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쐐기골 어시스트, 공격수 만점 활약!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체력, 전술, 기술 모두 한국이 중국을 압도했다. 한마디로 완승이다. 홍명보호가 만리장성을 넘어 8강 고지에 태극기를 꽂으면서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우승 가능성을 드높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와일드카드로 팀에 합류한 김정우와 박주영이 중원과 공격에서 팀의 중심축을 잘 잡아줬고, 선취골을 기록한 이후에도 미드필드 윗쪽으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전체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이 뛰면서 기동력에서 우위를 보였고, 공수전환 속도도 빨랐으며 마무리 슈팅도 더 정확했다.

중국전 승리의 숨은 MVP를 꼽으라면 바로 지동원이다. 지동원은 후반 16분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벗어날 때까지 여러 가지 면에서 팀에 큰 공헌을 세우면서 한국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골을 기록하지 못해지만, 그의 발 끝에서 모든 골의 신호탄이 터져 의미를 더한다.

지동원은 중국전에서 박주영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담당했다. 박주영이 뒤로 빠져 폭 넓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공격에서 공중볼 다툼과 공간 장악에 힘을 기울였다. 박주영이 마음 놓고 상대 진영을 휘저을 수 있도록 그림자 활약의 임무를 부여 받았고, 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한국이 터뜨린 3골에도 모두 관여했다. 김정우의 선취골 장면에서 조영철이 빈 공간에 있는 것을 보고 긴 크로스를 올려 숨은 공을 세웠다. 박주영의 프리킥 골 이전에 파울을 이끌어내는 크로스 패스 역시 지동원의 발 끝에서 나왔다. 조영철의 쐐기골은 '택배'라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이날 지동원의 플레이 모습을 보고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황새' 황선홍 감독이다. 상대 수비수를 끌고 다니면서 자신보다 팀을 더 빛나게 할 줄 알고, 골잡이로서 득점 사냥에 나섬과 동시에 이타적인 패스 또한 동료에게 자주 건네며 공헌도를 더욱 높이는 그런 모습. 황선홍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바로 그 모습을 지동원이 펼쳐 보였다.

붉은 유니폼, 등번호 18번, 그리고 약간 마른 듯한 체구의 장신 공격수.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 스트라이커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황선홍 감독의 선수 시절 트레이드 마크다. 이번 중국전에서 지동원이 황선홍의 향기를 느끼게 해줬다. 겉모습도 그랬지만, 플레이 스타일과 골잡이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그런 느낌을 강하게 들게 만들었다. '리틀 황선홍'이라는 표현을 써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꼬리말> 올 시즌 K-리그 일정이 진행되던 여름 지동원, 박항서 감독, 그리고 황선홍 감독의 에피소드가 공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바로 지동원의 소속팀인 전남 드래곤즈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박항서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었던 황선홍 감독에게 "올 겨울 지동원을 2주 동안 지도해줄 수 있나?"라고 부탁했고, 황선홍 감독이 이를 흔쾌히 수락한 것. 황선홍 감독 역시 골잡이로서 지동원의 능력에 큰 기대감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과 황선홍 감독 모두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과연, 황선홍 감독의 '지동원 겨울 특훈'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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