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환율과 인건비 동반상승으로 인위적 인하효과는 미비할 것"

▲이명박 대통령의 '유가 발언' 이후로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 조사에 대해 착수하는가 하면, 기획재정부도 특별TF팀을 구성하는 등, 기름값 잡기에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투데이코리아=박 일 기자] “2008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일 때 휘발유 가격이 L당 2천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80달러 정도인데도 1천800원이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유가에 드디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공행진하던 유가의 브레이크는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 잡았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두고서 소비자와 영세 상인들과의 논란이 이 대통령과 정진석 정무수석의 한 마디로 사태가 해결된 전례를 볼 때 이번 '유가잡기'도 성공 가능성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과 관련된 각 부처별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주유소 등의 행태가 묘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기민하게 움직였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오전, 각 부처 물가 담당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서민물가 안정회의를 통해 "국제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값이 더 많이 올라가고 내리면 휘발유 값은 더 적게 내리는 비대칭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다양히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휘발유 값은 서민에게 예민하므로 대책을 반드시 강구할 것"이라며 "지식경제부가 중심이 되고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특별 TF팀을 구성해 석유제품 가격 결정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유통구조를 축소하는 한편, 수입을 늘리는 등 석유제품 가격을 내리기 위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관계 부처에서도 적극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의 '유가잡기'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석유협회 등 석유 관계자들 사이로 유가 인하 비상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같은 휘발유값 인하 움직임에 대해 "2008년 당시보다 환율이 1달러 당 120원이 상승했고 인건비도 덩달아 올라 휘발유 가격도 상승했다"며 정유사 가격 통제를 통한 정부의 인위적인 휘발유 가격 인하 시도는 효과가 미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의 이같은 인하방침에 따라 이날 전격적으로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1L당 1900원대로 근접했는데 이는 2008년 9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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