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청년이 만들어 낼 '강성대국'의 모습은 어떨까?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현대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3대세습을 이룬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이 신묘년 새해에 위기에 직면했다. 북한은 지난 8일, 조선인민군 대장이자 3대 세습의 후계자, 김정은의 28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내고 있다.

그러기에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 없다'는 말처럼 예상밖으로 너무 조용했다. '쌀밥에 고깃국'을 입버릇 처럼 되내며 주민 생활 여건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북한은 그 흔한 감자조차 북한 주민들에게 배급하지 않은 채 3대 세습의 주인공, 김정은의 생일을 맞이했다. 물론, 휴무일로도 지정되지 않아 모든 주민들은 정상적인 출근길에 올랐다.

다만 북한 당국은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의 생일이었던 지난 8일 밤, 김정은 세습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기록영화 1편을 긴급 편성해 방송했다. '위대한 영장을 모시여'라는 제목의 이날 다큐멘터리는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을 나란히 거명하며 김 위원장 부자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편지와 메모를 힘주어 소개했다.

왜 그랬을까? 김정은의 업적 쌓기에 혈안이 된 북한이 이 좋은 기회를 왜 그냥 넘겼을까? 과거 1974년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후계자로 내정된 뒤 바로 그 다음해 생일이 휴무일로 지정되었다. 또한 지난해 김일성 주석 생일 전날에는 김정은의 주도 아래 한화로 6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화려한 '불꽃놀이'를 선보였다. 그런 북한이 3대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을 그냥 넘긴 것 자체가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업적없는 지도자'로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팽배한 김정은에 대한 불신과 권력세습에 대한 대외적 비난 여론 등이 주요 원인이다. 2009년 이후 후계체제 견고화 과정에 나선 북한은 자칫 화려한 생일잔치로 북한 주민은 물론 대외 여론 악화의 철퇴를 맞을 것을 경계해 조용한 생일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가 중론이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뭘 이룬 게 있어야 생일잔치를 할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은은 지난 2009년 자신의 생일날 김정일 위원장이 노동당 조직 지도부에 내린 교시를 통해 후계자에 올랐다.

그 후 김정일-정은 부자가 이끄는 북한은 국내적으로 큰 세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로 '150일 전투' '평양 10만 가구 아파트 건설' '화폐 개혁'이 그것이다. '150일 전투'는 일종의 생상선 향산 운동이지만 쌀만 놓고 보면 목표량의 50%정도에 머물렀다. 또한 '평양 10만 가구 아파트 건설'은 시멘트를 비롯 건설자재 부족 등 열악한 조건으로 목표량이 부끄러울 정도의 미미한 실적을 기록했다. 끝으로 '화폐 개혁'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파탄으로 이끌었다.

2009년 11월 30일 시행된 '화폐 개혁'은 시행 1년여가 지난 현재 종전 쌀값에 75배에 이르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만을 남겼다. 이제 북한 시장에서조차 중국의 인민폐 혹은 미국의 달러로 거래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영도력'이라고 선전하는 것이 "세 살때부터 명사수였다" "7개 국어에 능통하다" 등 '삼척동자'도 다 아는 허무맹랑한 말 뿐이다.

내치(內治)에 실패한 북한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업적이라고는 대남 도발 밖에 없다. 하지만 대남 도발 역시 김정은의 업적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북한은 2009년 7월7일 DDOS 사이버테러를 감행했다. 이어 2010년 3월, 46명의 안타까운 인명을 앗아가며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그리고 다시 2010년 11월에는 연평도를 포격함으로써 대남 도발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북한은 DDOS공격과 천안함 폭침을 자신들이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연평도 포격 이후 '김정은 업적설'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연평도 포격을 전쟁행위로 간주, 북한 전쟁범죄 조사에 착수하면서 북한 지도부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업적 없는 지도자',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 현상'이 이번 김정은 생일을 통해 드러났다.

여기에 3대 권력 세습에 대한 대외적 비난과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의문 역시 거세지고 있다. 김정은의 생일이었던 지난 8일,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및 유튜브가 국내 네티즌에의해 잇따라 해킹당했다. 해당 웹사이트에는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을 조롱하거나 비방하는 글과 그림이 게시됐다.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서 운영하는 트위터에는 지난 8일, '김정일 력도(역도)와 아들 김정은을 몰아내 새 세상을 만들자!' '조선인민군대여! 핵과 미사일 개발에 14억달러를 랑비(낭비)한 김정일 역도에게 총부리를 겨누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또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김정은이 북한 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지 못 하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중국 단동(丹東)발 기사를 통해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선전 캠페인을 줄이고 있는 것은 권력 승계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와 김 위원장 장수에 대한 기대의 반영이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김정은이 완전히 공인된 후계자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며 김정은의 지도력에 강한 의구심을 제시했다.

김정은은 오는 2월과 4월 북한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이한다. 오는 2월16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과 4월 15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이 그것이다. 과연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생일날 어떤 모습을 선보일까? 과연 김정은이 이끌어갈 '강성대국'의 모습은 어떨까? '2012년',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과 김정일 위원장 70회 생일을 맞아 '강성대국'을 선포한 북한의 미래가 28세 청년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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