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스타발굴은 K-1의 영원한 숙제

<사진=셔독닷컴(www.sherdog.com)>
[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지난 11일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2010 파이널에서 '더치 사이클론' 알리스타 오브레임(30.네덜란드)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이로써 오브레임은 종합격투무대인 스트라이크포스와 입식타격무대 K-1 모두 정상에 오르는 최강의 사나이가 됐다.

오브레임은 이번 대회에서 스타 격투가들의 부재와 대진운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입식타격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그이기에 우승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매 경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면서 K-1의 신예들과 노장들을 모두 격파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오브레임의 우승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계속 느껴졌다.

사실 오브레임은 종합격투기가 주분야이지만 격투기에 입문했을 당시에는 입식타격으로 시작했다. 초창기 오브레임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마른 몸매였으며 스피드를 이용한 타격가였다. 그러나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활동했던 형 발렌타인 오브레임의 영향을 받아 종합격투기로 눈을 돌렸다.

오브레임이 입식타격 출신이긴 하지만 그의 우승은 K-1 선수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정통 입식타격가가 아닌 선수에게 타이틀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오브레임은 아직도 MMA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제2의 선택으로 여긴 K-1 우승을 차지했으니 K-1 선수들의 입지도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오브레임의 우승과 함께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이 K-1의 세대교체 실패다. 피터 아츠, 레이 세포, 제롬 르 밴너 등은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이들을 능가하는 20대 신예들이 대거 등장해야 K-1이 더 박진감 넘치는 구도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출중한 기량을 갖춘 신예는 극히 드물었고, 결국 그 틈을 오브레임이 비집고 들어간 상황이다.

대회에 앞서 K-1의 세대교체 노력이 있었다. 과거보다 많은 신인들이 출전했으며 본무대에서는 헤스디 거지스, 라울 카티나스, 프레디 케마요, 벤 에드워즈 등 4명의 신예가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신예들이 본선에서 강력한 인상을 주지 못하면서 K-1의 세대교체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니엘 기타, 타이론 스퐁 등 중고선수들이 활약을 했지만 신예들과 기존 선수들과 실력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K-1의 흥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를 둘러 보면, 스타 파이터들의 부재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추성훈, 데니스 강 등의 격투 스타들의 K-1을 떠났고 '제2의 최홍만'이 나오지 않으면서 K-1의 열기가 식은 지 오래됐다. 여기에 3회 우승에 빛나는 레미 본야스키의 부상과 폭행사건으로 불참한 '흥행 카드' 바다 하리의 부재가 겹치면서 흥행에 큰 타격을 주었다.

경기력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K-1에서 화끈한 KO승 경기가 줄어들고 판정경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시청률로 이어지면서 수익에 큰 차질을 빗게 했다.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수익모델이 다양하지 않다. 중계권료와 입장권에 크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투기가 흥행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K-1 역시 스타 발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브레임의 우승에 씁쓸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은 필자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앞에 설명했듯이, K-1 무대가 약해졌고, 흥행성이 떨어지며, 노쇠화 되어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오브레임의 우승 속에서 K-1의 불투명한 미래와 시급한 숙제가 비춰지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