기고 몸을 살라 일을 할지 뻔 한 이치 아닌가. 인품도 훌륭하고 해당 분야 업무에 능통하고, 국민들 지탄받을 부동산투기나 논문표절 주식투자 위장전입 안한 인물이 대한민국에 없는걸까. 청와대 사람들은 그런 인사들은 거절하여 좋은 인재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코드 빼고, 캠프 줄이면서 탕평하면 얼마든지 재야 재조(在野 在朝)에 훌륭한 인물 많다고 본다. 검증 불신은 이제 도를 넘었다. 민정수석실이나 인사수석실의 무능 탓인지, 아니면 캠프 코드 위주의 인사 중에서 뽑다보니 그런건지 너무 심하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해놓고, 국민 눈높이에 도저히 맞지 않는 인사라서 낙마한다면 검증한 민정수석은 책임져야 마땅하다. 국회 인사 청문회 제도 개선은 아무래도 이 정부의 인사시스템 개선 이후에나 검토되는 게 순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 기자수첩
  • [기자수첩] 충분히 막을수 있었던 참사
  • 권규홍 기자|2019-04-19
  • 지난 17일 경남 진주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선 전국을 경악하게 할 끔직한 사고가 터졌다. 이날 새벽 아파트에 살고 있던 안인득(42)이 일부러 집에 불을 낸 뒤 놀라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무려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당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사고 발생 뒤 출동한 경찰들에게 체포 된 안인득은 범죄이유에 대해 “살기 싫어서 그랬다” 또는 “임금체불에 불만이 있어서”라는 등의 알 수 없는 소리들을 횡설수설하며 경찰을 당황하게 하였다. 안인득이 저지른 이 사고로 인해 해당 아파트는 쑥대밭이 되었고 한 가정에선 무려 사상자만 4명이 발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고 후 드러난 안인득의 과거 행적들이 드러나면서 부터다. 안인득은 지난 2010년 폭력 행위로 구속된 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1개월간 정신감정을 받았으며 감정결과 조현병으로 판정되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안인득은 조현병 판정이 난 이후에 아무런 격리조치 없이 2015년 12월 일반인들이 사는 이 아파트에 자연스레 입주했고 입주 이후에도 알 수 없는 행동을 남발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자주 일으켰다. 안인득은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알 수 없는 욕설을 내뱉거나, 윗층에 거주하는 미성년자들을 미행하고 이웃집 대문에 오물을 집어던지는 등 아파트내에서 갖가지 소동을 일으켰다. 결국 안인득은 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7번이 넘게 신고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출동한 경찰은 단순 소동으로 생각하며 훈방조치를 했다. 이 같은 경찰의 조치가 알려지며 시민사회는 경찰의 조치가 허술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18일 사망한 주민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분노한 유가족들은 “안 씨에 대한 신고가 10건 이상 있었다.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이 사람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느냐”고 경찰을 질타했다. 민 경찰청장은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할 것이며, 조사후 합당한 처벌조치를 취하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약속했지만 유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민갑룡 청장에 이어 78일만에 도정업무에 복귀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유가족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 경찰 등 기관이 함께 힘을 모았어야 하는 일 이었다”고 위로하며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번 일은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친 것”이라며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이번 가해자와 같은 사람에 대한 복지전달체계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이 개정돼 오는 10월부터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정보를 관계기관이 공유할 수 있게 돼 도와 시군, 의회 등과 힘을 합쳐서 안전한 경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안인득이 조현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안인득의 행적으로 보아 감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안인득이 범행전 미리 흉기를 준비했고 범행 당일날 휘발유를 준비했으며 방화를 일으킨 뒤 미리 1층 계단 길목에 자리를 잡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을 봐선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계획된 범죄”라며 “조현병 환자라고 다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인득이 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미리 예후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취를 취하지 못한 경찰의 대응이 아쉽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지난 2003년 개봉한 ‘성질 죽이기’라는 헐리웃 영화가 있다. 평소 성격이 순했던 주인공 데이브(아담샌들러)는 비행기에서의 승객들 간 사소한 시비로 인해 법정까지 가게 되고 판사는 데이브가 잠재된 폭력적 성향이 보인다며 ‘성질 죽이기’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명령한다. 법정의 명령에 반발하던 데이브는 결국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심리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잠재된 폭력적 성향에 대해 깨닫게 되며, 이를 치유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헐리웃 영화의 소재로 쓰이긴 했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사법 시스템은 개개인의 우발적인 소동을 그냥 넘겨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수가 있다. 사소한 사고 하나라도 만일 있을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하는 태도를 보이며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외형적이 아니라 내면까지 선진국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선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회자가 되지 않길 바라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 [기자수첩] 대한민국은 '감투 공화국'인가?
