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내 포퓰리스트 ‘무리수’두지 말아야...

[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정두언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근 대중 인기 영합(포퓰리즘)적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의 책임정치 실현을 발목 잡고 있다.

두 최고위원 모두 재집권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을 부추겨 결국 정권을 야당에 내주게 되는 '부메랑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해야 한다는 이른바 '부자감세 철회'를 촉구했다. 2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중도개혁정당으로의 당 노선 변경과 관련해서다.

정 최고위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자감세를 하겠다는 정당과 하지 않겠다는 정당 중 누가 유리하겠느냐"면서 "감세철회로 생기는 수조 원의 예산을 앞당겨 무상보육 등 복지와 과학기술 육성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대국민 호소가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이상 추가 감세는 무리이며 법인세 최고세율 22%는 선진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당내 소장파가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객관적 근거다.

당내 서민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의 경우 위원회 산하에 특위를 꾸리고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서민에게 대출해 주도록 하는 등 다소 파격적인 선물세트를 준비해 공개했다. “한나라당의 살 길은 서민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말 당을 위한 충정인가?
표면적으로 두 최고위원이 감세철회· 복지증가를 역설하는 것은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당 체질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다. 전국 단위에서 실시된 6.2지방선거 결과가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감세 기조 불변이라는 정부여당의 입장이 부자들에게 당근만 주겠다는 메시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감세로 인해 발생한 여유 자본을 적극적으로 투자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라는 등 국정 운영 핵심 기조를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또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는 자연히 늘게 되는 수순을 밟기 때문에 벌써부터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정치적 발언은 시기상조다.

성과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7월 발표한 '국가채무 검토 및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10년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2009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GDP 대비 -1.7%를 기록했던 데에 비해선 경제회복이 빨라 세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197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실시한 91개 경기부양책 가운데 감세 정책이 성공사례로 꼽히는 등 감세로 얻어지는 국가 총량을 무시해선 안 된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빠른 경제회복 속도만큼이나 계층 간 체감 온도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양극화가 현 정부여당이 부자 정책으로 일관해서 나타난 결과라기보다는, 지난 10년 좌파정권에서 시작돼 악화돼온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처분 가능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1995년 0.278에서 2000년 0.305, 2005년 0.323로 상승하는 등 저임금 근로자 비중, 5분위 배율, 지니 계수 등 각종 분배지표가 악화돼왔다.

한편 정부가 9월에 발표한 2011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5조원 늘어난 86조3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9%다.

이는 정부여당이 두 최고위원에 앞서 인위적으로 계층 간 온도차를 좁히기 위해 '복지'로 대변되는 친(親)서민 정책을 점진적으로 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난 지방선거의 나타난 민심이 정부여당의 부자정책에 기인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뿐만 아니라, 서민중산층의 고통이 지난 정권에서 심화돼왔다는 점을 어필하지 못한 전략적 오류일 개연성이 높다.

'직설'은 '무인도'로 직행하는 크루즈
당내에서 발언과 주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자신의 위치와 운신의 폭이 결국 발언의 내용과 방향을 규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두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에 담긴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들 최고위원의 앞에 붙는 수식어에 힌트가 있다.

정 최고위원은 정권 초기 '개국공신'이라는 수식어로 당내 실세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했지만 '형님 공천' '권력 사유화'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주류 내부 분열을 초래하고 뒤로 밀려났다. '눈엣 가시'라는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이후 “자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류에 전달해 다시 요직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으로 복귀했으나 민간인 불법사찰의 배후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류 사이에 메울 수 없는 큰 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소신 있는 정치인'등 별칭을 얻으며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반사이익도 얻기는 했지만 말이다. 4선의 홍 최고위원의 경우 15년여 간 의정활동을 해오면서 '돈키호테' '독고다이' 등의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늘 따라다닌다.

두 최고위원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의 특징은 '혼자' 혹은 '외로움'으로 수렴된다. 정말 외롭다기보다는 이들의 화려한 이력에 비해서는 당내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데 방점이 찍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기댄 곳은 언론이었다. 직설적 화법으로 당 분위기를 가라 앉게 만들면서 자신들은 당이 아닌 국민들과 소통했다. 그리고 현재 이들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당내 소통을 거부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에 나선 대표적인 정치인이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다.

그는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당내에서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마찰을 빚었다.
유 원장도 당시에는 당을 거치지 않고 직설화법으로 언론을 경유해 국민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소위 '유빠'라는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열린우리당이 문을 닫고 정권이 넘어가면서 그의 존재 가치는 떨어졌다.
최근 국민참여당 창당에 기여하고 야권연대에 기반해 지방선거에도 나갔지만 힘도 제대로 써 보지 못했다. 덕(德)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들린다.

부자 감세 철회와 복지 증가는 두 최고위원이 공통분모로 정확히 짚어냈듯 서민 중산층으로부터 감성적 지지를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레토릭이다.

유권자 표심을 자극하는 손쉬운 수단인 대중 인기 영합(포퓰리즘)적 행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거 국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하지만 현실을 도외시 한 채 '해 놓고 보자'는 식의 이러한 분별력 없는 행태는 다음 선거의 회고적 평가에서 그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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