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아시안컵 5회 연속 8강전 맞대결, 최근 전적 한국 열세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또 이란이다. 아시안컵 8강전에서 5회 연속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런 우연이 결코 쉽지 않을텐데, 정말 질긴 인연이다.

희한할 정도로 자주 만나고 있으니 아시안컵 맞대결 이야기부터 좀 해보자.

한국은 이란과의 최근 4차례 아시안컵 맞대결에서 1승 1무 2패(승부차기 무승부 처리)로 열세를 보였다. 2번 모두 대량실점 하며 패했다는 점이 이란을 꺼리는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새삼 알리 다에이와 알리 카리미의 이름이 떠오르는 것도 마뜩잖다.

1996년 UAE 대회에서 한국은 2-6으로 참패했다. 김도훈과 신태용의 골로 전반을 2-1로 앞선 채 마쳤다. 하지만 '악몽의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에이에게 총 4골을 내주면서 믿기 힘든 대역전패를 당했다. 박종환 감독은 참패의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

2000년 레바논 대회를 통해 시원하게 복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역시 쉬운 승부가 아니었다. 후반 중반 카림 바게리에게 중거리포를 내주면서 끌려가다 후반전 막판 코너킥 찬스에서 김상식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연장 전반 9분 이동국이 골든골을 이란 골문에 꽂아넣었다. 설기현의 스루패스-노정윤의 땅볼 크로스-이동국의 호쾌한 오른발 마무리가 그림같이 펼쳐졌다.

2004년 중국 대회에서는 다시 쓴 맛을 봤다. 2002한일월드컵 멤버들이 주축이 됐지만 이란을 넘지 못했다. 설기현, 이동국, 김남일이 골을 터뜨리면서 난타전을 벌인 끝에 3-4로 패했다. 카리미의 개인기를 막지 못하고 해트트릭을 허용하면서 준결승 문턱에서 다시 눈물을 훔쳤다.

2008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대회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120분 헛심공방에 이어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승부차기 달인' 이운재의 선방을 앞세워 복수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1년 카타르 대회. 한국은 이란과 또 8강전에서 격돌하게 됐다. 오는 23일(한국시간) 새벽 1시 25분 카타르 스포츠클럽에서 운명의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란과의 인연이 질겨도 너무 길기다 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대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역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박지성과 자바드 네쿠남의 '캡틴 맞대결'이다. 두 선수가 경기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

둘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이란에서 펼쳐진 1차전이 하이라이트였다. 네쿠남은 경기 전 "이번 경기가 한국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다"라고 도발했다. 이에 박지성은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응수했다.

경기에서도 둘은 장군멍군을 불렀다. 후반 초반 네쿠남이 멋진 프리킥으로 선취골을 잡아냈다. 이에 박지성은 후반 막바지에 기성용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골키퍼가 쳐내자 다이빙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두 선수의 골뒷풀이가 의미심장했던 부분도 화제였다.

원정에서 묵직한 동점골을 터뜨린 박지성은 한국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 또 다시 이란을 울렸다. 0-1로 뒤진 후반 막판 동점골을 작렬하면서 이란의 월드컵 진출 꿈을 꺾었다. 한국은 박지성의 골로 무패로 남아공월드컵 진출을 결정지었고, 북한의 본선행에 큰 도움을 줬다.

이번 경기에서도 박지성과 네쿠남은 팀의 중심축으로 경기에 나선다. 박지성은 측면을 중심으로 중앙까지 오가면서 공격적인 임무를 띄게 되고, 네쿠남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두 캡틴 가운데 누가 더 팀을 잘 이끄느냐에 따라서 주도권 싸움이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다시 만난 박지성과 네쿠남. 팀 전술의 핵심이자 정신적 지주인 두 선수가 조국의 준결승행을 위해 축구화 끈을 바짝 조여매고 있다. 이왕이면 '어게인 2010'과 함께 또 한 번 박지성이 진가를 드러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꼬리말) 기록을 찾아보니, 한국은 이란과의 역대 전적에서 8승 7무 9패(승부차기 무승부 처리)로 뒤지고 있다. 2005년 10월 12일 서울에서 펼쳐진 친선경기에서 2-0(조원희, 김진규 골)으로 승리한 이후 5년 3개월 동안 이란을 꺾지 못했다. 최근 5경기에서 단 2득점밖에 올리지 못했는데, 2골 모두 박지성이 터뜨린 바 있다. 이번에도 박지성의 한방이 기대된다.

참고로 승부차기는 두 차례 치렀는데 모두 한국이 승리했다. 한 번은 앞서 언급한 2007년 아시안컵 8강전이고, 또 다른 한 번은 1986년 서울에서 펼쳐진 아시안게임에서 5-4로 승리했던 순간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승부차기 역시 8강전이었다.

* 이란과의 최근 4차례 아시안컵 맞대결 전적

2007년 : 0-0 무승부,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
2004년 : 3-4 패배, 설기현/이동국/김남일 득점, 카리미에 3골 허용
2000년 : 2-1 승리, 김상식/이동국 득점, 연장전에서 이동국 골든골
1996년 : 2-6 패배, 김도훈/신태용 득점, 다에이에 4골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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