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임요산 칼럼] 이명박 대통령이 1일 개각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개각이 있을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환경부는 교체해야
우선 유정복 농식품부장관이다. 유 장관은 지난달 28일 구제역 대란 책임을 지고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친박(親朴) 몫으로 입각한 케이스여서 문책하려 해도 눈치를 봐야 했다. 스스로 결자해지를 하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다음은 친자확인소송에 휩싸인 이만의 환경부장관이다. 이 장관이 1심에 이어서 항소심에서도 유전자 검사를 회피하자 지난달 28일 재판부는 원고를 이 장관의 친생자로 인정했다.

혼외자의 존재를 일관되게 부인하면서도 끝까지 확인 절차를 회피한 이 장관의 처신은 공인으로서 낙제점이다. 더욱이 이 장관의 부인이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원고의 어머니를 공갈미수 혐의로 맞고소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 장관이 송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관직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대로 놔두면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야유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개각에 대해 “3주년 되고…이런 정치적 동기는 없다. 필요하면 필요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 예비군들이 개각 부추겨
대통령 발언은 원칙론을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필요할 때 하겠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점에서 농식품부장관, 환경부장관의 경우는 '필요'에 해당한다. 정동기 후보자가 낙마한 감사원장 자리도 공석으로 놔둘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정권에든 있게 마련인 인사 대기수요는 필요 이상으로 개각을 부추긴다. 여권과 대통령 주위에는 한자리 해 봐야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이 작은 나라에서의 자리싸움은 조선시대 이래의 전통이다.

이들은 개각을 촉구하기 위해 나름대로 그럴듯한 주장을 언론에 전파한다.
집권 4년차를 맞아 느슨해질 수 있는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남은 임기 동안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인적 개편을 대폭으로 단행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잦은 인사청문회 정권의 부담
작년 하반기 문화관광부장관, 지식경제부장관, 감사원장 후보 인사검증에 실패한 민정수석, 1년 반 가까이 자리를 지킨 몇몇 수석까지 개편 대상에 올리면 판이 커진다. (공석이던 경제수석은 김대기 전 문광부2차관이 1일 임명됐다.)

농식품부장관, 환경부장관 말고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시작한 국토해양부장관, 재임 2년이 넘었거나 가까이 된 기획재정부장관, 법무부장관, 여성부장관 등 장수 장관이 개각설의 공략 대상이다.

3년 임기를 거의 다 채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2년이 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에 대해서도 말들이 나온다.

통일부장관도 대기자가 많은 자리 중 하나이다. 현인택 장관의 대북 원칙론이 남북대화가 필요한 국면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다.
통일부장관 자리가 정부 내 대북 강경론과 온건론의 힘겨루기 장소가 된 것이다.

개각 때마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시비가 일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개각은 이명박 정권의 짐이다.
무거운 짐을 덜려면 인사를 필요최소한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고위 공직 예비군'들에게는 섭섭한 소리지만 고장난 차만 손을 보면 된다.

일 잘하는 장수장관 많아져야
고장 나지 않은 차까지 뜯어보다가 낭패를 본 게 작년 8월 개각의 문화관광부장관, 지식경제부장관의 경우다. 재임 기간이 좀 됐다는 이유로 차를 뜯었다가 진짜로 고장이 났다.

미국은 특별한 대부분의 각료가 대통령과 함께 4년 임기를 채운다. 우리나라와 같은 '인사를 위한 인사'는 하지 않는다.
그런 풍토에서 대통령 못지않게 큰 업적을 남기는 명(名) 장관이 나오곤 했다.

우리도 고장난 차는 세우고, 잘 달리는 차는 계속 달리도록 하는 인사문화가 필요하다. 일 잘하는 장수(長壽)장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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