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정치부 부장>

“순간의 판단이 10년을 좌우한다”라는 오래전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특히 정치인들은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의 정치인생이 끝나기도 하고 우연한 기회에 재기하기도 한다.

비근한 예로 지난 2002년 대선을 하루 앞둔 날 정몽준 의원은 노무현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합의를 파기하면서 현 정권에서 총리직을 수행할 기회를 아깝게 놓쳐 버렸다. 어쩌면 지금쯤 여권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정치사를 통틀어 이인제 의원만큼 부침이 심한 정치인이 또 있을까. YS에 이은 40대 기수로 패기와 열정, 정치적 경륜까지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가던 그가 한순간 끝없는 추락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는 청와대로 들어가는 문을 바로 눈앞에 둔 시점에서 차디찬 여론의 냉소와 무관심이라는 얼음굴에 갇혀 고뇌를 씹어야 했다.

오죽하면 '이인제 학습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그는 대권주자들이 당을 뛰쳐나가고 싶어 할 때마다 반면교사의 역할을 담임했다. 그 때마다 일부 언론은 '마녀사냥'식 보도로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 그러나 모든 게 그의 판단이 빚은 결과이다.

그런 그가 다시 재기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부 유력언론이 자신에게 가한 '테러'에 가까운 흠집내기식 보도에 울분을 토하며, 그야말로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지난 5년간의 빙하기를 지내온 것이다.

그는 미국의 양당주의를 우리나라에 뿌리 내리도록 하는데 자신의 한 몸을 바치겠다고 했다. 견제와 비판을 통해 건전한 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튼튼한 양대 정당을 갖추고,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통해 받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그래야 올바른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다”며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그는 성경에서 말하는 돌아온 탕자(?)처럼 민주당에 복당했다. 이번에는 판단과 결단이 그의 신념대로 잘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지금은 그의 표현대로 언론의 마녀사냥 식 매도 때문에 '나쁜 정치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고 있지만, 언젠가 세상이 그의 진정성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

언론은 한 인물에 대한 보다 공정한 평가가 요구된다. 그의 '과'만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그의 '결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역사적 사실도 함께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의 뜻대로 리버럴한 중도개혁주의 정당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그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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