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멀쩡한데…우리 캡틴이니까"

[투데이코리아=조정석 기자]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과 선원들이 7일 고국에서 재회했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우리 군의 '아덴만의 여명'작전으로 극적 구출된 지 17일 만이다.

생사의 기로에서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이 번쩍 눈을 떠 선원들을 반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었다.

이날 오후 5시45분께 부산역을 출발한 갑판장 김두찬씨(61) 등 삼호주얼리호 선원 7명이 석 선장이 입원 치료 중인 경기 수원 아주대 병원에 도착한 것은 3시간40여분만인 9시20분께.

선원들은 점퍼 등 편안한 복장으로 병원 입구에 들어섰다. 무거운 표정의 조리장 정상현씨(57)는 "우리는 아무 일 없이 멀쩡한데 선장님만 다쳐서 착잡하다"고 했다. 그는 "작전 당시 선장님과 같이 있었다. 다친 사실을 알았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선장님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왔다"는 1등 항해사 이기용씨(46)는 "쾌유를 빈다"며 석 선장의 완쾌를 기원했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한 이들은 곧장 병원 측이 대기하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석 선장의 부인 최진희씨(58)와 차남 현수씨(31) 등이 머물고 있는 13층 VIP병실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동안 1등 항해사 이씨의 눈가는 이미 촉촉히 젖어있었다.

선원들은 최씨 등에게 "수고 많으십니다", "죄송합니다", "진작 찾아왔어야 하는데..." 라며 위로했다.

10여분동안 가족들과 만난 선원들은 드디어 3층 집중치료실(Intensive care unit)을 찾아 그들의 '영원한 캡틴' 석 선장과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섰다.

하지만 선원들은 석 선장과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우리 군의 작전 때 총상을 입어 여전히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생사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미리 병실을 찾은 기관장 정만기씨(58)를 제외하고, 2명과 4명씩 2조로 나뉘어 15분 간격으로 석 선장과 마주한 선원들은 "바다 사나이들답게 다들 담담한 표정이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석 선장의 상태에 대해 이국종 교수(42)의 설명을 들은 조리장 정씨는 "우리 캡틴이니까 꼭 살려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 교수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원들에게 약속했다.

선원들은 석 선장과의 짧은 재회를 뒤로 하고 이날 오후 10시40분께 수원역에서 부산행 새마을호에 몸을 실었다.

석 선장은 지난달 30일 3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은 뒤 혈압과 맥박, 혈소판 수치 등에서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폐기능 회복 증세는 현재까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