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투기 놀이터가 되는건 막아야한다.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2011년 신년 벽두부터 금융계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로 시끌벅적하다. 논란은 이제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하나금융은 잇딴 신문광고와 가처분신청으로 외환은행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반박광고는 물론 장외 투쟁을 계속하며 하나금융의 인수를 성토하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 노조는 "업무시간에 은행원이 있어야 할 곳은 길거리나 집회장소가 아니다"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2011년 신묘년 새해가 밝은지 채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갈등이 이 정도라니, 그 갈등의 원인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외견상으로 갈등은 인수합병되는 외한은행 노조의 고용승계와 임금 등 '밥그릇 지키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파고들면 '먹튀논란'을 낳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의 불법성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위험성 등 크게 두 가지의 쟁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에 두 가지 쟁점에 근거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논란을 파헤쳐봤다.

#.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 불법성 논란

정부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다는 사실을 처음 공표한 것은 2003년 7월22일,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블룸버그통신과 가졌던 기자회견 자리에서였다. 당시 김 부총리는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32.5%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를 론스타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2003년 8월27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인수 계획에 서명했다. 이후 논란은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요건을 가질 수 있느냐로 집중됐다.

은행법 시행령 5조는 "외국인이 은행 주식 10% 이상을 보유할 경우 그 자격을 '은행업 증권업 보험업 또는 이에 준하는 업으로 금융감독위원회가 인정하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론스타는 상위법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의거 외환은행 대주주의 지위를 획득했다.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산법 규정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은행 인수 자격에 예외를 두고 있다.

하지만 당시 외환은행은 금산법이 규정하는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다. 외환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9.6%로 금감위의 가이드라인 8%를 웃돌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로서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던 건 금감원이 추정한 외환은행 향후 경영 전망치 때문이다. 전망치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2%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003년 7월 금감원이 발표한 외환은행 종합검사 결과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6개 부분의 경영상태에서 '보통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더욱이 부실 여신 규모를 나타내는 고정 이하 여신 비율도 당시 시중은행 평균인 3.3%보다 낮은 3.0%를 나타내며 부실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금감원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외환은행이 외자유치에 실패할 경우 외환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9.3%로 추정했다. 이는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8%보다 높은 수치다. 더욱이 이 수치는 당시 '외환카드 손실' '하이닉스반도체 평가손'을 비롯 'SK글로벌 충당금' 및 하반기 추가 할당금을 모두 감안한 수치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감원은 2003년 하반기 중 추가부실이 발견돼 9654억원의 충담금을 쌓아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BIS 6.2%를 완성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거듭났다. 이후 론스타는 배당금 등 떡고물 챙기기에 혈안이 됐다. 은행의 모든 업무는 단기성과 위주로 집중돼 은행 본연의 기능이 크게 손상됐다. 더욱이 지점장이 수백억원씩 횡령하는 것은 물론 수천억원대 부도 직전의 딱지어음 용지를 발급해주는 등 내부통제력 마저 잃었다. 결국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약 5조원 규모로 외환은행을 넘기며 한국을 떠났다. 결국 론스타의 부실경영의 부담은 외환은행을 넘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 '동반부실' 자초하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2010년 11월25일 하나금융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주당 1만4250원, 4조688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2010년 12월9일 하나금융은 결국 주당 850원의 확정수익을 론스타에 추가로 보장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2010년 12월9일 외환은행의 결산배당금 850원이 기존 주주(론스타)에게 배당되는 것을 가정해 외부 평가기관이 외환은행 주식가치를 평가했다"며 정정공시했다.

이로써 하나금융이 최초로 밝힌 4조6000억원의 인수대금이 아닌 론스타에 4조9000억원대의 인수대금을 지불하게 되며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하나금융은 1만4250원의 매매가가 과거 국민은행, HSBC 대비 낮은 수준의 성공적 협상이라고 주장한 바있다. 이와함께 하나금융이 왜 인수대금을 축소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시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2010년 11월25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외부평가기관의 가치평가보고서 작성기준일은 2010년 11월12일이다. 어떻게 하나금융이 미래 론스타에 지급할 금액(배당)을 정확히 예측해 가치 평가를 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외환은행의 2009년도 배당은 불과 510원이었다. 여기에 2010년도 중간배당으로 이미 235원을 배당했기 때문에 전년도 기준으로 추정하면 2010년 12월31일 기준 배당금약은 200~300원 내외에서 결정되어야 상식적이다. 만약 기존 주주(론스타)에게 850원을 배당하는 것을 전체로 가치평가했다면 어떤 가치평가 과정을 거친 것인지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하나금융은 매매대금의 1%만을 론스타에 지급하고 잔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는 수 조원 규모의 M&A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현대그룹은 1조2000억원의 자금조달증빙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채권단으로부터 현대건설 인수 MOU를 해지 당했다. 결국 현대건설의 새주인으로 현대자동차가 이름을 올리며 현대그룹은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현대그룹에 비해 하나금융은 이미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사례에서 보듯 '승자의 저주'는 엄청난 불행을 동반한다. 만약 하나금융과 외환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승자의 저주'가 발생한다면 이는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을 가져옴과 동시에 부실에 따른 부담을 공적자금 등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발생시킨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적격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M&A에 나서 론스타라는 투기자본을 내보내고 또 다른 투기자본을 국내에 유입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경계해야 한다. 이미 론스타 등 투기자본에 의해 유린 당한 한국 금융산업이 김승유 회장과 하나금융의 이익을 위해 더이상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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