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우선협상자 발표

[투데이코리아=오만석 기자]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던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본입찰이 15일 마무리되면서 재계와 기업 인수·합병(M&A)업계의 관심이 인수가격에 쏠리고 있다.

채권단이 매각하는 현대건설 주식은 모두 3887만9000주(34.88%). 지난 12일 종가기준으로는 2조8576억원이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3조5000억~4조원으로 추산된다.

외부차입금 없이 10조원 이상을 준비한 현대차그룹과 달리 현대그룹이 준비한 인수자금은 4조8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이 금액을 모두 떠안기에는 부담이 크다. 회사채 등을 포함한 외부 차입금이 2조원 가량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적 가격을 써냈다고 밝힌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인수 예상가는 3조5000억원에서 4조원대 초반이 유력하다. 당초 시장 예상치를 넘지 않는 수준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3곳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 3사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만 10조원 이상이어서 외부 차입 없이 인수가 가능하다.

현대그룹은 무차입 인수가 가능한 현대차그룹을 인식해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입찰 제안서에 인수 후 경영방침과 자금조달 능력 등 비가격 요소에 비중을 둔 추가 자료도 함께 제출했다.

당초 현대그룹은 인수자금 마련 등으로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였던 독일의 엔지니어링 기업 M+W그룹이 최근 인수 참여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그러나 동양종금증권의 지원에 지금까지 조달한 자금만으로도 얼마든지 인수전을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을 대신해 입찰장에 나선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은 “현대건설 입찰에 좋은 가격을 써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정호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서류제출 직후 “다윗과 골리앗의 불리한 싸움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그룹 관계자 모두 구체적인 가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채권단은 인수가격을 가장 우선시해 평가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최대 주주인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도 지난달 “평가에 있어서 인수가격의 비중이 3분의2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다만 유 사장은 지난 11일 자금조달 방식과 향후 비전, 경영능력 등 비가격 요소도 중요한 평가잣대로 활용하도록 채권단에 요구했다고 설명한 바 있으며, 14일 채권단은 운영위원회를 열어 비가격 요소 등을 포함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최종 확정했다.

채권단은 매각주간사 2곳(메릴린치와 산업은행·우리투자증권 컨소시엄)과 채권은행 3곳(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으로 심사단을 꾸렸다.

입찰 제안서는 매각 주관사들이 미리 확정했던 기준에 따라 입찰 제안서 내용을 검증해 점수를 매기게 된다. 이후 주주협의회 운영위 소속 3개 채권은행의 재검증을 통해 결과를 확정하게 된다.

다만 채권단은 가격과 비가격 부문으로 각각 밀봉해 접수받은 본입찰 제안서를 토대로 비가격 항목을 우선 평가하고 이후 가격부분을 열어 볼 예정이다. 가격을 먼저 볼 경우 선입견을 갖고 비가격 부문을 평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평가장소인 조선호텔은 철저한 보안이 유지된다. 외부와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 반입도 금지된다. 1박2일 합숙을 하며 평가를 하기 때문에 CCTV 등을 설치해 평가과정을 모두 기록할 예정이다. 혹시 모를 문제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이날 본입찰 접수 방식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해 이목을 끌었다.

본입찰 서류 접수 장소도 당초 메릴린치 서울사무소에서 입찰 마감 3일 전 변경했다. 15일 오전에야 최종 서류접수 장소가 조선호텔이라고 알려왔다. 이날 오후 3시, 즉 마감을 겨우 5시간 남기고 공개한 것이다.

마감 3일 전에 서류접수 장소를 바꾼 것도 모자라 마감 5시간 전에야 접수 장소를 통보하는 것은 그동안 국내 M&A에서 보기 힘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채권단은 15일 본입찰이 마무리됨에 따라 16일 오후 1시30분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주식매매 등 구체적인 매각절차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분기(1~3월)에 끝낼 계획이다.

<사진설명> 현대건설 본 입찰 마감일인 15일 오후 현대그룹 진정호 상무(왼쪽)와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이 입찰서류를 들고 접수처가 있는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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