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좋아 매상도 하락, 대형업체 진출은 설상가상… 재료에 의문

[투데이코리아=박일 기자] "경기가 좋지 않아 안 그래도 매상 떨어지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말 죽을 맛입니다."

전국 82개 롯데마트 매장이 일제히 마리당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하자 인근 영세상인들은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일 오전부터 붐빈 서울 각지 롯데마트와 달리 인근 소형 통닭집들은 전날에 비해 한결 줄어든 주문전화 탓에 한산했다.

롯데마트 영등포점 근처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A씨는 롯데마트의 공격적 경영에 걱정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사장은 "동네에 작은 가게 하나 생겨도 신경이 쓰이는데 대형마트가 앞으로도 통닭을 계속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면 분명히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불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통큰치킨의 지나치게 낮은 가격(5000원)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가게는 닭 재료값만 5000원을 넘고 거기다가 유통마진, 배달비용까지 들어간다"며 "5000원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영등포점 근처에서 영업하는 다른 업주도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통닭 1마리를 1만1000원에 팔고 있다는 B씨는"어차피 롯데마트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 통닭을 활용하고 있다"며 "단돈 500원이 남더라도 롯데마트는 그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마트가 들여오는 생닭 가격을 3000원 정도로, 인건비까지 합한 총 비용을 4500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마트 금천점 부근에서 '치킨필레오'를 운영하는 소문환 사장(37)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9시께 찾아간 치킨필레오에는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가장 손님이 많을 때인 이 시간대에 3~4테이블은 차 있어야 정상이라는 게 소씨의 설명이다.

소씨는 롯데마트 통닭의 인기가 곧 사그라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매출 부진의 여파를 염려하고 있다.

소씨는 "'어떤 맛인지 한번 먹어보자'는 심리가 1주일 정도 갈 것 같다"며 "생각보다 맛이 없다는 말도 나오는 걸 보면 (우리 가게 매출도)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같은 영세 사업자들은 1주일 동안 닭을 팔지 못하면 생계 자체가 위험해진다"며 "롯데마트가 이 사업을 계속 한다면 업종을 전환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통닭집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구로점 부근 통닭집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로점 인근 구일 SK허브 아파트단지에 있는 통닭집은 어림 잡아도 3개 이상이다.

치킨매니아를 운영하는 한 여사장은 통큰치킨의 품질을 의심했다. 그는 "과연 정상적인 기름으로 튀기는지 궁금하고 나아가 원재료가 신선한 닭인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둘둘치킨 사장 정종원씨(46)는 매출 감소를 걱정했다. 정씨는 "주말에 마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기서 통닭을 사게 되면 우리 가게 주말 매상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가격이 어느 정도 비슷하면 가게들끼리 나눠먹기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가격차가 워낙 크다보니 사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핫썬치킨을 운영하는 이모씨(51)도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이씨는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아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20~40% 떨어졌는데 대형점포가 치킨을 파니 우리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통닭장사는 원래 여름이 성수기인 반면 겨울은 비수기다. 게다가 롯데마트가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도 통닭업계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업종 중 하나였다.

치킨필레오 사장 소씨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우리 구역에만 통닭집이 10개나 있다"며 "만약 롯데마트가 매장 내에 자체 통닭 브랜드를 만들고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에까지 접어든다면 우리 구역 가게들은 무방비상태에서 다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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