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만석 기자]정부가 다음달 10일 스웨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중국이 요구해 목하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의 나라더러 “누구네 잔칫집엔 가지 마라. 안 그러면 재미없다”고 겁줬다는 말도 웃기지만, 그 말을 듣고 갈까 말까 고민중이라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더 웃긴다.

중국이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시상을 막으려고 류샤오보의 가족, 친지, 소위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가택 연금이다 뭐다 해서 대리 참석을 원천봉쇄 시킨 것까지야 자기네 나라 사정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도대체 남의 나라에 잔치 참석을 하지 말라고 하는 무례한 요구에 고민할 게 뭐가 있나.

중국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요구에 고민하고 있는 자세야말로 조선역사 500년의 미덕이었다는 '사대주의'의 재탕이라고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오슬로 주재 중국 대사관을 통해서도 한국을 포함한 각국 대사들에게 시상식 참석을 자제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모양이다.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중국 요구에 개의치 않고 참석하기로 했고,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19일 현재 러시아와 쿠바, 카자흐스탄, 모로코, 이라크 등 자국내 중국처럼 인권 문제로 안좋은 시각을 받고 있는 나라들은 초청에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는 중국의 영향권에 있는 아시아의 소국들과 함께 시상식 참석 통고 시한인 15일을 넘기고서도 참석 여부를 통보하지 못하고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첫째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노르웨이 주재 한국대사가 정부를 대표해 시상식에 참석해왔다. 따로 사절단을 꾸려 보내는 사안도 아니고 매년 관례대로만 하면 된다.

둘째로 우리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안하고는 우리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로 중국의 요구는 주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중국의 이런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를 두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지금 막 G20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한껏 올라가 있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급락시키는 한심한 행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로 중국의 인권탄압 정책에서 발생된 이번 노벨평화상 불참석 해프닝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자국 국민들의 인권을 가벼이 여긴다는 오해를 국제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요구 없이도 불참을 밝힌 몇몇 나라들처럼 자국내 인권을 억압하는 그런 형편없는 나라가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처구니 없는 이런 요구까지 들어주면 앞으로 중국이 더 무리한 요구를 들고나올 때도 똑같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다가 들어줄 수밖에 없는 전례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기회에 중국의 무리한 요구는 단호히 물리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로 떠오르면서 지금 글로벌 환율.무역전쟁과 영토분쟁에서 서방국들 및 일본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의 반체제인사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것이 자국을 견제하려는 서방의 의도적인 '중국때리기'의 일환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도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커가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진정한 강대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자유와 인권이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습을 점진적으로 보여야 한다.

따라서 이번 반체제 인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오히려 자국내 자유와 인권을 신장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세계 경제 2인자로 등극한 자국의 위상에 걸맞은 처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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