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생명의 초록빛이 온누리를 장식하는 계절의 여왕 5월의 끝자락에 맞는 싱그러운 성년의 날. 눈부시게 푸른 날에 장미꽃다발과 향수를 받아들고 짓는 20살 처자의 미소처럼 아름다운 게 또 있을까요.

그러나 장미꽃 스무 송이나 향수 또는 달콤한 키스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집에서 모든 걸 보살펴 주던 나이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학업이나 앞으로 먹고살 궁리도 차차 스스로 세워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또 이제는 자기 행동에 관용없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나만 생각하며 어리광 부릴 나이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하는 연령대로 접어든다고 요약해도, 아마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년 돌아오는 성년의 날이지만, 올해 성년의 날은, 그리고 올해 성년의 날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더욱 각별히 느껴집니다. 올해는 바로 대선이 있는 해이고, 올해 성년의 날을 통과한 사람들은 어른이 되자마자 대통령 선거라는 막중한 시험에 노년층, 장년층과 같이 대등한 자격을 갖고 시험관으로 투입되는 다소 버거운 임무도 맡게 됩니다.

혹자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평가합니다. 경제난은 쉽게 좋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지쳐서 '이게 다 노무현 탓이야'를 중얼거립니다.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인이 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웠던 한국의 제반 사정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멋지게 성장해 주어 참으로 고맙습니다. 모든 게 노무현 탓이라고 중얼거리는 의욕상실증 환자 같은 모습이 아니라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갈 방도를 강구하고 있는 강한 사회초년생 혹은 대학 저학년의 모습이 오늘 성인의 날을 맞는 주인공의 평균치인 것 같아 든든합니다.

아울러, 이기적인 20대라고 흔히 폄하하지만 음지에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부족한 월급이나 용돈을 쪼개어 내놓는 것을 짧으나마 취재를 나가며 심심찮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학점과 토익, 취직준비에 상아탑이 죽어간다고들 걱정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거대담론과 나눔을 이야기하는 것을 봅니다.

나날이 청년층이 보수화되어 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나름대로 주관을 갖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더 많다면 성향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없는 소비동물이 되어 가는 20대라고 언론들은 대서특필(혹은 과장 내지는 호들갑)하지만, 가끔 세라비(C'est la vie)라고 합리화할 정도라면 괜찮겠지요.

이제 타락한 홍진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당신.

당신이 세상의 안 좋은 면만 먼저 배워 땡땡이치는 회사원, 공부 안 하는 학자, 복지부동 공무원이 되지 않고, 민간기업으로 가든 학계로 가든 공직으로 투신하든 간에, 앞으로도 지금처럼 순수하고 화사한, 열정적인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남아 주길 바랍니다.

오늘 짓던 장미꽃처럼 환한 미소가 늘 얼굴에서 떠나지 않길 바라고,

앞으로 한-미 FTA 타결로 세상 분위기가 설혹 더 각박해진다 해도 늘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나눠주는, 나이든 사람들에게 오히려 귀감이 되는 시민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나, 올해 연말 대선에 나름대로 소신있게 성인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길 기대합니다.

당신의 성인식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