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일본 양적 팽창에 의한 높은 등록금 상태

▲ 동국대가 등록금 4.9% 인상안을 확정해 학생들에게 통보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조계사 입구에서 총학생회 소속 학생이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박대웅 기자] 3월 개강을 앞두고 전국의 대학가가 등록금 인상안을 놓고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88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등록금은 가장 큰 경제적 부담임과 동시에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10일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상안을 확정하거나 잠정 결정해 공표했다. 이 중 동국대는 4.9% 인상안을 발표해 가장 높은 인상안을 제시했고 이어 건국대가 4.7%로 뒤를 이었다.

중앙대와 성균관대, 경희대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최고치인 3.0%를 올리기로 했다. 또한 고려대와 서강대, 한양대는 각각 2.9%를, 숭실대는 2.8%, 한성대 2.6%, 국민대 2.5%의 인상안을 제시했다.

반면 서울대를 비롯해 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홍익대 등은 등록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서울대와 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은 신입생 입학금을 인상해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재, 과연 등록금은 어떻게 책정되는 것일까?

# 등록금이란?

등록금이란 무엇일까. 학계에서는 등록금을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의 수혜자인 학생들이 반대급부로 납부하는 금전적 형태의 지불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등록금은 어떤한 측면에서 결정되는 것일까. 등록금은 '학생이 받는 교육서비스를 공급하는 대학이 지출하는 비용 또는 가치의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등록금이 직접 투입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 산출이 가능하지만 기회비용까지를 포함한 간접비용은 계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교육을 행하는 공공기관의 시설물이나 교육서비스를 사용한 학생들이 그 대가를 부담하는 것이 등록금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학생이 이용하는 시설과 교육 서비스에만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대학이 개방한 모든 분야에 대한 이용 비용인지 한정할 수 없다.

이밖에도 등록금은 자신의 교육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에 교육을 받을 잠재적 학생에 대한 복지부담금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대학들은 '적립금'이라는 명목으로 등록금의 일정 부분을 적립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육을 통해 자신의 인적자산 가치가 증가하고 이는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자신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기에 인적자산의 가치를 축적해준 대학에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등록금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는 등록금을 합의비용으로 보고 있다. 대학교육의 공급자인 대학과 교육수요자인 학생 그리고 학부모 및 외부 전문가들이 합의하에 계약하는 것이 등록금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 의한 합의는 등심위가 최고 의결기구가 아닌 만큼 실질적인 학생 의견 반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한 대학과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구성원의 수가 균등하게 정해지지 않거나 친학교적인 경우가 많다. 더욱이 학교측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대학정원을 국가가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이 시장에서 조정되지 않기 때문에 공급자에 의한 일방적 계약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등록금 결정 원칙은?

1992년 이래 정부는 등록금 자율화 정책을 표방하며 "대학의 등록금을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의거해 자율화함으로써 교육비 재원을 합리적으로 확보하여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대학의 자율적 경영능력을 높이는 계기를 조성한다"며 대학 등록금을 대학 교육을 위한 수단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학 교육에 있어 다양성과 수월성 그리고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수월성이란 전문성을 신장시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수요원, 시설, 환경 등의 교육 여건 개선에 관한 내용이다. 대학교육의 수월성 측면은 등록금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수월성의 목표로 대학은 흔히 ▲교수 1인당 학생수 개선 ▲ 급여 수준 ▲ 시간강사의 강의 부담비율의 적정성 유지 ▲ 학생 1인당 장학금지급 수준 개선 ▲ 학생 경비 개선 ▲ 조교 및 사무인력 확충 및 개선 ▲ 시설 유지관리비의 개선 ▲ 시설 확충을 위한 신규투자 등을 꼽고있다. 특히 1인당 학생수 개선은 대학교육 수월성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육의 공공성 역시 중요한 등록금 결정 원칙이다. 공공성은 크게 교육 기회의 균등과 등록금이 순수하게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느냐의 사용목적 타당성으로 나뉜다. 기회 균등의 문제는 수월성의 문제와 끊이없이 상충하며 딜레마를 양산해 낸다. 때문에 대학등록금 수준은 가계 부담능력 범위 안에 있어야 하며 실효성 있는 장학금이 제공되어야 한다.

끝으로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이는 대학교육에 대한 수익(혜택)을 받는 만큼 그에 쓰이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대학의 등록금이 동일해서는 안되며 전공 분야별로 혜택이 상이하기에 등록금 역시 동등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 미국과 일본의 등록금 결정 과정은?

대학 재정 확보 수단은 정부보조금, 학생등록금, 개인과 단체의 기부금, 대학의 수익사업 등으로 볼 수있다. 미국은 1960년대 이후 치열한 대학교육의 효율성과 기회균등이라는 가치 충돌 끝에 현재 대학 등록금을 재정소요 예산규모, 기부금 규모, 경쟁대학 등록금 규모 등의 요인을 고려해 매년 결정한다. 특히 경쟁 대학의 등록금 수준이 중요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사립대는 경쟁의식에 때문에 경쟁 대학보다 등록금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미국의 등록금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된고 볼 수 있다. 등록금은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와 등록금 지불의사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일본의 경우 세계2차대전 종전 후 1960년대 들어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사립대학 정원확대를 통한 양적 팽창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사립대학 재정은 상당부문을 등록금에 의존하며 높은 등록금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또한 양적 팽창 정책은 국립과 사립 대학 간의 교육여건 등 질적 격차를 심화시켰다. 1970년대 일본 정부는 사립대학의 재정악화를 국고로 보존하며 한때 25%까지를 보조했다. 하지만 1970년 말 국가 재정 악화로 1970년대 이후 사실상 정부 보조금은 동결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때문에 1970년대 이후 일본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과도하게 인상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구인-구직 전문 포털 사이트 알바몬(www.albamon.com)은 대학생 626명을 대상으로 '2011학년도 1학기 등록금 마련 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4명 중 1명은 "올해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학기 등록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 단연 등록금 마련을 꼽았다. 대학생의 절반 가까운 44.7%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서'를 이유로 든 것이다.

미국의 교육학자이자 정치가인 호러스 맨은 "학생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려 하지 않는 교사(학교)는 달구지 않은 쇠를 망치로 내려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적어도 배우고 싶어도 등록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상황만은 지향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눈앞에 둔 현재 대학과 학생, 정부 등 관련자들의 머리를 맞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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