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연패 부진으로 은퇴 시사, 경험-기술 여전히 정상급!

<사진=셔독닷컴(www.sherdog.com)>
[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영장류 최강의 사나이' 에밀리아넨코 효도르(표도르)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최근 2연패를 당하면서 부진에 빠지긴 했으나 격투기 팬들은 그의 은퇴를 시기상조라 느끼고 있다.

효도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이스트러더포드 아이조드센터에서 열린 미국 종합격투기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토너먼트 8강전에서 안토니오 실바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 초반부터 밀린 끝에 2라운드 종료 TKO패를 당했다. 효도르는 1라운드에서 실바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2라운드에서 고전하면서 눈 주위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이에, 닥터체크 후 심판이 효도르가 더이상 싸움을 펼칠 수 없다고 판단하며 경기를 종료시켰다.

이날 경기가 심판의 판단에 의해 중단됐지만, 효도르가 실바에게 압도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효도르의 완패가 맞다. 이는 효도르의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효도르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경기 내내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걸 알았다. 이전처럼 몸을 만드는데 실패했다"며 실바에게 밀린 것을 인정했다. 이어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면서 은퇴를 예고했다.

효도르는 지난해 6월 열린 스트라이크포스에서 파브리시코 베우둠에게 암트라이앵글 쵸크로 패했다. 10년 무패 행진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효도르는 베우둠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였으나 성급한 경기운영으로 인해 패배의 쓴 맛을 맛봤다. 당시 격투기 전문가들은 '효도르의 방심과 실수'라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효도르의 경기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분위기였다.

반 년의 시간이 지나 펼쳐진 이번 대회. 효도르의 경기력은 '세계 최강'의 수식어와는 더욱 멀어져 있었다. 베우둠전보다 더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인 끝에 패배를 기록한 효도르다. 이런 부분을 의식한 것일까. 효도르는 경기 직후 갑작스러운 은퇴 발언으로 격투기 팬들을 아쉽게 만들고 있다.

2000년에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든 효도르는 35번의 경기에 나서 31승 3패 1무효를 기록했다. 패배가 고작 3번에 불과하다. 링스 시절 부상으로 인한 패배를 제외하면, 최근 2연패가 전부다. 기량 하락의 모습을 노출하기는 했지만, 그가 보여준 황제의 모습과 저력이라면 충분히 부활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아직도 드높다.

효도르는 1976년 생으로 올해 35세다. 많은 나이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나이에서 전성기를 보낸 선수들도 많다. 랜디 커투어(48), 마크 콜먼(47) 등 50세를 바라보고 있는 격투가들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젊은 파이터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왔다. 이들의 활약으로 나이와 경기력은 별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단순하게 비교 할 수 없지만, 한때 효도르와 자웅을 겨루던 미르코 크로캅(37)도 현역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격투기 세계는 체력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링 위에서의 경험이 승패를 좌우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위에 언급한 노장들이 여전히 링 위에 계속 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효도르의 은퇴는 시기상조라고 느껴진다. 경험과 기술을 모두 갖춘 효도르이기에 더욱 그렇다.

효도르의 은퇴는 격투기 전체의 큰 손실이다. 설령 그의 기량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가치는 유효하다. 10년 무패를 달리는 동안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냈고, 엄청난 스피드와 정확한 타격,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 능력으로 전 세계 격투기 팬들을 매료시켜왔다. 격투 무대의 흥행을 좌지우지할 만한 파이터가 사라진다면, 격투 단체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은퇴는 분명 효도르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팬들이 효도르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효도르 자신이 극복해야 할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2연패와 함께 부진했던 경기력으로 당시의 심정을 은퇴로 설명한 효도르. 그러나 팬들은 그의 은퇴를 원하고 있지 않다. 효도르가 '격투황제'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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