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 의원 세비 인상안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전국이 북한군의 연평도 무차별 포격 사태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국회의원들은 슬그머니 세비를 5.1%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26일 예산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원의 수당과 입법활동비를 포함한 내년도 의원 세비를 올해 1억1300만원에서 1억1870만 원으로 570만원 올리는 인상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

여야가 국민과 언론의 시선이 북한의 무차별 포격 사태에 쏠려있는 틈을 타 '만장일치' 합의를 본 것을 두고 국민들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사사건건 이견을 보여왔던 여야였기에 더 그렇다.

이번에도 바른 목소리를 잘 내는 민주노동당이 나섰다.

"백번 양보해 세비 인상이 꼭 필요했더라도, 때를 알아야 한다. 온 국민이 전쟁이냐 평화냐 하며 위태롭게 서해를 지켜보고 있을 때, 세비인상이나 논하고 있었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지 묻고 싶다"며 전쟁이라는 일촉즉발의 비상 국면 속에 자행된 의원들의 제 밥그릇을 챙기기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세비에 관해 지난 10월 박희태 국회의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의원들의 세비를 오히려 깎은 적이 있을 뿐, 지난 13년간 동결돼 왔다”며 의원 세비 인상을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의장의 발언과 달리 국회의원 세비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인상돼 65%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998년 국회의원의 급여는 6820만원에서 2000년에 7510만원으로 인상됐고, 2004년에 1억90만원으로 1억원을 넘어섰으며, 2007년에 1억670만원, 2008년 1억1300만원으로 오른 뒤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동결 조치됐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전직 의원들에게 매월 120만원씩 지급하자는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바 있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온 국민이 전쟁의 공포로 불안에 떨고 있는 와중에 '만장일치 세비 올리기'나 하고 있었다니 국민들은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세비 인상 만장일치'국회의원들이 작금의 국가적 비상 사태에 한 일은 또 무엇인가.

서로 의견을 모아야 하는 국가 비상시국에 중국의 책임회피성 수석대표 6자 회담 제의, 대통령의 침통한 대국민 담화문 등 일련의 사안에 대해서는 매번 이견으로 일관하며 분열된 모습을 보이다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둘도 없는 형제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의원 세비는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된다. 4대강 예산 깎아서 국방예산 늘리자면서 이명박 정부의 압박했던 민주당만이라도 이같은 후안무치한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반대표를 던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내년 받을 세비의 일부를 떼내어 국방예산에 투입하자고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였어야 할 것이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서민들, 생존권 투쟁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자리가 없어 시름에 젖어있는 백수 백조 청년들로 가득한 이 한반도는 이제 전쟁의 공포까지 떠안고 있다. 이런 시국인데도 국회의원들의 세비 인상은 진정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아직 늦지 않았다. 진정으로 최근 북한의 본토에 대한 무차별 포공격과 경제난, 취업난 등 총체적인 국민들의 어려움을 아는 선량(選良)임을 자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세비 인상안'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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