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011년 정치권에 바란다

낮은 투표율, 정치-사회간 괴리 크다는 것 시사
'정치가 있어야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극복해야

이슈와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지난해 있었던 제5회 6.2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종시 이전 문제와 4대강 사업 등 국가적 정책사업을 놓고 각계각층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종교계까지 세속(世俗)의 논란에 뛰어들었다.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 된 천안함 폭침은 안보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무상급식은 北風을 찻잔 속에 가둬둘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유권자들이 정치적 의사를 나태낼 수 있는 이슈와 정책은 부족하지 않았고, 쟁쟁한 후보자간 유세 대결과 상대방간 비방전은 흥행을 위한 조건이 됐다.

개표 결과 전국투표율이 54.5% 나왔다. 앞서 있었던 전국단위 선거인 제4회 지방선거(51.6%)와 2008년 18대 국회의원선거(46.1%)보다 높았다. 투표율을 단기적인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참여는 증가한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달라진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68.4% 였다. 국민 10명중 7명 가량이 투표했는데 15년새 5명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국단위 선거인 대선을 놓고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1987년 13대 대선 투표율이 89.2% 였다.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오게끔 하는 요인들이 충분한 데도 정치 참여가 꾸준히 감소해온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투표율 저조와 정치무관심 현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뽑아 놓으면 뭐하나'라는 말이 정치권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입장이지 않나 싶다.

지키지 못할 공약들을 남발하고, '네탓' 공방을 벌이다 몸싸움 하고, 대형사건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등 국민들의 기대치에 벗어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실제 자신들의 삶과 무관한 정책이 집행된 게 많아 '달라지는 게 없더라'는 원망 섞인 국민들의 평가도 정치무관심을 부채질 했을 것이다.

정치무관심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져온 만큼 정치권과 국민(시민사회)은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가 되는 것이다. 기자에게 어느 한 시민이 "국회를 없애고 그 자리에 공원이나 임대주택을 짓는 게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가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치권의 2011년은 그 다음 해에 있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은 없어 보인다.

대권을 위한 거물 정치인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고, '이대로 가면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변화를 외치는 선수들의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전망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정치는 피곤하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정치권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예전 모습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의 행보는 이성(異性)간 구애 행위와 비슷하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며 자신을 선택해줄 것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쓸데없이 인기영합적 정책 등을 남발하거나 추운 겨울 장외로 나가 표를 달라고 호소할 게 아니다. 선거가 2년여 남은 만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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