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복지병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

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복지포럼 신년인사회에서 권노갑 상임고문(왼쪽 네번째부터), 이부영 상임대표, 정대철 공동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이 축하떡을 자르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대한민국은 현재 무상의료,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민주당이 제안한 '무상 시리즈'로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절대빈곤층 250만명과 근로빈곤층 410만명 및 저소득층 400만명 등 줄잡아 1000만명이 가난과 질병 그리고 실직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엄청난 수치이다. 과연 1000만 빈곤층에게 정말 '무상 시리즈'가 절실한 것일까? 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영국과 독일 등의 예를 통해 알아봤다.

#. '무상복지'가 정권을 가져다 준다?

"슈뢰더 총리는 지구를 떠나라". 지난 2005년, 독일은 혹독한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사상최대치인 500만명을 기록했다.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연일 극렬한 비난여론에 시달렸다. 결국 슈뢰더 총리는 기민당의 압승으로 정권을 잡은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에게 정권을 이양했다. 집권과 동시에 메르켈 총리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단적인 예로 당시 1200유로(한화 약180만원)이었던 실업급여를 700유로(약 110만원)로 축소했다.

반면 '과소복지'의 대명사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의료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게 하원을 내주었다. 이후 공화당은 건강보험 관련 예산 편성권을 동원하는 등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부쳤다. 이후 신묘년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법이 뜨거운 감자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화당은 지난 12일 의료개혁법 폐기 방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양당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2기 민주-공화 양당 협력 체제를 이끌었던 인사들을 백악관으로 대거 등용했다. 이는 굳건한 양당 공조체제 구축을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섰다는 의지의 표시다.

오늘 4월과 내년 4월 그리고 내년 말, 우리나라는 재보궐선거와 총선 그리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향후 선거 국면에서 '복지'는 최대의 논쟁거리로 부각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무상복지' 이외에도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식 복지'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칼 끝에 묻은 꿀을 핥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복지 논란에 동참했다.

싫든 좋든 '복지'는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논란에 중심에 서있다.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복지 논란으로 한나라당과의 뚜렷한 차별성 부각은 물론 바닥부터 표심을 훑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일단 성공했다.

과연 무상복지가 민주당에 정권을 가져다 줄까? 결론은 아니다. 총 16조원이 소요된다는 민주당의 무상복지에 정작 가장 중요한 세금 이야기는 빠져 있다. 소모성 예산 전용과 부자감세 철회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한두 해이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정동영 최고위원은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손학규 대표는 세금고통은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등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상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비용으로 추정되는 50조원은 고스란히 납세자의 몫이다. 어림잡아도 가구당 400만원, 경제활동인구 1인당 250만원씩 더내라는 무상복지에 난색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연금, 의료, 실직, 산재보험 같은 기본적 생계 안정망인 사회보험이 취약한 대한민국에서 '무상'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공짜 밥은 당장의 긴급성을 느끼지 못하고, 공짜 의료와 공짜 보육은 더욱 시급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비해 절박함이 떨어진다. 이미 1조3000억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건강보험에 무상의료를 무작정 떠넘기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또한 하루 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하위계층에게 대학등록금 우선지원은 너무 먼 이야기다. 그나마 무상보육이 현실성 있어 보이나 당장의 절실함이 부족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복지 정책의 확대 실시로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결국 사상최대 실업자수와 국가재정 부실을 가져오며 실각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상하원을 장악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이후 금융개혁과 의료개혁을 이뤘지만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등을 초래하며 현재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민주당으로서는 독일 슈뢰더 전 총리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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