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만석 기자] 더이상 한국 선박과 한국인은 '봉'이라는 인식을 소말리아 해적들의 머리에서 싹 지워버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잖아도 지난해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우리 국민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고 군에 대한 신뢰도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1960~70년대 월남전에서 월맹군들이 가장 두려워했다는 한국군의 위용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우리 군이 21일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해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하면서 21명 선원 전원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됐다가 사고 해역으로 출동한 해군 청해부대 구축함 최영함(4500t급)이 피랍 6일 만에 올린 사상 최초의 해외에서 감행된 인질 구출 작전의 전과다.

인질구출 작전이 1976년 이스라엘군이 엔테베 공항의 항공기 안에 인질 상태로 있던 자국민 103명을 구해낸 방식과 닮아 화제가 됐다. 즉 엔테베 작전 때도 어둠을 틈타 작전이 시작됐으며, 우리의 아덴만 여명 작전처럼 여러가지 기만작전이 동원됐으며, 특공대원들이 테러범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자국민들만 알아들을 수 있게 히브리어를 사용한 것 등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은 이제 소말리아 해적들과는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만천하에 천명했다. 해적들에게 한국과 한국인들은 돈 달라고 손만 벌리면 수십억, 1백억원도 넘게 내주는 '봉'이 아니라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으로 바꿔놓겠다는 의지였다.

그간 한국 선박은 8번 피랍됐다. 그때마다 피랍 선사들은 해적들이 주도하는 협상 전략대로 끌려다녔다. 특히 지난해 4월 피랍된 삼호드림호는 사상 최고액인 950만 달러(약 105억원)의 몸값을 지불하고 217일 만에 풀려났다. 지난해 10월 끌려간 금미305호는 협상에 진전이 없어 아직도 억류 중이다.

프랑스군은 자국 선박이 해적들에게 피랍되면 무조건 군사작전을 감행, 저항하는 해적들을 가차없이 사살하는 등 강력 응징해, 일부 자국민 인질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해적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때문에 소말리아 해적들은 선박에 접근하다가도 프랑스 국기가 나부끼는 것을 보기만 하면 그 즉시 뱃머리를 돌린다고 한다. 러시아군도 마찬가지다.

인질구출 작전을 승인한 이명박 대통령도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의 완벽한 작전 수행에 격려를 보냈다. 덩달아 우리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한껏 높아졌다.
주말 TV뉴스의 절반을 아덴만 여명작전 관련 기사로 채워졌지만 불평하는 소리는 없었다.

이제 소말리아 해적들도 한국의 매서운 맛을 알게 됐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기가 나부끼는 선박에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옆으로 내빼게 될 때까지 앞으로도 강력한 응징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 선박이 해적들에 의해 점령당했을 경우 선원들이 안전하게 대피해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피난처는 물론 해적의 접근을 막을 강력한 물대포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제 공조의 강화를 통해 소말리아 해적에 관한 정보의 공유는 물론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 타국과의 연합을 통해 해적들을 소탕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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