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MBC 개그 프로그램 부활,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웃찾사'(위), '웃고 또 웃고'(아래)>
[투데이코리아=장병문 기자] 설 무대를 잃은 개그맨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들렸다. SBS 공개 개그프로그램 부활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MBC 역시 지난 16일 전통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를 정규 편성시켰다. 이제 방송 3사에서 개그 무대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전처럼 개그 삼국지 형국을 그리게 됐다.

앞서 SBS는 시청률 부진의 이유로 7년 6개월 장수프로그램이었던 '웃찾사'를 폐지했다. 초기 웃찾사는 신선한 소재로 개그콘서트와 함께 개그프로그램 양대산맥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젊은 층 위주의 개그로 세대공감을 하지 못하면서 실패를 맛봤다.

이후 SBS는 새로운 형식의 개그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개그맨들과 아이돌스타들로 조합해 코미디쇼 '굿타임 2030'을 파일럿 프로그램(맛보기 프로그램) 형식으로 시험대에 올렸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한 개그맨은 "개그 무대는 예능과 전혀 다르다. 예능감이 충분하더라도 희극인들 처럼 꽁트를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라며 실패 원인을 설명했다.

개그프로그램에서 수차례 실패를 맛본 SBS는 기존의 '웃찾사'와 비슷한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개그콘서트의 존재가 그 이유를 입증해주고 있다. 문제는 신선하고 포괄적인 개그 소재다. '웃찾사' 폐지 당시 많은 개그맨들이 다른 길을 택했지만, 대다수의 개그맨들은 대학로 등의 개그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응해 왔다. 그 동안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개그와 차별화된 아이템을 준비해 왔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MBC의 '웃고 또 웃고'는 정통코미디를 표방하면서 MBC 코미디만의 위트와 풍자로 꾸며졌다. 또한 선배 개그맨들과 신세대 개그맨들과의 조화로 개성 있는 코너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시청률은 아쉽기 그지 없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 3.6%(AGB닐슨미디어리서치)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놨다. 첫 방송이기 때문에 판단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웃고 또 웃고'의 방송시간은 수요일 밤 12시 25분이다. 심야 방송대에 편성하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따른다. 악조건 속에서도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소재와 화제를 낳아 인기 코너를 만들어 늦은 시간 시청자들의 잠을 떨치게 할 수 있다. 개그콘서트의 '발레리NO'와 '달인' 등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모양새는 삼파전을 띄게 됐지만, SBS와 MBC의 개그 프로그램들이 KBS 개그콘서트의 독주에 제동이 걸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SBS와 MBC가 후발주자로서 추격을 벌이려면 그 동안 개그 프로그램에 기울이지 못했던 투자와 노력을 배 이상으로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만약 프로그램만 만들어놓는 수준에만 그친다면, 또 한 번 그들의 개그 프로그램은 유명무실화 될 가능성이 짙다.

시청자들은 개그 프로그램들의 부활로 방송사마다 특색 있는 개그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개그 프로그램들이 롱런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제는 도전자의 입장이 된 SBS와 MBC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그맨들의 노력이 절실할 때다.

과연 개그 프로그램의 암흑기가 끝나고 다시 불꽃 튀는 접전 양상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까? SBS와 MBC의 '웃기는'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으로 다가가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