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국제 명칭을 정식 의제로 논의하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오늘부터 모나코에서 개최된다. 이번 총회에서는 전 세계가 지도제작 지침서로 사용하는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에서 현행대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삭제하거나,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할지 여부 등을 결정한다. 그야말로 동해의 국제적 운명이 이번 총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해는 중국 요나라 때부터 19세기까지 이어져 온 동북아 역사의 공식 명칭이다.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는 일본의 옛 지도에도 모두 동해로 표기되어 왔던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20세기 초 러 · 일 전쟁에서의 승리를 계기로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역사적 왜곡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한반도 강점을 틈타 제멋대로 1923년 IHO 사무국에 동해를 일본해로 등록하고, IHO 사무국은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듣고 1929년 동해를 일본해로 명기한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에 관한 특별판을 출간함으로써 우리의 동해가 갑자기 일본해로 둔갑해 버렸다. 일제 때 주권을 빼앗기면서 우리의 바다 이름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제 일본 제국주의의 소산인 일본해라는 명칭을 동해라는 본래의 명칭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이번에 개최되는 IHO 총회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총회에서만은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 이번에 동해의 국제 명칭이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다면 앞으로 동해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은 이번 총회를 앞두고 일본해의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 세계의 저명한 지명 전문가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지지를 요청하는 동시에 모든 재외공관을 동원해서 IHO 회원국들에게 일본해 표기 유지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게다가 IHO에 상당액을 기여하고 있음을 내세우며 일본해 표기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IHO 회원국 탈퇴 가능성도 시사하며 국제사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민족적 자존심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며 민간단체인 “동해연구회”에 맡겨 놓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제안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우리의 국제적인 호소력과 협상력은 더욱 떨어진 상태이다.

잃어버린 동해의 명칭을 되찾는 것은 주권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해저지명 등록이나 해양과학조사,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설정 등 향후 한 · 일간 해양을 둘러싼 국가이익 경쟁에도 직결된 문제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동해라는 본래의 명칭이 명실상부하게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이번 IHO 총회에서 모든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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