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00만부 판매신화 마이다스의 작가 '홍은영'

3년여만에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출간한 홍은영작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는 최근 단행본 '21세기 한국인은 무슨 책을 읽었나'를 통해, 21세기 첫 7년 동안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 된 책 60종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2000만부 판매'란 경이적인 기록을 낸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출판사)이다.

국내 출판 사상 1000만 부 넘게 팔린 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문열의 '삼국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정도에 불과하다.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출판계에서는 밀리언셀러도 '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2000부 판매도 힘든 국내 출판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2000만부 판매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작가 홍은영(43)씨가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마므레북 펴냄)를 출간해 다시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3년 만에 독자 곁으로 돌아온 홍 작가를 만나 최근 근황과 신작에 대해 들어봤다.

홍 씨는 부산 장전동 금정산성 언덕배기에 있는 평범한 가정집에서 10여명의 문하생들과 함께 살고 있다.

부산 억양을 쓰면서도 다소곳한 말투, 그리고 작은 몸집의 홍 씨는 늘 그렇듯이 만면 가득한 웃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홍 씨의 서가에는 아폴로 도로스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세계 신화사전', 베르낭의 '그리스인들의 신화와 사유' 같은 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언뜻 보면 만화를 그리고 배우는 곳이 아니라 '신화'를 공부하는 연구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세 수입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현재 홍 씨 부부가 가지고 있는 돈은 통장에 있는 몇 천만 원이 전부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쓴 것일까.

“먹고 사는 데 썼어요. 문하생들 먹이고 입히고…. 식구가 많으니 한꺼번에 많이 사게 돼요. 무명시절에 친구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어려울 때 손을 많이 내밀었죠.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이젠 돌려주어야죠.”

홍 씨 부부는 사업에 실패한 이웃들과 친구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었단다.

2000년 여름, 피부에 염증이 계속 생기는 '베체트병'에 걸려 생사를 넘나들었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홍씨는 2004년 1월 출판사와 소송 과정에 병이 급속히 악화돼 1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 후 휴식기간을 가지면서 건강이 많이 회복된 홍 씨는 밤잠을 줄이면서 두 권의 신간을 만들었다. 3년 여 만에 독자들에게 선 보인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바로 그것.

홍 씨가 스케치를 하면 수석 문하생이 배경을 그려 스캔하고, 나머지는 컴퓨터로 색을 입혔다. 10여명의 문하생과 함께 매달려도 책 한 권 분량을 완성하는 데 꼬박 석 달이 걸렸다.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하지 못해요. 작가들 대부분이 힘들게 살아갑니다. 혼신을 다해 작업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기쁨 하나로 살아가지요.”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전작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달리 홍 씨가 직접 글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출판사와 소송문제로 완간하지 못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마무리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새로운 내용으로 꾸몄다. 그리고 향후 5년간 총20권을 목표로 출간되는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3권이 출간될 무렵에는 영어 독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판도 만들어 국제도서전에 출품할 계획이다. 로마 신화 이후에는 중국 신화, 수메르 신화 시리즈도 출간할 예정이다.

'홍은영의 그리스 로마신화' 제1권'신들의 탄생'


“전작이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토대로 만든 것이라면, 신작은 제가 수십 권의 관련 서적을 읽고 만든 완전히 새로운 내용입니다. 인물 성격이나 스토리도 다채롭게 꾸몄고, 그림도 조금 더 섬세하고 화려하게 바꿔 인물의 특성이 살아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출판계에는 '전작 또는 원작을 뛰어넘는 후속 작이 드물다'는 설이 있다. 더욱이 2000만 부나 팔린 책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일 수 도 있다.

“책을 많이 팔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그동안 충분히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홍 씨는 독자들의 신화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초 '그리스 로마 신화 가이드북'을 펴냈다.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2000만부)와 함께 '21세기 한국인이 읽은 밀리언셀러 공동 1위에 오른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만화가 더 이상 출판문화의 변방이 아니라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초(端初)'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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