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임 이호철 부산지방조달청장

[사진설명=이호철 부산지방조달청장]

지난 1월 신임 부산지방조달청장으로 부임한 이호철 청장(51).

지난 79년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 중 행시 23회에 합격한 뒤 재경부 정책조정총괄과장, 본부국장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이면서,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경제자문관, 일본 경제기획청 경제연구소에서도 근무한 '국제통'인 이청장은 부산지방청 부임 후 짧은 기간 이지만 지역경제 활성을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임과 동시에 지난해 조달이용 우수고객을 직접 찾아가 감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가 하면, 종전과는 다른 형식의 '공공조달EXPO'를 개최해 민, 관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익적 민간법인으로는 전국에서 최초로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물자ㆍ용역ㆍ시설물 관련 조달서비스 이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7년의 IMF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저서 'IMF 시대에도 한국은 있다 - 한국 경제위기의 진단과 처방'으로 제10회 자유경제출판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청장은 스스로를 '이코노미스트'라 소개할 정도로 경제전문 관료이지만 때로는 경제관련 책을 출간하는 저자로, 서예와 유화 개인전을 여는 예술가로, 그리고 단소와 색소폰을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음악인으로도 생활하고 있다.

프랑스 유학시절 자동차 지붕에 달린 라디오 안테나를 보고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이청장은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관료로서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청장과 일문일답.

-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줄곧 중앙부처나 국제관계 일을 해왔는데, 부산지방청이 첫 지방근무지 인가? 그리고 부산의 첫 인상은 어땠는지.

▲ 재경부 시절에는 프랑스, 일본, 미국과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조달청에 오면서 처음 지방에 오게 됐다. 조달청 본부가 있는 대전에 잠시 있다가 지방청 근무로는 부산이 처음이다.

부산은 산과 바다, 그리고 사람의 3박자가 잘 갖춰진 매우 인상적인 도시이다. 부산은 자연 경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제2 도시답게 인적자원과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전 세계에 자연이 아름다운 경승지는 많지만 부산처럼 사람까지 북적이며 인간미 넘치는 곳은 드물다.

- 한국의 IMF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저서를 내놓아 '자유경제출판문화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서를 쓸 당시 어떤 점에서 우리나라에 IMF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앞으로 제2의 IMF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나.

▲ 당시의 원화의 환율은 비정상적으로 고평가되어 있어 환율의 조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이를 적절하게 완화시킬 방안 마련이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큰 경제이기 때문에 다른 위기는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외환의 고갈 같은 사태는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IMF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히 늘어나는 등 위기에 대한 대응력이 커졌다. 향후의 문제는 우리의 잠재성장력을 어떻게 유지․확대시켜 경제 활력을 되찾느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다른 행정 관료들과 달리, 저서 출간은 물론 그림과 서예, 그리고 심지어 색소폰과 단소도 그 실력이 수준급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바쁜 와중에 언제 어떠한 계기로 이 같은 취미생활과 인연을 맺게 됐는가.

▲취미생활에 많은 시간을 투입한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생활의 리듬이 필요했기 때문에 잠깐 잠깐의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삶의 변화와 활력을 갖고자 했던 것이다. 사람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한다면 차창 밖에 지나가쳐가는 한 순간의 사소한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 단소와 같은 국악기 연주를 통해 우리 소리에 대한 멋과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 프랑스 유학시절 자동차 지붕에 달린 라디오 안테나를 보고 발상의 전환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직생활을 해 오면서 고정관념을 타파해 본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 고정관념의 타파의 사례는 많이 있다. 금년 봄 처음으로 개최된 부산 공공조달엑스포 행사를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 이 행사는 수요기관인 정부기관들과 물품․시설 공급기관인 중소기업이 만나서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다.

지금까지의 행사는 중소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전시하고 수요기관 관계자들이 이를 관람하는 형태였다. 이런 유형의 행사는 많기 때문에 이번에는 행사방식을 바꾸어 보았다. 수요기관인 정부기관들이 우리는 금년에 이런 물품과 공사를 할 예정이라는 것을 부스(Booth)를 만들어 전시하고 중소기업 관련자들이 이를 관람하는 형태였다.

이제 민간주도의 경제시대를 맞아 정부기관도 문턱을 낮춰 기업인들에게 사업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해 전시방식을 바꾸었는데 그 반응이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 지금도 우리 국민들은 IMF시절 못지않게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이 지금보다 잘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하나.

▲ 우리 국민들은 몇 차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 왔다. 우리 경제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우리 국민들은 '이게 아니다' 싶으면 저것으로 발 빠르게 움직인다.

우리의 산업 구조는 60년대 농산물에서, 70년대 섬유 등 경공업을 거쳐 80년대 철강 등 중화학공업으로, 그리고 90년대 이후 첨단 반도체 등 IT 산업으로 짧은 시간 내 옮겨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들이 이런 순발력이 둔화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된다. 정부도 우리 경제의 순발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려는 국민의 근로의욕과 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주어야 할 것이다.

- 공직에 근무하면서 가장 행복했고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였는가.

▲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잘 살게 되는데 관료로서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보람을 느낄 것이다. 예컨대 지난 99년 외화위기 후유증으로 대우사태가 발생한 어수선한 때, 향후 10년 동안 먹고살 것을 궁리하면서 '디지털 TV 조기방송계획'을 만든 적이 있다.

당시는 경기가 어려운데 왜 이런 대형투자를 시작하느냐고 말렸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향후 벌어질 국제경쟁에서 밀려 난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방송국은 선진국과 같은 속도로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고, 우리기업들이 PDP, LCD-TV 양산체제에 대한 투자를 앞당겨 지금은 수출효자 상품이 됐다.

- 끝으로 부산지방조달청의 자랑과 부산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산지방조달청은 적은 인원이지만 전 직원들이 한 가족처럼 합심하여 일을 하고 있다. 또 조달청은 정부기관이지만 부산지방청 직원들은 관료의 구태를 벗고 고객들에게 서비스한다는 기본정신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넓은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의 시민들은 매우 개방적이다. 지역의 경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부산의 진취성을 살린다면 글로벌 시대에 좋은 날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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