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불꽃 튀는 접전, 올 시즌 최후의 승자는?

[투데이코리아=심재희 기자] 하늘에 태양이 둘이 될 수 없듯이 최고로 인정받기 위한 경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최고를 향한 경쟁의 뜨거움과 치열함을 보고 느끼는 것이 축구팬들에게도 꽤 쏠쏠한 재미로 다가온다. 한데, 최근 펼쳐지고 있는 '축구황제'를 향한 경쟁은 그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두 개의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서 계속해서 환하게 빛나고 있으니 정말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하나가 높게 뜨면 곧바로 다른 하나가 올라서 평행선에 서고, 다른 하나가 빛나면 금세 하나가 똑같이 강렬한 빛을 발산한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사자성어가 바로 막상막하, 난형난제, 용호상박 등이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언제 어느 때 이야기해도 지겹지 않은, 두 축구천재들의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넘버원 무한경쟁'을 조명해보자.

* 포메이션 파괴자

소위 말하는 '축구천재'들은 특별한 무엇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제는 먼 옛날이 되어 버린 펠레 시대부터 요한 크루이프, 디에고 마라도나 등 우리가 접한 축구천재들이 모두 그러했다. 이들은 개인적인 역량은 물론이고, 소속 팀, 더 나아가 축구판 전체를 변화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펠레는 브라질의 막강 공격축구의 선봉장이 되면서 개인기술을 활용한 축구의 정점을 찍었다. 크루이프는 개인 기술을 꺾기 위해 팀이 노력하는 그림의 큰 획을 그은 '토털사커'의 창시자가 되었으며, 마라도나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개인기와 경기지배력을 선보이면서 현대축구의 기본이 되는 '압박'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메시와 호날두 역시 앞서 언급한 역사적인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둘 모두 정형화 되어가던 현대축구의 포메이션을 파괴한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설명을 돕기 위해 잠시 삼천포로 빠져서 포메이션 이야기를 좀 해보자.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초기의 '압박축구'에서는 5명의 미드필더가 배치됐다. 독일이 조국 통일과 함께 성공한 3-5-2 포메이션이 득세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3-5-2 포메이션은 1990년대 말 날갯짓을 강조하면서 공수의 속도를 더욱 끌어올린 4-4-2에 무릎을 꿇게 된다. 그리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포메이션은 더욱 세분화 되면서 숨겨진 '1'과 함께 4분화 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때 나온 포메이션이 바로 '4-2-3-1', '4-3-1-2' 등이다.

포메이션의 4분화가 이뤄진 초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은 중앙에 있었다. 지네딘 지단이나 후안 베론, 루이 코스타처럼 투톱 아래에서 팀 전체를 조율하며 엄청난 존재감을 빛내는 선수들이 부각됐다. 그렇게 되면서 윙포워드라는 신개념의 포지션이 생겨났고, 이 윙포워드가 진화해 경기 전체를 장악하는 모양새가 비춰졌다. 루이스 피구가 시초가 되었으며, 지금 설명하고 있는 호날두와 메시가 그 정점에 올라 서 있다.

다시 호날두와 메시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둘은 데뷔 초기부터 윙포워드 이상의 윙포워드로 평가 받았다. 측면을 기본으로 하지만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격 공간을 만드는 재주를 선보였다. 기본적으로 윙으로 분류됐지만, 센터포워드보다 더 높은 득점력을 과시하면서 기존의 공격 틀을 완전히 깨뜨렸다. 최전방, 셰도, 날개를 가리지 않고 모두 소화하면서 공격옵션의 다변화와 파괴력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지단이 확실하게 거머쥐었던 '프리롤'의 개념이 피구를 통해 측면으로 옮겨졌는데, 메시와 호날두가 지단과 피구가 나눠가졌던 중앙과 측면을 모두 커버하면서 '공격 전방위 프리롤'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포메이션은 측면공격과 중앙공격이 혼합된 모습을 띠면서 또 한 번의 진일보를 눈 앞에 두고 있다.

* 토털 패키지 vs 근접 드리블

'포지션 파괴자'라는 공통점을 가진 메시와 호날두지만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우선, 플레이의 중심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호날두는 자신, 메시는 상대를 중심으로 경기를 펼친다. 호날두가 폭발적인 스피드와 신체조건을 활용해 상대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라면, 메시는 상대의 움직임을 완전히 간파하고 타이밍을 적절하게 죽이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타입이다. 호날두의 스피드와 파괴력은 웬만한 윙어와 센터포워드를 합친 것보다 더 위력적이고, 메시의 템포 조절능력과 타이밍 포착능력은 웬만한 플레이메이커와 스몰 공격수(단신으로 스피드와 공간을 활용해 득점에 성공하는 타입)들의 조합보다도 더 짜임새가 있다.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중심에서 최고의 효과를 창출해내고 있기에 비교우위를 논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호날두를 칭할 때 '토털 패키지'라는 이야기를 한다. 말 그대로 온 몸이 무기다. 오른발, 왼발, 머리를 가리지 않고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가공할만한 슈팅력과 타점 높은 헤딩력, 거기에 무회전을 가미한 프리킥 능력까지 갖췄다. 위치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슈팅을 날릴 수 있다. '이기적이다', '난사한다'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그 만큼 자신감에 넘치고 결정력이 뛰어나다. 폭발적인 드리블에 이은 날카로운 슈팅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코너킥이나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는 놀라운 점프력을 활용한 고공 헤딩으로 골을 잡아낸다. 그리고 골문으로부터 30미터가 넘는 거리에서도 필살기인 무회전 프리킥으로 상대 골키퍼 앞에서 볼을 춤추게 만든다. 보디 밸런스가 매우 좋기에 몸싸움에서도 여간 해선 밀리지 않는다. 공격수 이상의 공격수의 모습이니 '토털 패키지'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

