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자세 안보 전략적 측면에서 새로 정립해야

▲ “중국은 북한과 피로 맺어진 우정을 잊은 적이 없다"

[투데이코리아=구재열 기자] 지금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외환 최다 보유국으로서 초강대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

이 거대 중국과 우리나라는 20년 가까운 경제협력으로 친해졌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남북한 간 평화정착과 통일에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 지각이 유래없이 불안정한 지금, 동북아 정세와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이 기획하고 있는 한반도의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러시아 외교문서가 밝혔듯이 6·25 전쟁은 김일성이 구소련의 원조와 승인 하에 발발한 침략전쟁임이 공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시진핑 부주석은 이 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으로 주장했다.

중국과 세계를 경영하게 될 차기 지도자의 이 같은 한반도 인식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의 협력 없이 한반도 통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북통일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 통일만 보더라도 주변국의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통일 독일의 거대한 힘을 우려한 영국과 프랑스는 겉으로는 찬성, 뒤로는 갖은 방해공작을 폈지만 미국과 소련의 의지가 워낙 강해 통합이 가능했다.

10년 전 후진타오 주석이 중국의 새 지도자로 등장했을 때 남한의 북한 전문가들은 후진타오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후 주석의 개혁 개방 의지와, 그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별로 친밀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불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한반도 변화를 기대했지만 결국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올해 시진핑이 후진타오를 이을 중국의 새 지도자로 확정됐을 때도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친한파' 운운하며 남북문제 해결에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베이징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 기념일에 "위대한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맞서 조선을 지원한) 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며 “중국은 북한과 피로 맺어진 우정을 잊은 적이 없다"며 우리의 장밋빛 기대를 짓밟았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관계발전의 현실적인 수요 측면에서 그동안의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고 한중 관계의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으로 개척해 나아가자고 선언했다.

2년이 흐른 지난달 28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중국 정부를 대표해서 청와대를 방문한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또다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들먹이며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일관적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날 다이빙궈는 이를 위해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때가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바로 다음날 중국은 “긴장이 높아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긴급 6자 회담을 제안한다”는 일방적 발표로 우리 정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며칠 뒤 세계적인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서 가운데 "중국이 이번 6자회담 전에 한국을 제외하고 중-미-북 3자회담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참으로 대단한 중국이다. 이런 중국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들이 평소에 주장해 온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의 중립적 입장'을 취하겠다"는 기만이었고, 우리와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주장도 공염불에 불과한 것임이 드러났다.

우리가 아무리 공들여 중국을 우방으로 삼고 싶어도 짝사랑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 중국 지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북한은 전장에서 피를 나눈 혈맹'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남한은 1993년 이래 중국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해 1만 여개의 기업을 세웠고, 현재도 35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중국 현지에서 외국기업들의 대(對)중국 투자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면서 오늘의 중국을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런데도 중국은 미국에 북한과 함께 3자 회담을 갖자고 함에 따라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에 동조하고 있음이 재확인된 것이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로 들어오자 당황한 중국이 유화책이라며 내놓은 것이 6자회담 긴급제안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남한과는 입으로만 '동반자 관계' 운운하고 내심으로는 북한과는 '혈맹' 운운하며 연평도 도발과 같은 북한의 엄청난 행위를 부추기고 방치한 중국의 태도에 화가 치민다.

이제는 우리도 지나치게 중국을 짝사랑해 온 자세를 접고, 상대의 태도에 걸맞은 외교와 무역 정책을 정립해 실천해 가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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