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내정 안정화와 어장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 절실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신묘년 새해 대한민국은 지구 반대편에서 온 소말리아 해적들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체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은 전 세계 13개국에 780명이 분산 수감 중인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의 사법처리 비용과 혐의 입증 부담이 매우 큰 것 역시 사실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물론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소말리아 인근에 군함들을 급파하고 초계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 세계적 노력을 비웃듯 해적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자크 랑 유엔 특별대표는 지난달 24일 소말리아 해적 문제와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과 관련해 군사비용과 몸값, 물품 손실 및 선박 보험료 등 제반 손실비용이 연간 70억달러(한화 약 8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자크 랑 전 프랑스 외교장관이자 유엔 특별대표는 "국제사회가 긴급 대처에 나서지 않으면 소말리아 '해적 경제'는 계속 번창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 이슈로 급부상한 소말리아 해적 문제의 원인과 각국의 대응법 등을 알아봤다.

# 소말리아에서 해적이 출몰하는 이유는?

소말리아에 해적이 출몰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해적 경제' 말고 딱히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1960년 영국과 이탈리아의 분할 통치에서 벗어난 소말리아는 199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무장군벌 모하메드 시하드 바레의 독재 정권이 붕괴되자 끊임 없는 내전에 시달렸다. 이에 2005년 유엔의 중재 아래 연방정부가 출범했지만 수도 모가디슈를 제외한 다수의 지역은 여전히 치안 불안과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지난 20여년 동안의 내전으로 소말리아인 4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57만명이 난민 자격으로 인접국을 떠돌고 있다. 또한 140만명이 살던 곳에서 쫓겨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랜 내전으로 먹고 살 거리가 없어진 소말리아 청년들에게 성공하면 수십에서 수백만 달러를 챙길 수 있는 해적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최고의 인기 직업으로 급부상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제 해적질은 '인질 산업'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더욱이 소말리아 내정 혼란은 자국의 어장 황폐화를 이끌었다. 이에 소말리아 국민 70%가 해적행위를 소말리아 영해를 수호하는 자구책으로 지지하고 있다. 소말리아 배타적경제수역 내 불법어획 피해액은 2003~2004년에만 1억달러(한화 약1118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전 국민의 73%가 일소득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어 젊은층의 해적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 특별재판소 대안이 될까?

1988년 12월 21일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 뉴욕으로 향하던 팬암 항공 소속 보잉 747기가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공중 폭발, 27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일명 '팬암항공기 폭파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이후 1991년 11월 영국과 미국 합동 수사당국은 리비아 항공사 직원으로 활동하던 리비아 정보요원이 카세트 녹음기에 장착한 폭탄을 터뜨려 팬암기를 폭발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신병 인도에 나선 영국과 미국은 리비아 최고 지도자 카다피의 반대에 직면했다. 카다피는 재판의 공정성 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영국과 미국의 갖은 제재 조치에도 버티기로 일관했다. 그러다 2000년 5월 3일 압델 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47)와 라멘 할리파 피마흐(43)를 피고로 네덜란드에서 첫 재판을 가졌다.

이 같은 전례를 바탕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는 제 3국인 탄자니아의 아루샤에 국제 재판소를 설치해 소말리아법에 따라 해적을 처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1991년 독재 정권 붕괴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와 마찬가지인 소말리아의 내정을 고려하면 해적의 기소 및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때문에 각국 해군에 의해 체포된 해적 10명 가운데 9명이 현장에서 석방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유럽연합과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등과 해적 재판 협약을 맺고 사법처리 비용을 지원 받고 있던 케냐 정부는 지난해 4월, 급증하는 해적으로 인한 사법처리 비용 증가와 수용시설 포화로 더 이상 해적 수용을 거부하고 나서 제3국의 특별 재판소 설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 각국의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법적 대응법은?

유엔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105조를 통해 공해상에서 해적과 해적선을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해 전 세계 각국의 해적 체포 및 기소를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9년 자국 화물선 납치 혐의로 유럽국가 중 처음으로 소말리아 해적 5명을 법정에 세워 5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중 1명이 망명 신청을 해 네덜란드 사법당국은 물론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이후 유럽 내에서 자국 법에 따른 재판 회의론이 대두됐다.

반면 인접국가인 예멘은 2009년 4월 자국 유조선 납치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12명 중 6명에게 사형을, 나머지 6명에게 10년형을 지난해 5월 선고해 해적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미국 역시 연방수사국(FBI)는 물론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r)까지 투입하며 해적을 본국으로 송환해 기소처분했다.

해적에 대한 각국의 대응 방법 중 러시아는 '훈방' 조치를 내리고 있다. 훈방은 해적을 소말리아가 아닌 다른 국가로 보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알려진 바와 달리 해적을 훈방하지 않는다. '훈방형'보다는 '표류형'에 가깝다.

지난해 산케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자국 선박을 습격한 소말리아 해적들을 붙잡아 위치시스템을 빼앗아 고무보트에 태운 뒤 연안에서 600km 떨어진 해상에 방치했다. 1시간 후 고무보트의 신호가 사라졌으며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 향후 우리의 대응은?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이 7일 삼호주얼리호 해적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8일 검찰에 송치하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해경수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들이 실체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부산지검은 우선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난사한 혐의를 받는 해적 모하메드 아라이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포된 해적 1명이 이란 국적 모선에서 이란인을 통해 삼호주얼리호의 운항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진술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금미 305호 등 과거 우리 선박 납치사건에 이들 해적이 관련됐는지도 검찰수사 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생포한 해적이 소말리아의 어떤 군벌 아래 있었는지와 국제 해적단체들과의 연계 여부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배후세력과의 핵심 연결고리인 두목이 사살됐기 때문에 해적의 뿌리까지 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더라도 처벌은 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법상 해상강도 및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될 경우 해적들에게는 해상강도 살인죄 등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공해상 선박에 대한 약탈과 폭행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되 그물 대신 총을 들 수밖에 없는 소말리아의 사정을 감안해 소말리아 내정 안정화를 위한 전 세계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제2, 제3의 삼호주얼리호 사건을 막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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