메시가 등장한 초기에 '마라도나의 재림'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그 동안 수많은 '제2의 마라도나'를 봐왔던 팬들은 메시에 대해서도 '그저 그런 마라도나의 후계자' 정도의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마라도나의 재림'이 아닌 '제1의 메시'라는 말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마라도나 감독 역시 메시가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 이유는 메시가 마라도나의 주무기를 더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근접 드리블' 이야기다. 메시는 드리블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줄 안다. 농구에서 포인트가드가 짧고 긴 드리블을 갖가지 움직임과 함께 섞어가면서 상대를 농락하듯, 메시는 발과 몸으로 그런 상황을 연출한다. 자기 발에 공이 붙은 것처럼 짧게 드리블을 칠 수 있기에 이런 컨트롤이 가능하다. 메시는 그냥 뛰는데 수비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것 같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슬로 비디오를 보면 상대가 크게 움직일 때 메시는 2~3번 이상의 짧고 정교한 드리블로 돌파에 성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을 빼앗길 듯 빼앗길 듯 하면서도 빼앗기지 않으니 메시의 전진을 막기가 힘든 것이다. '메시가 전진을 시작하면 고의적인 파울 이외에는 막을 길이 없다'라는 말이 딱 알맞은 표현이다.

* 축구황제 맞대결, 장군멍군!

그렇다면, 호날두와 메시의 대결양상을 실제적인 데이터인 공격포인트 기록을 놓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호날두와 메시의 라이벌 구도가 본격화된 것은 2007-2008시즌부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미친 존재감'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호날두와 바르셀로나의 '뉴-에이스'로 각광을 받은 메시가 진검승부를 펼쳤다. 20대 초반의 두 선수가 무한경쟁을 펼치면서 축구팬들은 역사상 최고의 '축구왕 전쟁'을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1라운드에서는 호날두가 승리를 거뒀다. 호날두는 2007-2008시즌 총 49경기(이하 리그, 컵대회, UEFA 챔피언스리그 모두 포함)에 나서 무려 42골을 터뜨렸다. 어시스트도 8개를 더하며 '1경기 1공격포인트 이상'을 달성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동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룩하면서 자신도 팀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FIFA 선정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 등 거의 모든 상이 호날두의 차지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는 바르셀로나를 눌러 이겼으니 메시와의 맞대결에서도 승전고를 울린 셈이다. 메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총 40경기에서 나서 16골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올해의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했지만, 호날두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성적표였다.

2008-2009시즌 벌어진 2라운드에서는 메시가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메시는 소속팀 바르셀로나를 유러피언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 달성)로 이끌면서 '축구왕'에 등극했다. 총 51경기에 출전해 38골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호나우딩요가 떠난 자리를 채우고도 완전히 넘치는 활약을 펼쳐 보였다. 시즌 시작 직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가져왔고, 피파 올해의 선수상 등 개인상도 휩쓸면서 '메시 천하'를 열어젖혔다. 호날두는 메시의 '크레이지 모드'에 작아졌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EPL 3연패를 달성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눈 앞에서 놓치면서 메시가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총 53경기에서 출전해 26골 9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지난 시즌의 활약상이 워낙 강렬했기에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까지 들어야 했다.

* 호날두의 추격 vs 메시의 방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까? 호날두는 메시에 패한 이후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축구황제 자리 탈환에 나섰다.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으로 먼 곳에서 간접적으로 펼쳐지던 '축구왕 대결'이 같은 리그 최고 라이벌 팀의 에이스 대결로 압축됐다. 호날두가 추격자, 메시가 방어자로 제대로 된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치게 됐다.

2009-2010시즌 치러진 3라운드에서는 메시가 판정승을 올렸다. 호날두가 35경기에서 33골 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메시는 53경기에 출전해 47골 11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개인이 기록한 공격포인트를 경기 평균 수치로 환산해보면, 호날두가 약 1.142고 메시가 1.094다. 근소하지만 호날두가 눈에 띄는 골과 어시스트 수치에서는 앞섰다. 호날두가 이전보다 많이 약해진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라 리가 데뷔 시즌 고군분투 했다는 점은 분명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하지만 메시가 강자들과 맞붙는 경기가 많은 시즌 후반부까지 골을 꾸준하게 터뜨렸다는 점과 리그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라 리가 득점왕, 라 리가 올해의 선수 등을 거머쥐었다는 점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메시의 손을 들어줌이 올바르다.

지난 시즌을 호날두의 라 리가 적응기였다고 가정하면 올 시즌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진검승부다. 두 선수 모두 똑 같은 입장에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리그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현재(2월 10일 기준) 또 한 번 용호상박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호날두가 35경기에 출전해 34골 9어시스트를 올리고 있고, 메시는 33경기에 나서 40골 1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60골 이상과 8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페이스다. '명불허전'을 증명함과 동시에 선의의 경쟁과 함께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두 선수다.

결국 호날두와 메시의 대결은 팀 성적과 비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맞대결이 예상되는 리그와 코파 델 레이 우승대결 및 챔피언스리그 최종 성적이 올 시즌 '축구왕 대결'의 승패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모두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안착했고,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리그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승점 7점차로 레알 마드리드에 앞서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개인의 자존심과 팀의 운명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호날두와 메시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호날두와 메시는 올 시즌 절정의 모습이다. 두 선수 모두 '1경기 1공격포인트 이상'의 기록을 넘어 '1경기 1골 이상'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크레이지 모드'다. 지난 3시즌 동안 기록한 개인 골이 101골로 똑같은 것도 신기하다. 이래저래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표 참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호날두와 메시의 '축구황제 전쟁'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표] 호날두 vs 메시(최근 4시즌, 2011년 2월 10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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