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일변도 전술 탈피, 수비 안정화 더해 더욱 탄탄해진 전력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아스날이 지난 5년 동안 지속된 무관의 오명을 올 시즌 씻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 시즌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현재 아스날은 리그에서 라이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및 첼시와 살얼음판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FA컵, 칼링컵 및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 13라운드 직후 에버튼의 주장 필 네빌은 인터뷰에서 "아스날은 챔피언의 모습을 갖고 있다"라며 진일보한 아스날의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의 아스날. 그 숨겨진 비결을 공격과 중원 및 수비로 나누어 살펴봤다.

# 샤막의 가세로 이룬 '공격다변화'

올 시즌을 앞두고 아스날은 스트라이커 부재를 걱정하는 처지에 몰렸다. 지난 시즌 초반 14경기에서 8골을 기록한 로빈 반 페르시가 장기간의 부상으로 팀 전력에 차질을 빚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덴마크 출신 공격수 니클라스 벤트너 마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빠졌다.

이에 아르센 벵거 감독은 안드레이 아르샤빈을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지난 시즌 후반부 부상에서 복귀한 벤트너가 좋은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반 페르시의 잦은 부상과 에두아르도 다 실바의 FC 샤흐타르 도네츠크 이적 등 그 어느 때 보다 공격수 영입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결국 벵거 감독은 보르도에서 뛰고 있던 마루아네 샤막을 영입하는 카드를 내밀었다. 결과는 대성공. 샤막은 큰 키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유연성과 기술, 스피드 및 패스 능력을 두루 보유하고 있는 '만능 플레이어'다. 여기에 큰 키와 높은 타점은 측면의 바카리 사냐와 가엘 클리시의 양질의 크로스를 소화하기에 적절하다. 이로써 아스날은 측면 크로스 공격 구사에 숨통을 틔게 되었다.

샤막은 볼튼과 샤흐타르, 버밍엄 시티, 울버햄튼 전에서 결승골까지 터트리며 아스날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스트라이커 부재 고민을 깨끗하게 날려버렸다. 여기에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반 페르시까지 가세하며 아스날의 공격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반 페르시, 샤막, 벤트너, 사미르 나스리, 아르샤빈, 시오 월콧 등 양질을 공격수를 다수 보유한 아스날은 남은 시즌과 컵대회 경기에서 진일보한 공격전술 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 '중원의 비밀병기' 잭 월셔

'아스날의 미래' 잭 월셔의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 시즌 벵거 감독은 4-3-3으로의 전술 변화를 선언했다. 전술변화와 함께 아스날은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이며 시즌 막바지까지 첼시, 맨유와 우승을 다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격일변도의 전술 운용이 문제였다. 무리하게 공격으로 쏠린 무게중심은 공수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이에 아스날과의 일전에 임하는 상대팀들은 미드필드를 생략한 채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긴 침투 패스나 상대적으로 열세인 센터백의 약점을 노려 세컨드 볼 찬스를 노렸다. 이는 수비형 미드필더 알렉산드로 송에게 지나친 수비 부담으로 작용했다. 비록 아부 디아비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중원에서 1차 저지라인을 구축했지만 공격에 무게를 둔 전술은 수비전환 속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올 시즌 벵거 감독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월셔와 송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 앉히며 전체적인 수비 조직을 5~10미터 정도 아래로 배치시켰다. 결과는 '수비의 안정화'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아스날의 미래' 월셔의 활약이 버팀목이 됐다. 송과 함께 수비형 미들로 나선 월셔는 포백 라인과 공격수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월셔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는 넓은 시야와 침착함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월셔의 급성장은 파트너 송의 공격본능을 일깨웠다. 지난 시즌 홀딩 미드필더로 과도한 수비부담에 허덕이던 송은 이번 시즌 적극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등 공격에 참여하는 빈도가 늘었다. 송은 이미 4라운드 볼튼전에서 첫 골을 신고한 것을 시작으로 9라운드 맨시티전과 10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쐐기골 및 결승골을 터트렸다. 월셔-송-파브레가스로 이어지는 '중원 3인방'은 유기적인 공수 커버플레이로 팀 밸런스의 안정감을 높여주고 있다.

# 스킬라치-코시엘니, 수비안정화 이끌다!

4-3-3 전술 운용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아스날은 화끈한 공격 축구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반면 상대 역습에 지나치게 쉽게 수비 뒷 공간을 내주며 실점하는 등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이에 벵거 감독은 올 시즌,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수비 전략을 채택했다. 벵거 감독은 지난 5년 동안의 공격지향적 전술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아래로 내렸다.

상대 공격에 수비 뒷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벵거 감독의 의도는 올 시즌 적중했다. 수비라인이 아래로 내려옴과 동시에 월셔와 송의 수비형 미들필더까지 가세하며 수비의 밸런스가 맞아 떨어졌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 공격수와 비슷한 라인에서 대기하며 순간적인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상대 롱패스에 곧잘 무너지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올 시즌 아스날은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거나 롱 패스를 노릴 경우 뒷걸음질 치며 공격수보다 물러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공격수에게 뒷 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다. 비록 상대 공격수가 볼을 받고 돌아서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비 뒷 공간을 차단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한 발 먼저 걷어내며 지난 시즌과 다른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새롭게 영입된 프랑스 출신 센터백 조합 세바스티앙 스킬라치와 로랑 코시엘니의 안정된 움직임이 수비라인의 견고함을 더하고 있다. 스킬라치-코시엘니 센터백 조합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문제로 지적됐던, 상대에게 세컨볼 찬스를 쉽게 내주는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냐-스킬라치-코시엘니-클리쉬로 이어지는 '프렌치 4인방'의 포백 라인은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그 어느 시즌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그간 가장 큰 골치덩어리로 지적되던 골키퍼 부분에서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지난 시즌까지 후보였던 우카시 파비안스키가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전 골리로 활약하고 있다. 파비안스키는 16라운드 현재 18실점으로 선전하고 있다.

공격지향적 전술 운영에서 탈피한 아스날이 공격과 중원 수비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씻을 준비에 한창이다. 리그 우승과 칼링컵 및 FA컵 그리고 '꿈의 무대' 챔피언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향후 아스날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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