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격감, 이주수요 증가, 각종 규제와 세금폭탄

▲'억' 소리 나는 전세에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전세대란' 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전세값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전세값은 지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2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2010년 주택 전세 가격은 전체 물가상승률 2.9%의 3배 가까운 7.1%(아파트만 8.8%)나 올랐다.

특히 서울 용산구 11.89%, 광진구와 마포구는 10%이상 상승했고, 경기도 광명과 의왕시는 무려 15%와 14%나 올랐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세가도 전국평균인상률을 상회하며 중산층 무주택 세입자들까지 전세대란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치솟는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전환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 또한 전세 가격 폭등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속하는 기존 월세세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소득 10분위 중 1~4분위 생계불안 저소득층의 27%가 월세거주자다. 서울지역에서만 지난 2008년에 벌써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PIR)이 26.1%에 달했다. 더욱이 2011년 올해 신규입주 물량까지 감소해 전세대란은 악화 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전세대란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짚어 봤다.

# 수요 공급의 원리 속 전세대란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듣어 봤을 것이다. 경제학에서 수요란 경제주체들이 어떤 재화를 일정한 시간 간격 안에 얼마나 많이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를 나타내는 관계를 말한다. 반면 공급은 생산자들이 어떤 재화를 일정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이 생산할 의향이 있는가를 나타내는 관계다.

전세대란은 말 그대로 전세를 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전세집이 부족해 전세 가격은 계속 높아지고 전세집은 부족해지는 '초과수요' 현상이다. 이 같은 '초과수요' 현상은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 등이 이끌고있다. 즉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 등이 완공 될 시점까지 해당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대거 이주할 곳을 찾아 주변으로 흩어지며 전세 수요를 끌어 올렸다. 반면 공급은 제자리 걸음이어서 '초과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신혼부부나 핵가족 형태의 세대가 많아지는 현실에 반해 대형 평수 위주의 주택공급 물량 역시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건설업자들은 효율적인 개발 이익 환수를 위해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많이 건설했다. 구매자 역시 재테크의 수단으로 대형 평수의 아파트를 선호하며 기형적인 공급형태를 만들어 전세대란을 부채질했다. 더욱이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까지 겹쳐지면서 실구매자들을 전세로 돌려 세웠다.

결론적으로 말해 최근 진행된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 등 개발호재가 급작스런 전세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여기에 현실과 맞지 않는 대형 평수의 공급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을 가중시키며 전세대란에 일조했다. 또한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로 실구매자들이 대거 전세로 돌아선 것도 전세대란의 주요 이유로 볼 수 있다.

# 전세대란의 흐름

최근의 전세대란은 외환위기 이후 4번째이다. 1차 전세대란은 지난 1999년부터 2000년 사이에 전세값이 30%이상 급등하며 나타났다. 1998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전세값은 25%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이듬해 경기회복의 훈풍을 타고 1999년 전세값은 다시 30%까지 급등해 전세대란을 낳았다.

이후 1998년부터 2년간 서울 강남권 전세값이 60% 가량 올랐고 분당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의 전세값은 70%까지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또한 이같은 전세대란은 주택값 상승을 선도했다. 2001년 주택 매매가는 서울 19.3%, 수도권 19.2% 뛰어 올랐다.

1차 전세대란의 여파는 고스란히 2001년 2차 대란으로 이어졌다. 외환위기 직후 주택공급의 감소는 입주 물량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로써 서울 전세값은 한해 동안 20%, 경기도 신도시는 25% 급등했다. 인천과 경기지역 역시 21%씩 껑충 뛰어 올랐다.

이 기간 주택매매시장 역시 급등해 2002년 서울은 30.8%, 수도권은 29.3% 비율을 기록하며 집값상승을 이끌었다. 한마디로 1차 대란의 물결효과(ripple effect)가 2차 대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집권한 참여정부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고강도 규제정책을 펼치며 부동산 안정화에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2006년 3차 전세대란이 발생했다. 각종 주택시장 규제로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그 결과 서울과 경기도의 전세값이 11.5%씩 급등했다. 다행히도 3차 전세대란은 이듬해인 2007년과 2008년의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 됐다. 이후 전세값은 소폭 상승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다 2010년 4차 대란이 시작됐다. 비록 주택 매매시장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전세값은 전국 평균 7.1%, 서울 6.4% 상승했다. 2008년 수도권 주택건설(인 허가 기준)은 19만7000채로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에 2011년 서울에서만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으로 주택 5만8000채가 사라졌다. 다시말해 10만명에 육박하는 이주가구수가 발생했다. 2008년 이후 지속된 입주물량 격감 속에 나타나는 이 같은 대규모 이주수요는 전세값과 주택가격 동시 상승의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지속적인 전세대란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 규제와 세금에 부동산 시장 '꽁꽁'

2011년 1월 현재 미분양 10만세대 약 30조원이 미분양 주택에 묶여 있다. 왜 그럴까?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택시장에는 각종 세금, 수수료, 부담금 명목으로 18개의 세금 항목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세금 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 증가폭은 미미하지만 핵가족과 나홀로 세대 등 가구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멸실 주택이 많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이유로 전세임대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주택에 투자하여 전세임대를 놓아줄 공급자(투자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택 투자 여건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주택 투자자들은 일명 투기꾼으로서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과도한 세금 부담과 규제는 주택 경기를 위축 시키고 오히려 세금이 덜 걷히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세금은 이렇다. ▲중개수수료 0.2%~0.9% ▲취득세는 거래가의 2% ▲등록세 거래가의 2% ▲7월 재산세 ▲9월 재산세 ▲종부세 연간 인상한도 150%유지(재산세와 종부세는 보유세다) ▲양도세 최고 세율 35% ▲다주택자 양도세율 60% ▲강남3구 양도세 10%추가 ▲주민세 양도세의 10%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주택임차료에 대한 소득세 ▲건축아파트에 대한 개발부담금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임대주택 건설의무화 ▲등록이전 수수료 ▲해당 건설시에 주택신축시 부가가치세 부담 ▲최초 건설업체 취득세 및 등록세 부담 ▲개인사업자의 경우 보유중인 주택의 공시지가 대비 의료보험료 부담 등 총 18가지.

정권 교체와 함께 위 항목에다 두 가지 사항이 추가됐다. 정권 교체 후 '강부자' '고소영' 비난에 시달리던 정부는 '웰빙'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강남3구 양도세 10%추가 부담 항목과 함께 주택에 세금, 수수료 부담금을 추가했다.

전세주택 공급자는 주택에 투자해 시중에 전세임대를 내놓는 다주택자다. 다주택자들은 매입가의 30~40% 수준으로 전세임대를 놓고 이후 매매차익을 챙긴다. 이를 두고 투자 혹은 투기라고 부른다. 투자가 됐건 투기가 됐건 현재의 지나친 규제와 세금은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인 것만은 사실이다.

현재의 전세대란을 지켜보며 정작 서민이 찾고 있는 전세임대 주택이 모자라는 현실에서 지나친 규제와 세금보다는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 등의 정책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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