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타 인터뷰의 어두운 그림자!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수영 평영 200m에서 19세 소녀 정다래가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분 25초 02의 좋은 기록에 터치패드를 찍으면서 중국의 쑨예를 0.25초차로 누르고 시상대 맨 높은 곳에 섰다. 이로써 대한민국 여자수영은 지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여자 접영 200m 조희연)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면서 가능성을 재확인하게 됐다.

12년 만의 새역사를 창조한 정다래는 출중한 실력과 함께 한점 꾸밈없는 순수한 모습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언론의 관심도 매우 뜨거웠다. 정다래가 '금의환향'한 뒤 최소한의 휴식 시간도 없이 행사와 인터뷰 및 방송출연 등의 강행군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아쉬운 것은 정다래에 대한 소식이 수영 외적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메달의 의미보다 '광저우 5대얼짱', '정다래-성동현-김경진 삼각관계' 등 자극적 소재들이 더 부각되면서 '정다래 검색 기사'가 채워져 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정다래가 가진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극에 달했다.

지난 9일 정다래는 인터뷰 기사를 통해 '박지성 박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날 인터뷰에서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바로 '다래가 뽑은 남자 얼짱은 누구죠'라는 질문이었다. 정다래는 "동현이는 제외하고 배구선수가 좋더라고요. 김요한 오빠는 '와' 할 정도예요"라고 말한 뒤 "축구선수 중에는 박지성이 최고죠. 월드컵에서 달릴 때 보이는 말근육이 짱이더라고요"라며 박지성과 김요한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이에 인터뷰어 기자는 '박지성의 돈 때문에 끌리는 것 아닌가요'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정다래는 "아니에요. 멋있어요. 돈을 많이 버나요"라며 도리어 되물었다.

기자의 비상식적인 질문은 계속됐다. "1년에 70억원 이상 벌걸요"라고 말하자, 문제의 '박지성 박피' 발언이 등장한다. "와! 그래요. 얼굴, 박피하시지"라고 정다래가 이야기한 부분이 크게 부각됐다. 인터뷰어 기자는 이 부분에서 괄호까지 써서 '모두 박장대소했다. 정다래는 TV 화면을 통해 본 박지성의 좋지 않은 얼굴 피부가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라며 친절하게 정다래의 마음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이 내용이 담긴 인터뷰가 나간 이후 '경솔한 행동이다' 등의 비판여론과 함께 '박지성 박피', '박지성 비하' 등의 검색어가 담긴 기사들이 급속도로 퍼졌다.

연일 이어지는 비판여론에 시달린 정다래는 지난 10일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먼저 이런 기사를 유포되게 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전 아무것도 아닌 그냥 운동선수이지만, 그렇게 크신 세계스타를 두고 얼굴로 놀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명한다고 올린 글이 아니라 그런 기사가 나간 것도 분명히 제 잘못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박지성씨 팬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다래는 "남의 얼굴 지적할 정도로 제가 잘난 얼굴도 아니고 실력도 세계적 선수도 아니다. 앞으로 더노력해 저도 꼭 큰 사람이 되겠다"며 '박지성 비하' 발언을 부인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정다래가 논란이 커지자 자신이 입에 담았던 '박지성 박피 발언'을 전면 부인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슈를 만들기 위해 기자가 작업(?)을 한 것일까? 진실은 오직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정다래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등장한 '박지성 박피 논란'은 개운치 못한 뒷 맛을 남기며 스포츠 스타와 언론 사이의 불완전한 공생 관계를 또 한번 내비치고 말았다.

필자도 기자다.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다 보면 인터뷰의 의도와는 다른 내용이 잘못 전달될 수 있다. 기자도 사람이기에 상대의 생각을 완벽하게 캐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일종의 사고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인터뷰 기사가 완성되면 가장 먼저 인터뷰이에 알리고, 혹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되거나 전달된 내용이 있으면 꼭 연락을 취해달라고 부탁한다. 현재 상황을 보면, 인터뷰어 기자와 정다래가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마지막 단계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기자가 없는 말을 완전히 지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어린 정다래가 그냥 쉽게 흘렸던 말이 결국은 큰 파장을 낳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다래가 직접 이야기한 것처럼, 과정이 어찌됐든 사건의 원인제공은 정다래가 했다. 이번 일로 정다래는 4차원 이미지가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일순간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아차렸을 것이라 생각된다.

공교롭게도 정다래의 인터뷰가 문제가 되고 난 뒤, 박지성은 라이벌 아스널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날아올랐다.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면서 팬들을 기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본의 아니게 관심을 더 받고 있는 정다래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다래가 박지성처럼 묵묵하게 실력으로 미래를 헤쳐나가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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