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의욕 뿌리부터 좀먹는 매국행위"

[투데이코리아=송인석 기자] 국내 최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핵심기술을 한탕주의 유혹에 빠져 유출시킨 것은 "국내 산업의 연구개발 의욕을 뿌리부터 좀먹는 매국행위"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삼성전자 냉장고 개발 그룹에서 12년간 근무하다 3년전 삼성전자 협력업체를 설립한 김모씨(42). 김씨는 삼성의 일류 기술을 자양분으로 '대박의 꿈'을 키웠다. 기술상, 영업상 비밀을 빼돌리는 데는 삼성 냉장고 제조기술팀에 근무하는 고교 후배 유모씨(40)와 전직 동료 석모씨(49.지명수배)가 조력자 역할을 했다.

김씨는 창업 이전부터 후배 유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양문형냉장고 관련 자료를 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선배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유씨는 백기를 들었고, 2008년 5월 냉장고 개발 핵심파일 2개(연구개발비 1082억원)를 건넸다.

김씨는 내친 김에 석씨마저 꼬드겨 양문형 냉장고 개발기술파일 118개(연구개발비 3258억원 상당)를 3차례로 나눠 불법취득했다.

2007년 삼성광주전자 용역업무 과정에서 우연히 취득한 89개 파일까지 더하면 김씨가 2년새 손에 넣은 삼성 영업비밀 파일은 무려 209개에 달한 셈이다.

김씨의 범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불법취득한 파일을 이용해 중국 회사와 1년에 24억원을 받기로 기술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1차로 2억4000만원을 받아챙겼다. 김씨는 이같은 계약에 따라 홍콩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회사에 기술지원을 하려던 중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이들을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6일 주범 김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유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문방진 판사는 "자신이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기업과 국가 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은 아랑곳 않고 한탕주의에 빠져 핵심기술과 경영정보를 해외 경쟁업체에 넘기려고 한 행위는 회사에 대신 배신을 넘어 매국행위"라고 판결했다.

또 "지역 경제 측면에서도 취약한 기업의 지역 유치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범죄"라고 규정했다. 문 판사는 "이들의 범죄는 단순한 경제범죄가 아닌 국익을 훼손하는 국가적 중대범죄로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후배 유씨의 경우 고교 선배의 부탁으로 아무런 금전적 대가없이 범행에 가담했고, 이후 회사를 그만둔 점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은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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