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변방에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의 자의든 타의든 변방에 있다는 것은 외롭지만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해준다. 손등을 그리라고 했는데 손바닥을 그렸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은 후 화가의 꿈을 접고, 소설가가 되기로 한 후 문예창작학과에서는 “내 소설이 붕어빵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사회학과로 간 작가 권리.

권리는 자신의 독특한 사고와 당돌한 주관으로 문단에 들어섰고, 25살 어린 나이에 화려하게 등단했지만 언제나 변방에 남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3년 만에 들고 나타난 장편소설 '왼손잡이 미스터 리'는 권리만의 독특함을 물씬 담고 있다.

▲ 권리 / 문학수첩 / 9.800원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고맙습니다' 때문일까. '미스터 리'란 제목이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판타지소설 같기도 한 이 소설은 모든 것이 뒤엉켜 질서와 무질서가 혼재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발랄하고도 덤덤한 필체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이 소설에 힘을 불어 넣는다.

'왼쪽'은 오래전부터 부정의 뜻이 강했다. 요즘이야 왼쪽 오른쪽의 구분이 많이 없어졌지만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왼쪽에 대한 거부감은 대단했다. 그러하니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리적인 힘을 써서라도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만들고자 했고 덕분에 우리 사회에는 오른손잡이의 천국이 됐다. 왼손잡이는 단순히 주로 쓰는 손이 어디냐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왼손잡이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존재였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왼손잡이'들이 등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왼손잡이들은 사회가 말하는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있다. 그들의 사고와 행동, 말, 외형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왼손잡이 두 자녀가 있는 것 말고는 별 다른 게 없는 평범한 가족에게 '미스터 리'가 등장한 후, 그들의 삶은 평범함과 조금씩 멀어진다.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진 '미스터 리'와 그를 살인사건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신문기자 이준의 이야기는 현실과 꿈을 반복한다.

현실을 닮고 있지만 비현실적인 세계는 모든 것이 반대로 작용한다. 더 이상 왼손잡이가 소외의 대상이 아니고 그들이 새로운 기준이 돼 있는 것. 오히려 오른손잡이가 지탄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중심인 이 세계에서도 구원받을 수 없다. 이 세계 또한 하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라 해서 오른손잡이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은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왼손잡이 미스터 리'의 세계는 복잡하다. 현실에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꿈이다. 그런 것이 여러 번 반복되니 '이것이 현실이고 저것은 꿈이다'라는 구분을 할 필요를 못 느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있는 것이 어떤 세계이든 뚜렷한 질서와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어쩜, 이 세계의 질서와 의식은 우리가 만들어낸 환영일지도 모른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권리는 이번 소설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항상 사회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타 작가들과는 달리 환멸에 가깝다. 현실에 저항하기보다는 환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오히려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영역을 뒤집는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혼쭐이 나는 기분이 든다. 고정관념에 쌓여있던 내 모습이 홀랑 벗겨지는 듯 한 느낌이랄까.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의 생각이 짙어지고, 작가를 따라갈수록 숨이 가빠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좀 더 친절하게 작가의 세계를 보여줘도 됐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현실의 조인트를 걷어차고 있는 이 소설을 볼 때 감안해야하는 인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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