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신사업 육성 집중…이재용 부사장 체제 박차

[투데이코리아=조정석 기자] 삼성이 그룹 컨트롤 타워 책임자에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을 내정해 사실상 과거 전략기획실을 부활시켰다.

삼성 특검수사로 2008년 7월 해체됐던 전략기획실이 2년4개월 만에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승진이 기정 사실화된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과거 전략기획실장이었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은 삼성카드 고문으로 각각 선임됐다.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그룹차원에서 이같은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 후 귀국길에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선 그룹 전체의 힘을 다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인사를 지시했다.

이 회장은 또 "21세기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고 심하다"며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 변화를 대비해 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과거 전략기획실의 오래된 팀장급 임원들도 일부 교체할 예정이다.

신설되는 조직은 그룹차원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데 집중하게 된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또 그룹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주력하게 된다.

조직의 형태와 인선, 명칭은 검토 중이다. 조직 구성 날짜 역시 미정이다.

과거 전략기획실장 역할인 조직책임자에는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이 내정됐다.

김 부회장은 삼성SDI의 최고경영자(CEO)로서 현장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차전지 등 신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운 경험도 있다.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으로서 신수종사업을 준비해 왔다.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에 대한 인사는 '문책성'이라고 삼성은 밝혔다. 이인용 부사장은 "과거 전략기획실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직 신설은 과거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이후 삼성 안팎에서 제기됐던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미래를 아우르는 과감한 투자결정이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의사결정 속도에 있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룹 후계구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이는 곧 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학수 고문의 인사를 두고 과거 이병철 선대회장의 '분신' 역할을 했던 소병해 비서실장의 경우와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회장으로 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았을 당시인 1987년 그룹의 안살림은 소 실장이 책임졌었다. 3년 후인 1990년 이건희 회장은 소 실장을 삼성생명 부회장으로 전출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이병철 시대와 이건희 시대는 분명 달랐다"며 "다가올 미래에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1990년과 2010년의 상황이 크게 보면 다르지 않다"며 "이번 인사는 그룹 후계구도를 위한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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