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산 칼럼]

▲빳빳한 자세의 김정일 앞에서 고개 숙인 김만복
[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일본 잡지 '세카이(世界)' 2월호에 실린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기고문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자초했다"는 요지다. 북한 붕괴론을 확신하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망언이고 망동이다.

종북 좌파들 속마음 드러나

김씨가 노무현 정권에서 국정원장을 지내는 동안 끊임없이 자질 논란을 빚은 사실을 생각하면 이번 일도 하나의 망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김만복 망언에는 북한의 서해 도발에 대한 종북 좌파의 신념이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음미할 만하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 종북 좌파들은 어리바리했던 군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북의 소행임을 믿지 않는 30%의 국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방선거에서는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를 역이용해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호로 수도권을 싹쓸이했다.

연평도 참상 앞에 궤변 어려워

그러나 북한 연평도 포격으로 전세는 일거에 역전됐다. '천안함과 연평도는 경우가 다르다'는 식의 논리로 잔재주를 부리고 싶어도 북한의 명백한 도발 의지를 확인한 국민 앞에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천안함의 진실을 호도하던 얼치기 지식인들과 종북 온라인매체들의 입도 쑥 들어갔다.

그러나 결코 북한을 배신할 비난할 이들이 아니다. 반격 기회를 노리고 있던 중 성급하게 터진 게 바로 김만복 망언이다.

김만복 망언의 배경에 있는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영토선이 아니라 6·25 전쟁 중에 설정된 작전금지선에 불과하다는 북한의 주장이다. 얼마 전 죽은 리영희가 북한 주장을 옹호하는 논문을 1990년대에 발표했다. 좌파들이 '사상의 은사'로 모신다는 리영희의 논문이 금과옥조가 된 것은 물론이다.

북한 주장 호응할 기회 찾는 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리영희의 NLL론 추종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2007년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간을 키워주었다. 북한이 서해5도 해역에서 불장난을 벌인 데는 다 내력이 있다.

그러나 군과 민간인 구별 없이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해 민간인 2명을 포함해 4명의 사망자를 낸 북한의 만행은 어떤 궤변으로도 옹호하기 어렵다. 종북 좌파들은 계획에 없이 돌출된 김만복 망언을 일과성 해프닝으로 덮어버리고 '그 날이 올 때까지' 잠복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종북 좌파들의 잠복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은 뻔뻔스럽게도 새해 초 하루가 멀다하고 '무조건 대화'를 제의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과 중국은 각자의 셈법으로 남북대화를 독촉하고 있다.

좌파 매체들은 이런 상황에 편승해 정부에 '일단 만나나 보라'는 성화를 부리고 있다. 특히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회담을 계기로 뭔가 유리한 국면이 열리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정부 '사과 먼저' 원칙 고수해야

그러나 '사과 없이 대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청와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의 뚝심이 간단치 않다.

북한의 대화제의가 북한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다급한 상황에 몰려 있기 때문에 나왔다고 보는 건 순진한 견해다. 지난해 군사도발로 인해 불리해진 국제여론을 돌리려는 선전술이자 남남(南南) 갈등을 유도하려는 전형적인 통일전선 수법이다.

지금 북한 주장에 메아리를 울려 줘야 할 종북 좌파들의 몸은 후끈 달아 있다. 이들의 궤변이 쏟아질 때가 머지않았다. 잘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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