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중재자 역할 통해 과거 대국 이미지 되살려

[투데이코리아=오만석 기자] 우리 군의 연평도 포사격훈련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한반도 긴장 관련 긴급회의를 끝으로 연평도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달여간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연평도 외교전'의 최대 수혜국은 어디일까.

우선 자존심을 회복한 러시아가 손꼽힌다. 그간 한반도 정책에 소외됐던 러시아는 미·중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과거 대국의 자존심을 어느 정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우리 군의 연평도 포사격훈련에 반기를 들긴 했지만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한반도에서의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행보를 펼쳤고 이로 인해 향후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입지를 넓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러시아는 결국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일종의 '피스메이커'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를 했다.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문제에 강력히 개입했고,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등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였다는 평가이다.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듯 했지만 연평도 사건 직후 당당히 중국 앞바다(서해)에 핵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를 배치하면서 중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속내도 전세계에 알렸다.

반면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한층 더 돈독히했을 뿐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돌연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협의'도 이미지 관리를 위한 의도된 외교행보라는 비난 속에 결국 무산됐다.

다만 언제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독대할 수 있다는 대북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향후 한반도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실익을 챙겼다.

북한은 여전히 '막무가내 국가'로 국제사회에 재인식되면서 외교적 고립을 자초했고, 우리나라는 외교적 조치는 미흡했지만 북·중·러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평도 포사격훈련을 감행함으로써 주권국가로서 적절한 군사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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