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상장 이외 부상은 줄 수 없어

2007년 서울의 한 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창 시상식에 들뜬 마음으로 참가한 학생들은 얇은 종이 상장 하나를 안고서 돌아와야 했다.

명색이 자치 단체가 주관한 시상식임에도 학생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표창장 하나뿐이었다. 하다못해 학교에서 받은 상장에도 따라 나오는 공책이나 책 한 권, 문화 상품권 한 장도 시상식에는 등장하지 못한 것.

이력이 되는 큰 상장을 받은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부상 없는 상장을 받은 어린 학생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와 관련 이번 시상식을 개최하고 진행한 구청 측의 입장은 난처한 상황이다. 200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 112조에 의하면 '행정 구역단위의 정기적인 문화·예술·체육 행사, 각 급 학교의 졸업식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사에 의례적인 범위 안에서의 상장을 수여하는 행위'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즉 상장 수여에 따른 부가적인 부상은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특히 자치 단체들이 가지는 고유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아 자치 단체 공무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형평성도 맞지 않은 어이없는 규제

서울 일선 구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대선 이후 대그룹들이 정치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면서 공직선거법이 강화됐다”고 말하면서, “특히 지방자치 단체가 집무 수행을 하는데 있어서의 제한이 강해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과거와는 달리 업무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없도록 장애를 주는 것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전국협의회에서는 현행되고 있는 이 제도를 개선해 주기를 바라는 협의문에서 “국가기관은 부상수여가 가능 하도록 하면서 지방 자치 단체의 시상 시에는 부상을 제외토록 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고 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기부행위에 대해 금액 제한을 두더라도 어느 정도 규제를 풀어줘야 되지 않느냐”는게 현직 자치 단체의 목소리다. 물론 선거 관리 위원회 측도 어느 정도 현 공직선거법의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있다.

문화·예술·체육 행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많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장을 수여할 때 부상을 수여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의례적인 행위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공직선거법을 제정한 국회의원 측에서는 지방 자치 단체의 폭넓은 활동에 지나친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들의 행동이 모두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너무 앞서고 있다는 게 모 구청 관계자의 생각이다. 더불어 “자치 단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지역문화가 고루 발전하기 위한 형평성을 고려해 국가와 자치 단체 간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아쉬움 금할 길 없는 아이들 마음


2007년 올해 모 구에서 선행·효행상을 수상한 한 어린이의 어머니는 “요즘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위해 학교에서도 따로 상장을 나눠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청에서 시행한 대외적 시상식은 평범한 상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며, “사실 아이가 상을 받아온다고 했을 때 부상을 받고 좋아할 아이를 내심 기대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상식에 다녀온 아이의 손에는 종이 상장 하나 뿐이었다. 이 어머니는 “부상을 받았더라면 아이가 더 좋아하고 뿌듯해 했을 거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모 구에서 실시한 구민화합 시상식에서 구민화합상을 받은 이모씨도 “아이도 아닌 어른이지만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안주더라”며 부상을 받지 못한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했다.

공직선거법 112조에 다르면 1년에 한 번 교육법에 따라 행하여지는 졸업식장의 학생 수상자에게도 상장 외 부상을 금지케 하고 있다.

◆매정한 선거법에 동심(童心)은 운다

문제는 선거권도 없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지위에도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까지 이렇게 매정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측은 '선거구민이거나 연계가 돼 있는 등 연고가 있으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봐서 학생 표창에도 제한을 줄 수밖에 없다'고 못 받는다.

비단 표창에 따른 부상을 주는 것만이 기부행위에 규제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제약들이 현 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의 업무에 제약을 초래한다. 현 선거법 86조 3항에 의해 선거를 1년 앞둔 시점부터는 지자체장의 이름을 밝히거나 지자체장이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행사는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결국 내년 6월 지방선거를 1년 앞둔 6월부터는 구청이나 구청장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아무 것도 없는 셈이 되는 얘기다.

공직선거법이 정정당당한 선거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면 국회도 좀 더 정정당당해 질 필요가 있다. 모 구청의 한 관계자는 “지방 자치단체를 경쟁자를 생각하고 위기의식을 느끼는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하다못해 구청장의 인사말 하나를 쓰는 것도 홍보물로 규제가 많은 현실”이라는 말로 현 선거법의 지나친 규제에 쓴 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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