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첨예한 한미FTA 비준동의안 '미네르바 처벌 법' 양측 입장 절충해
헌재 결정에 갈등 해소하는 '정치 정상화' 필요하다는 경고 담겨 있어

[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확고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결정에 따라 이익과 손해의 차이가 너무 클 때 손해 본 측의 반발이 지나치게 크면 사회적 혼란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주며 절충하는 '황희정승식 솔루션'이 유용해진다.

28일 헌법재판소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단독상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과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이 꼭 그랬다.

비준동의안 단독상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야당의 심의 및 표결권이 침해됐지만 상정 행위는 유효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동의안이 통과되기 전까지의 과정은 문제가 있지만, 통과된 동의안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애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재는 권한 침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야당의 손을, 상정 행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여당의 손을 각각 들어줌으로써 최소한 어느 일방의 편을 들어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반발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정치적 고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기통신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도 비슷한 맥락이다. 헌재는 해당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어떤' 표현행위가 '어떤' 공익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어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결정했다.

이것은 범죄 행위와 이에 대한 처벌은 법률에 규정돼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인데, 요약하면 헌재는 문제의 전기통신법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 중 어떤 가치(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는지 여부를 심판해 달라는 요청에 문제가 된 법 조항이 법률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고 헌법에서 보장한 '신체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살짝 피해 간 것인데, 왜냐하면 헌재도 밝혔듯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행위와 범위는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칼로 두부 자르듯'이 결정하면 사회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된다는 점은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헌재의 결정이 있고 난 후 극심한 반발 대신 대체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의 반응은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고 헌재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깎아내리기만 할 것이 아니다. 이번 결정에도 숨겨진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문제는 결국 헌재의 심판을 받으러 오기 전 국회(정치)에서 해결돼야 할 것이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 하지 않고 대화와 합의를 통해 갈등을 줄여나갔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와 이를 제약할 형벌을 규정하는 과정이 국회에서 원만하게 진행됐다면 이 문제도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면서 문제가 이렇게 커진 것을 정치 때문이라고 합리화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주요 요인은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헌재의 결정에는 우리 사회 안에 있는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의 정상화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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