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UAE전 연장 후반 막판 통한의 실점, 24년 만의 우승 물거품!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스포츠에서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죽을 힘을 다해도 깨지지 않은 것이 또한 징크스다.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을 노리던 홍명보호가 결국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결과론적이지만 UAE와의 준결승전에서 홍명보 감독의 노림수 2가지는 모두 빗나갔다. 결승행을 위해 경기 시작과 마지막에 승부수를 던졌지만, 홍명보 감독의 카드는 외려 패배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홍명보 감독의 첫 번째 승부수는 홍철이었다. 이날 한국은 박주영을 원톱에 놓고, 좌측부터 홍철-김보경-조영철에게 공격지원을 맡겼다. 8강전까지 박주영의 그림자로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지동원을 빼고 그 자리에 김보경을 배치시켰다. 그리고 김보경이 담당하던 좌측 날개의 임무를 홍철에게 맡겼다. 기동력이 좋고, 수비력까지 겸비한 홍철을 투입해 공수에서 동시에 득을 취하겠다는 것이 홍명보 감독의 계산이었다.

홍철은 기대에 부응하듯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국의 주요 공격루트를 책임졌다. 하지만 세밀함이 떨어졌다. 좌측에서 올려주는 크로스가 계속 부정확해 원톱 박주영이 중앙에서 슈팅을 시도할 기회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측 날개인 조영철도 부진하면서 한국의 날갯짓은 답답한 모습에 그쳤다.

원톱 박주영은 최전방 중앙에서 찬스가 오지 않자 전반 중반부터 후방과 측면으로 빠져서 플레이를 했다. 상대 수비를 이끌어내면서 동료들의 2선 침투의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두 날개는 측면 일변도의 플레이에만 그쳤고, 결국 박주영이 만들어주는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효과적으로 공격력을 끌어올려지 못했다.

중앙에 배치된 김보경은 지동원과 비교했을 때 움직임의 폭이 좁았다. 홍철과 조영철이 종적으로만 움직이는 상황이라 김보경은 다소 처져서 플레이를 했다. 좌-우-중앙을 고루 오가면서 박주영에게 공간을 열어주던 지동원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박주영은 뒤로 빠져서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다른 선수들 역시 연쇄적으로 다각도로 움직이면 자신의 공간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홍철과 조영철의 움직임이 너무 수직적이었고, 김보경은 이전과는 달리 공격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많이 뛰고 있었지만 한국의 공격은 어색한 조합으로 짜임새를 더하지 못했다.

연장 후반까지 UAE 골문이 열리지 않자 홍명보 감독은 승부차기를 염두해 두는 모습을 보였다. 골문을 지키던 김승규를 빼고 이범영을 승부차기 승부수로 띄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연장 후반 종료 시점에서 마지막 교체카드를 골키퍼 교대로 사용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범영이 김승규보다 승부차기 상황에서 더 강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순발력에서 이범영이 더 앞서 있기에 승부차기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문제는 교체 시점이다.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 있던 순간에 골키퍼 교체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경기장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미세한 부분이 결국 통한의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 부분을 놓고 '너무 갖다 붙인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에서 골이 많이 나는 순간 중에 하나가 바로 선수 교체 직후인 것을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교체 직후 선수들이 잠시 말을 주고 받거나 수비 위치를 조금 바꾸는 그 순간, 상대의 공격은 그 좁은 빈틈을 파고들면서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만약, 홍명보 감독이 경기 흐름과는 무관한 순간인 연장전 시작이나 연장전 전반 종료 이후에 이범영을 투입했더라면 어땠을까.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잡고도 골문을 계속 열지 못할 때 생각나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기성용이다. 한국은 UAE전에서 세트 피스 기회를 많이 잡았다. 상대가 밀집수비로 진을 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세트 피스 공격이 우리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여러 차례 세트 피스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최근 킥 감각이 절정에 달해 있는 기성용이 있었더라면, 좀 더 날카로운 세트 피스 공격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결국 한국은 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부터 6회 연속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단 한 번의 슈팅에 골키퍼가 알을 까면서 분루를 삼킨 적도 있고, 9명이 뛰는 팀에게 골든골을 허용하기도 했다. 믿었던 와일드카드가 승부차기를 놓치면서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극심한 중동 편애판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일명 '버저비터'를 얻어맞고 침몰하고 말았다. '아시안게임 잔혹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쨌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또 다시 우승은 물 건너 갔다. 최선을 다해 3-4위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제 남아 있는 목표다. 우리보다 약한 상대가 '전략적 열세'를 선택하고 나올 때, 좀 더 효과적으로 상대를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확실히 익혀야 한다는 숙제를 비싼 수업료를 내고 또 한 번 느끼게 됐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지불한, 눈물이 날 만큼 아까운 수업료가 더 큰 무대인 런던올림픽에서는 꼭 멋진 성과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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