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복지병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

지난 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복지포럼 신년인사회에서 권노갑 상임고문(왼쪽 네번째부터), 이부영 상임대표, 정대철 공동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이 축하떡을 자르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대한민국은 현재 무상의료,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민주당이 제안한 '무상 시리즈'로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절대빈곤층 250만명과 근로빈곤층 410만명 및 저소득층 400만명 등 줄잡아 1000만명이 가난과 질병 그리고 실직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엄청난 수치이다. 과연 1000만 빈곤층에게 정말 '무상 시리즈'가 절실한 것일까? 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영국과 독일 등의 예를 통해 알아봤다.

#. 영국 등 유럽이 들려주는 '무상복지'의 교훈

최근 긴축재정을 펼치고 있는 영국 연립정부는 공공의료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의 골자는 조직과 인력을 감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의료예산의 80%를 관리해 오던 정부 산하 기관이 2013년 4월까지 폐지된다.

대신 우리나라의 보건소에 해당하는 각 지역 GP가 직접 예산을 운영 집행하게 된다. 또한 병원마다 의료 서비스가 차별화 될 수 있도록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민간 의료 서비스 영역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은 이 같은 정책을 통해 4년 동안 공공의료 예산에서 200억 파운드 한화 약 35조원를 줄이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현재 1000억 파운드(한화 약 175조원) 규모인 의료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공 부문의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상의료 개혁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여기에 영국 정부는 "지난 1948년 무상 의료를 시행한 이후 가장 근본적인 변화"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입원환자에 대한 건강보험(이하 건보) 보장률을 현재 60%에서 90% 수준까지 끌어올려 '무상의료'를 완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현실화 될 경우 건보료 부담은 월 소득의 20% 이상 늘어날 것이다. 즉, 100만원을 번다면 20만원을 건보료로 내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보정책연구원의 분석은 눈여겨 볼만하다.

분석에 따르면 4870만명이 가입한 건강보험의 누적 재정적자가 앞으로 20년 후에 47조원에 달해 건보료를 지금의 4.5배 더 내야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가입자 1인당 현재 평균 월 8만원(월소득 5.3%)의 보험료를 내던 것을 2030년에 현재가치로 36만원(월소득 12.4%)을 내야 재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애기다. 다시말해 100만원을 벌 경우 현재의 5만3000원인 건보료가 20년 뒤에는 12만4000원으로 껑충뛰어 한 마디로 '건보료 폭탄'을 맞게 된다.

또한 지난 17일 발표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건보 중-장기 재정 추계' 보고서는 "보장률이나 보험료율(소득 대비 건강보험료 비율)을 지금 수준으로 동결하더라도 2020년에는 15조9155억원, 2030년에는 47조7248억원의 건보재정 누적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제1차 재정 파탄'으로 불리는 2001년 2조6000억원의 누적적자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당시 건보료 수입대비 막대한 지출로 보험료를 올리고 세금으로 적자분을 충당했다. 또한 정부의 지원금을 늘리고 의사들의 의료 수가를 낮추는 등 '손실 공동 부담' 방식으로 겨우 적자를 메웠다.

민주당은 무상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8조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금융-임대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고 국고 보조를 늘려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8조원이 아니라 30조원이 더 필요하고 이 경우 1인당 보험료가 2배 인상돼야 한다"고 민주당의 주장을 전면반박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 남부유럽은 지나친 복지 지출로 국가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남부유럽발 경제위기는 유럽을 넘어 전세계의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다. 이후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들의 삶까지 파국으로 내몰리자 해당 국가는 물론 많은 국가들이 영국의 무상의료 개혁 같은 재정적자폭 감소를 위한 긴축재정 정책을 감행했다. 이로써 '무상의 꿈'은 유럽에서 심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이미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국가부도 사태를 경험한 대한민국이다. 10년여가 지나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왜 복지 선진국이 들려주는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면서 까지 '무상의 꿈'에 도전하는지 그 당위성에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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