  • 유효준 기자|2019-04-17
  • 대한민국의 공조직에는 장(長) 자리가 너무 많다. 조직의 가장 작은 단위인 팀급에도 ‘팀장’, ‘부팀장’, 심지어는 팀원에게도 ‘ㅇㅇ분과장’ 등의 수식어를 붙여놓는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관료적 조직문화와 패권주의가 팽배한 현실에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주된 역할과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국가,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 안전한 국가를 이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한민국의 공조직은 아직도 특권을 자랑으로 여기고 반칙을 신조로 여기고 있다. 리얼미터의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법원(5.9%), 중앙정부 부처(4.4%), 군대(3.2%), 경찰(2.7%), 검찰(2.0%) 등 대부분의 기관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국민들의 시선이 이렇게 싸늘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도로교통공단의 경우 면허시험장 내 직제를 보면 필기시험장장, 기능시험장장, 기술장장 등 일반 실무자의 수에 비해 장(長)자리가 매우 많다. 권력적인 활동이 아닌 주로 대민업무만을 취급하는 지자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직원 20명 가량 되는 동사무소에도 동장, 각 분야 별 팀장, 부팀장 등을 쪼개 20명 중 10명이 장(長)직함을 달고 있다. 권력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경찰의 경우 간부인 경위 이상은 모두 장(長) 직함이 붙고 심지어 일선 경찰 실무자인 '경사'(7급)을 부팀장 '경장'(공무원 급수8급)을 부장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이를 견제해야하는 의회도 마찬가지다. 광주지역신문에 따르면 함평군의회는 전체 의원의 수가 7명인데 상임위 3개를 설치했다. 이렇다보니 함평군의회는 정족수 7명이 각각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3인, 간사 2인 등으로 모든 의원이 사실상 간부직을 꿰찮다. 또 상임위원회 구성에 맞춰 의원수가 7명인 의회의 경우 5,6급 전문위원을 각 1명씩 의원 수가 9명일 경우 5급 2명 의원수가 15명이하인 경우 5급 2명과 6급 1명 총 3명의 전문위원을 둘 수 있어 예산 낭비는 덤으로 이뤄진다. 함평군의회 뿐만 아니라 다른 의회들도 마찬가지로 관행처럼 자리만들기를 답습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공조직이 자신들의 신분과시와 명예를 위해 '감투 챙기기'에 몰두하고 예산 및 인력낭비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함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서민을 섬기고 책임지는 공직자의 자세다. 공직자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부서장’이 아니고 ‘국민’ 아니겠나. 자기 머리보다 큰 모자(감투)는 시야를 가리고 귀를 막을 뿐이다. 앞이 안보이고 귀가 안들리는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겠나? 자신의 시야와 귀를 가린 감투를 벗고 국민의 소리와 눈높이에 맞추려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 [기자수첩] 증인보호 프로그램이 시급한 대한민국
  • 권규홍 기자|2019-04-15
  •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자연 사건의 중요한 증인인 배우 윤지오씨가 약 두 달여간의 증언활동을 마치고 조만간 캐나다로 돌아간다. 장자연 사건 이후 고국을 떠나 캐나다에 머물던 윤 씨는 검찰과거사위재조사단이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사건의 유력한 증인자격으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발본색원과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랬다. 이 과정에서 MBC, 한겨레 신문을 비롯한 유력 언론들은 기존의 사건연루자로 이름이 알려졌던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박문덕 하이트진로회장, 권재전 전 법무부장관, 조선일보 전직기자 조 모씨에 이어 TV조선 방정오 전 대표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배우 이미숙, 송선미 등 연예계 종사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방 전 대표는 최초보도를 한 한겨레신문과 사건을 다룬 MBC ‘PD수첩’에 대해 “장자연 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으며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이목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집중되고 있다. 윤 씨는 이 과정에서 과거 수사기관들의 황당한 수사과정과 수사의지가 없었던 듯한 행보 등을 지적하며 이제라도 수사기관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 씨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윤 씨는 최근 석연치 않는 교통사고를 수 차례 겪었고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미행과 감시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변 보호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임시거처에 머물 때도 집에 수상한 흔적들이 보여 경찰에 호출을 했음에도 경찰이 오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청와대 청원에 ‘증인을 보호 해 달라’는 청원을 올려 청원이 20만을 넘기는 성과를 얻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14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찰청 피해자보호과에 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윤씨가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며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전문경찰관이 담당해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윤 씨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더불어 중요한 사건 증인에 대한 보호를 약속했다. 결정적인 증언을 하고도 신변에 부담을 느끼는 증인은 윤 씨뿐만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중요한 증언을 했던 노승일 씨는 지난 2월 광주의 자택 공사현장에서 의문의 화재로 인해 집을 잃었고, 기획재정부의 직원인 신재민 씨는 폭로를 한 뒤에 신변을 비관해 자살소동을 빚은 바 있다. 그리고 2015년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도입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국정원 직원은 한 야산에서 마티즈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하며 증인 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엔 증인 보호에 대한 관련 법률은 법률상으론 존재하지만 관련 법률 개정을 요하는 처참한 수준이라 목숨을 걸고 증언하는 증인들이 줄곳 신변 보호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과거 마피아를 비롯한 거대범죄조직들이 증인을 보복살해하는 사건이 늘어나자 1970년에 관련법을 제정했고 현재는 미국 연방 위증자 보호 프로그램(WITSEC)이 확립되어 증인들은 미국 법무부, 연방보안관 그리고 미 육군의 보호를 받으며 증인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 증인들은 이들 기관의 지원속에 개명, 여권번호 변경, 운전면허증 번호등 기초적인 정보 변경등과 거주지 이동과 각종 보호, 경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필요시엔 성형까지 지원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외에도 증인보호 프로그램은 캐나다,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 독일등 선진국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개정이 시급하다. 최근 윤 씨는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설립했다. 윤 씨는 “5대 강력범죄 사건에 해당되지 않은 피해자, 증언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들이 편히 지낼수 있는 시설과 경비, 경호등을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증인들은 각종 사건에서 이 나라를 바꾸어 왔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내부 고발자들과 여러 증인들의 증언이 사건 해결에 귀중한 단서가 되었다. 하루빨리 국가는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여 증인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나라야 말로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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