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결과적으로 찻잔 속 태풍이 됐다. 이달 초부터 거세게 불어 닥쳤던 검찰발 사정정국은 북한의 연평도 피격으로 형성된 안보정국에 묻혀버렸다.

청목회 입법로비의혹 등을 받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해지면서 정국의 긴장도가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북한 해안포의 위력에 냉각됐다.

'민간인 사찰' '대포폰'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여당에 각을 세웠던 민주당이 "초당적 협력" 선언하며 국회로 복귀했을 때 여론의 시선은 연평도로 급 선회했다.

정국을 규정하는 이슈가 '사정'에서 '안보'로 전환되고 여론의 집중도가 분산되면서 정치권의 명암도 뚜렷해졌다.

<청목회 로비 의혹 의원 소환일정 연기>
청목회입법로비의혹을 받고 있던 국회의원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들에 대한 소환일정을 내달 초순으로 미뤘다.

청목회로부터 1000만원 이상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최규식·강기정(민주당), 권경석·조진형·유정현(한나라당), 이명수(자유선진당)의원 등이 소환대상으로 알려졌었다.

해당 의원들의 출석 날짜를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로 잡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향후 대응 방향과 이에 따른 구체적 방안을 놓고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안보정국은 한동안 지속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정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서울광장서 철수한 손학규 대표…정체성 부각 물거품>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매우 아쉽게 됐다. 야당 대표로서의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당내 영향력을 높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서울광장에서 국회 복귀를 선언했기때문이다.

그는 대포폰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해 광장에서 대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선언했지만 불가피하게 하루 만에 번복했다.

손 대표가 장외투쟁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정치권 관계자들과 일부 언론들은 그의 행보를 주목했고 리더십 평가에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손 대표의 행보는 2004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그것과 흡사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수세에 직면했을때, "한나라당에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시면 당이 변하고 달라지겠다"며 천막당사에서 총선을 이끌어 참패를 모면했다.

위기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구해낸 박 전 대표는, 이를 발판 삼아 대중정치인으로 도약했고 유력한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이런 사실에 주목해보면 손 대표의 야심찬 정치적 행보는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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