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동계올림픽 퍼펙트 우승부터 박태환 아시안게임 3관왕까지!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2010년은 어느 해보다 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2월 밴쿠버올림픽을 시작으로 초여름에는 남아공월드컵이 펼쳐졌고, 11월에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이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매 대회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저력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짜릿한 승부와 멋진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던 2010년. 올해 펼쳐졌던 한국스포츠의 명승부 명장면 가운데 베스트 10을 꼽아봤다.

#1. 스피드 스케이팅 - 모태범/이상화/이승훈 금메달

캐나다 밴쿠버 땅에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역사가 새로 쓰여졌다. '겁 없는 신예'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신화창조의 주역이다.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을 연거푸 따돌리고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저력을 뽐냈다. 남자 500미터에 출전한 모태범이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500미터에도 이상화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은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남녀 500미터를 동시에 제패한 나라로 등록됐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환한 이승훈은 1만 미터에서 상대 선수를 한 바퀴 이상 따돌리는 진풍경을 연출하면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톡톡 튀는 신세대 3총사의 활약으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2. 피겨 스케이팅 - 김연아 올림픽 우승

'피겨 여왕' 김연아가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최고의 선수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김연아는 최고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얼어붙게 만드는 무결점 연기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완벽한 우승을 만들어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78.50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얻은 김연아는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150.06의 역대 최고점수를 받으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합계 228.56점. 여자 선수들에게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200점을 처음으로 돌파한 데 이어 200점 대 중반에 가까운 점수를 얻어내면서 여자 피겨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김연아의 금메달로 한국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에 이어 피겨 스케이팅까지 제패하면서 '빙상 트리플크라운'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3. 남자축구 -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의 기염을 토해냈다. '당당하고 유쾌한 도전'을 모토로 내건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유로 2004 챔피언 그리스를 완파하면서 16강행의 주춧돌을 쌓았다. 전반 7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 선취골로 연결했고, 후반 7분 '캡틴' 박지성이 상대 패스를 끊은 뒤 질풍 같은 돌파에 이은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작렬했다. 2-0 완승. 한국은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했으나,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면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했지만,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이면서 세계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4. 여자축구 - 17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 한일전

시나브로 성장하던 여자축구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하더니,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우승을 이뤄냈다. 결승 상대가 일본이라 더욱 감격적이었다. 나이지리아, 스페인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잇따라 꺾고 기세를 드높인 태극소녀들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전 끝에 전후반을 3-3으로 마쳤다. 연장전 들어서도 접전을 펼치면서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결국 승부차기. 일본의 여섯 번째 키커 무라마츠 도모코의 슛이 크로스바를 튕겼고, 이어 나온 한국의 마지막 키커 장슬기의 슛이 시원하게 일본의 골 네트를 가르면서 승부가 종료됐다. 한국축구 역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의 대업을 태극소녀들이 만들어냈다.

#5. 여자복싱 - 김주희 타이틀전

'미녀 복서' 김주희가 투혼의 승리를 거두고 4대 기구 통합챔피언에 오르는 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김주희는 필리핀의 주제스 나가와를 상대로 4대 기구 통합 타이틀 방어전 및 세계복싱연맹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을 치렀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주도권을 잡은 김주희는 경기 중반 버팅으로 눈 부위가 심하게 부어 오르면서 위기를 맞았다. 한 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원근감이 잡히지 않았고, 상대는 부상 부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부상 정도가 너무 심해 기권을 해야 할 상황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주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 후반부에 접어들어 소나기 펀치를 상대 안면에 꽂아 넣으면서 역전드라마를 완성했다. 복싱팬들이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투혼의 승리'가 오랜만에 국내에서 펼쳐졌다.

#6. 여자농구 - 세계선수권대회 브라질전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세계적인 강호들을 꺾고 세계 8강 진출에 성공했다. 1967년 준우승을 거뒀던 '약속의 땅' 체코에서 대한민국 농구의 매서운 맛을 다시 한 번 펼쳐 보였다. 첫 경기였던 '남미의 강호' 브라질과의 경기가 하이라이트였다. 세계 4위인 브라질을 맞아 한국은 고전이 예상됐다. 최장신 센터 하은주를 비롯해 가드 이미선, 최윤아 등 부상자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극낭자들은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자세로 잘 싸웠고, 경기 종료 6.8초 전 김지윤이 가로채기에 의한 결승 레이업슛으로 1점 차의 짜릿한 역전드라마를 펼쳤다. 이후 한국은 말리를 꺾고 12강에 진출했고, 일본과의 혈전에서도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오르며 아시아 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7. 남자육상 - 100미터 김국영

정말 오래오래 기다리고 기다렸던 육상 남자 100미터 기록이 드디어 깨졌다. 무려 31년 만에 새 기록이 탄생했다. 영광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은 대표팀의 신예 김국영. 김국영은 제 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나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예선에서 10초 31을 마크하면서 1979년 서말구가 멕시코시티의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작성한 10초 34의 기록을 0.03초 앞당겼다. 그리고 하루 뒤에 펼쳐진 준결승전에서는 10.23의 놀라운 기록으로 9초 대 진입을 향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의 나이는 이제 만 19세.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에 무한질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8. 프로야구 - 플레이오프 명승부

가을 하늘에 '각본 없는 5부작 연속 야구드라마'가 펼쳐졌다. 롯데 자이언츠를 꺾고 올라 온 두산 베어스와 정규리그 준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 5전 3선승제로 펼쳐진 플레이오프에서 두 팀은 매 경기 전력을 다했고,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면서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갔다. 5경기 모두 1점 차로 승부가 갈릴 정도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결국 마지막 5차전 연장 11회말에 승자가 가려졌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삼성이었다. 그러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명승부에서 모든 힘을 쏟아 부었던 것이 역시 큰 부담이었을까. 삼성은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4연패를 당하면서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9. 남자수영 - 박태환 3관왕

박태환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도전자의 입장에서 맹훈련을 거듭했고,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화려한 기량을 뽐내며 '마린보이'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자유형 200미터에서 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박태환은 400미터에서도 중국의 추격자들인 쑨양과 장린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따냈다. 100미터에서도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면서 대회 3관왕에 올랐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대회 3관왕에 등극하면서 세계 최고의 수영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박태환의 선전에 힘을 얻은 것일까. 여자수영 평영 200미터에 출전한 정다래도 깜짝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수영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10. 여자양궁 - 중국에 설욕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양궁은 눈물을 곱씹었다. 홈팀 중국 관중들의 매너 없는 방해 공작에 흔들리면서 개인전 금메달을 중국 선수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2년 전 뼈아픈 기억을 되새긴 한국 여자양궁은 단체전에서 중국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4엔드 마지막 3발을 남겨둔 상황에서 165-168로 뒤지면서 패색이 짙었지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동점을 이루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1차 연장 역시 동점으로 마친 태극낭자들은 2차 연장에서 3명 모두 10점 만점을 쏘며 중국을 넉다운시켰다. 드라마 같은 역전승으로 2년 전 패배를 확실히 설욕했다. 이어 남자 단체전에서도 태극전사들이 결승에서 중국을 꺾으면서 대회 8연패를 달성했고, 남녀 개인전에서도 윤옥희와 김우진이 우승을 차지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양궁 전 종목 석권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신궁국가 대한민국'의 저력을 만방에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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