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했지만 한미FTA비준이 더 문제… 산 넘어 산

[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한나라당이 8일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고 309조567억원 규모의 2011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났고, 급기야 국회의원과 보좌관들까지 응급차량으로 후송되는 등 폭력국회가 재현됐다.

이날 여당 단독국회로 내년도 예산안뿐 아니라, 야당이 '4대강 특혜법'이라고 반발해 왔던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과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면서 향후 '정국급랭'은 외통수가 돼 버렸다.

결국 예산안 심의를 두고 여대야소 국회일 때면 어김없이 반복돼 온 몸싸움과 본회의장 점거, 여당 단독 강행처리라는 공식을 해체할 뾰족한 도구는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의 비판도 만만찮다. 올 한해 무한반복해 온 장외투쟁으로 비판 여론만 거세졌고, 특히 정기국회 기간 터져나온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를 두고 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당 지도부의 전략부재를 강도높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 손학규 체제로 새출발한 민주당은 원외투쟁을 고수했던 정세균 전 대표와 달리, '타협의 귀신' 박지원 원내대표를 통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라는 새 전술을 한동안 실험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 역시 거대여당의 갑작스런 예산안 단독처리로 막상 야당의 주머니에 들어온 것은 아무 것도 없다.

171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이 좀더 타협과 양보정신을 보여주지 않고, 예전과 똑같은 물리적 통과 전략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타협정치를 외치던 한나라당의 주머니도 비어버린 것은 매한가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을 열고 "4대강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그것(예산 강행 처리)이 부메랑이 돼 결국 2012년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예산 강행처리 후 상투적인 멘트였던 '최선' 또는 '차선'이라는 용어 대신 “이것(예산안 단독 강행처리)이 '정의'라고 생각한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북의 연평도 도발로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위태로운 시점에 '야당의 예산안 처리 지연전술'에 더 이상 말려들 수 없었다고 강변한 것이다.

이로써 장외투쟁 대신 협상 정치를 실험해온 한나라당 김무성·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신뢰도 무너지게 된 만큼 상당 기간의 정국 경색과 냉기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내년초로 예정돼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여야간 격렬한 마찰음과 몸싸움이 또다시 예상된다. 김무성 대표가 한·미FTA 비준 역시 대화로 안될 경우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이번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암시까지 한 상황이다.

대화와 타협의 장이 돼야 할 여의도 의사당이 결국 올해도 폭력과 몸싸움의 장으로 한해의 막을 내리게 됐다. 진정 여의도에도 봄은 올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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